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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716/pimg_7599351331693491.jpg)
기계도 아닌 사람을 치료가 아니라 수선한다는 제목의 이 책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19살 시몽 랭브르는 휴일 아침 친구들과 서핑을 즐기고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교통사고로 인해 의식을 잃는다. 심장은 뛰지만 뇌가 충격이 심해 살아있지는 않은 상태로 부모에게 연락이 가고, 부모들은 장기 기증을 승인하고 적절한 인원에게 이식된다.
한 청년이 사고를 당하고, 다른 한 사람이 기증을 받게 되는 대략 하루의 이야기가 이 책의 줄거리 전부이다.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작가의 탁월한 묘사력 덕분에 책을 읽는 동안의 호기심과 즐거움은 줄어들지 않는다.
하루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주변 상황이나 등장인물의 심리가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묘사된다.
아들의 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향하는 엄마의 마음 -슬픔, 불안감, 걱정, 두려움, 오빠의 죽음을 확인하러 떠난 부모 탓에 남의 집에 혼자 맡겨진 어린 딸의 마음,
다 키운 아들의 죽음을 처음에는 부정하다가 마지막에는 인정하게 되는 시간차로 변화하는 부모의 심정, 이식 장기를 옮기고 수술하는 병원의 급박한 상황,
전날까지 멀쩡했던 아들이 갑자기 뇌사에 빠진 엄마의 복잡한 심경상태 등을 세밀한 묘사로 그려낸다.
특히 수술장면의 경우 옆에서 관전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만큼 작가의 준비와 전문성에 감탄하게 된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716/pimg_7599351331693492.jpg)
여러가지 상황이나 심경에 대한 상세한 묘사에 대해서는 독자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듯 상세하게 다양한 방법으로 묘사된 심리나 상황은 생생하게 현장의 느낌을 전달해주기도 하지만 긴 묘사가 이야기의 맥을 끊어 어떻게 진행되고 있었지 하며 가끔은 앞장을 다시 봐야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세묘사가 많아 소설속 상황이 명확히 그려진다는 장점도 있으나 한편으론 지루해질 수도 있는 화법일 수도 있어 가끔 등장인물들의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줄거리를 놓치기도 하지만 줄거리가 복잡하지 않기에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작가의 화법에 익숙해지면 줄거리 따라가는데는 여유가 생기게 된다.
삶, 죽음, 장기 이식 등 생각하지 않고 있던 여러가지 들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 시간이었다.
심장이 뛰고 있지만 뇌의 작동이 멈추어 기계의 작동에 의해 호흡하고 혈액이 순환되어야 한다면 이 사람은 산것일까? 죽은 것일까?
사람의 죽음을 판단하는 가늠자는 심장이 멈췄을 때 일까? 뇌가 정지했을 때 일까? 1959년 소생의학 선구자들은 심장이 아닌 뇌 활동으로 인간의 죽음을 판단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장기 이식에 대해서도 나랑은 상관없는 먼 얘기로만 느껴졌지만 수시로 발생하는 사건 사고 소식을 보며 내 주위에서도 발생가능한 일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내용에 정확한 인지도 없이 빌 게이츠의 추천도서라는 글귀에 혹해서 읽게된 소설이지만, 사람의 삶에 대해 다시 되뇌어 보게된 좋은 기회였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716/pimg_7599351331693493.jpg)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