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도 아닌데 예뻐서 - 일상, 그리고 쓰다
박조건형.김비 지음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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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부부를 특별하다고 여긴다. 드로잉 작가 박조건형과 소설가 김비는 부부가 되어 한 집에서 살고 있다. 이 둘의 러브스토리가 특별한 부부를 만들게 해주었다. 책 속 그림은 박조건형 작가가 그렸고, 글은 김비 소설가가 썼다. 이 둘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었고, 전작을 읽지 않았던 터라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가족에 대한 단절과 고립의 사연이 궁금했다.

 

초록창에 작가와 소설가의 이름을 치니 나의 궁금증은 2초만에 풀렸다. 그래서 이 부부가 특별한 부부이고 가족과의 단절이 왜 생겼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소설가 김비는 트렌스젠더다. 그들의 일상은 특별하지 않다. 그런데 그림과 글을 읽다보면 자꾸만 빠져들게 된다. 우리와는 조금 다른 환경을 가진 그들의 이야기는 담백하게, 일상 속 스토리들로 엮여져 감동과 유머를 제공해준다. 때로는 그냥 지나쳤던 당연한 일들을 다시한번 곱씹어 보게 만든다.

박조건형 작가는 우울증으로 인해 책 집필을 포기하려 했었다. 계약까지 했는데 도저히 그림을 그릴 자신이 없었다. 그런 그 옆에 김비 소설가는 든든하게 받쳐주며 함께 하자고 제안했고 그래서 이 책은 부부의 공동작업으로 완성이 되었다. 남편의 시각으로 그려진 그림과, 아내의 해설이 가미된 글을 읽다보면 이 둘의 삶에 구경꾼이 된 듯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 속 삶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박조건형 작가의 그림은 그를 닮았다. 가난한 예술가의 삶이 글과 그림 속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들의 삶은 그리고 쓰는 순간 예술이 되었고, 책으로 만들어져 독자의 손에 들려지게 되었다. 우울증, 차별과 마주한 삶, 가난한 노동자의 한숨이 그림 곳곳에 묻어난다. 박조건형 작가는 그림만 그리지 못한다. 노동자로 살면서 틈틈히 그려내는 일상 속 오브제들은 평범한 듯 특별해 보이고, 특별한 듯 일상 속 풍경이 된다.

 

둘은 서로를 향한 애정으로 삶의 무늬를 만들어 가고 있다. 누군가에겐 너무 특별해보이지만 이 둘에겐 그저 평범한 부부이고 보통의 일상이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박조건형 작가는 계속 그림그기리를 지속했으면 그리고 김비 소설가는 그녀가 쓰고 싶은 소설을 마음껏 썼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그림으로, 글로 서로를 그리며 사랑하며 사는 부부의 이야기가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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