체수유병집 - 글밭의 이삭줍기 정민 산문집 1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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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통 한시의 멋과 매력을 알려준 한양대 정민 교수의 새책 [체수유병집]은 책 제목이 낯설었다. 체수유병집의 뜻은 '추수 끝난 들판에서 떨어진 이삭을 줍듯 그동안의 글을 모으고 정리하며 정신을 가다듬는다'이다. 책 속에는 특별히 엄선한 50편의 단상이 담겨있다.


"독서는 기성의 전복이요 일상의 해체다"

"독서는 문자를 빠져나와 세상이라는 텍스트를 읽을 때 가장 위력적이다. 삶의 행간을 읽고 드러나지 않는 질서를 읽을 때 비로소 완성의 단계에 집입한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생각해서 더 툭 트인 사람이 되는 것, 이것이 내 평생 독서의 지침이요 목표다"


정민 교수는 삶 속에서 발견한 글귀와 에피소드에서 삶의 진리를 발견해 말해준다. 연암 박지원의 글을 통해 참신하고 예리하며 통렬한 그의 글을 오늘날까지 유효하다고 칭찬한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묘사한 글을 읽고 있자니 원문으로 읽고 싶은 충동이 몽글몽글 피어난다.

"당대의 국제정세를 보는 안목, 인문학이 처한 현실, 이념과 현실의 괴리, 지식인의 역할과 놓인 자리까지 지금 우리가 당면한 무거운 질문과 그대로 맞통한다"(p88)


그러나 열하일기는 일제강점기까지 금서의 그늘에 묻혀 있었다.


박지원에 이어 정약용의 이야기도 많은 깨달음을 준다.

"그는 18년 강진 유배생활 동안 500권에 가까운 책을 썼다. 한달에 한 권 이상으로 써낸 것인데, 언뜻 불가능해 보이는 경이로운 성과 뒤에는 오로지 핵심을 장악하고 과정을 효율화하는 생각의 힘이 있었다. 다산의 모든 작업은 핵심 가치의 장악에서 시작되고 끝이 났다"(p97)


박지원의 메모습관이 다작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임에도 다시 한번 환기가 된다.


"힘센 생각은 메모에서 나온다. 머리를 믿지 말고 손을 믿어라. 생각은 금새 달아난다. 미루지 밀고 그때그때 적어라. 위대한 천재들의 놀라운 성취 속에는 언제나 예외없이 메모의 습관이 있다"(p111)


정민 교수는 책 곳곳에 많은 당부를 묻었다.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길을 여행하는 속에 인생의 대답이 들어있다는 '독만권서 행만리로'는 지금 우리가 생각하며 살아가야할 이유와 방법을 가장 잘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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