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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지 못할 이야기 - 혁신계 정치인 하태환의 옥중록
하태환 지음 / 새봄출판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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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관심을 가졌다가 읽게 된 책이다. 처음에는 표지와 제목을 보고 한 정치인의 생애를 담은 전기소설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다 책 소개를 읽고, 실제 저자가 옥중에서 직접 쓴 수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치 쪽으로는 지식도 관심도 없던 터라 그냥 넘길 수도 있었는데, 원고가 탈고 된지 무려 45년 만에 발행되었다는 문구에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책을 받고나니 후회가 많이 되었다. 책 분량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약 700페이지 정도 되는 꽤 두꺼운 책이었다. 그래서 막상 사고 나서도 손이 쉬이 가지 않고 얼마동안 그냥 책장에 꽂아두기만 했었다. 그러다 올해가 가기 전에 소설만 읽는 나의 이 독서편식을 고쳐보자는 생각에 세운 '소설 외 도서 10권 읽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첫 장을 넘겨보았다.



 

이 책은 1961년 5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지금은 ‘쿠데타’라 불리는 “5.16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날이다. 저자인 하태환 선생님은 당시 혁신계 정치인으로 활동을 하고 계셨는데, 이 활동으로 인해 경찰에게 체포되어 같은 해 9월, 국가보안법 제1조에 규정한 반국가 단체의 주요 간부를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특별법 제6조 위반으로 15년형이라는 형을 선고 받으신다. 체포 당시만 해도 본인은 법 아래에서 어떠한 위법적인 정치행위도 한 적이 없기에 금방 풀려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선생님은 3년 6월을 소급 실시한 <소급법>에 의하여 결국 수감 중 감형에도 불구하고 7년이라는 옥고를 치르게 되신다. 그리고 그 옥중에서 이 책을 집필하시게 되는데, ‘세상이 자신과 무고하게 투옥, 처형되신 분들의 무죄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책을 내게 되었다’고 저자의 머리말을 통해 전하고 있다.

 

체포되던 날 풍경부터 당시 서울 각 지역의 경찰서와 유치장의 풍경을 생생히 그리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수기는 읽는 동안 나에게 우리 현대사의 어두운 단면만큼이나 소소한 감동도 많이 주었다. 그 중 유치장 내에서의 신태악 · 신동영 부자의 이야기(p.43)와 노점 단속에 걸려 들어온 가난한 다섯 아낙네들을 위해 자신도 유치장 신세를 지고 있음에도 대신 벌금을 물어주던 분의 선행 이야기(p.47), 유치인의 편의를 최대한 살펴주었던 군인 서장의 이야기(p.52)는 내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유치장하면 떠오르는 잔상에는 어두운 것들뿐이었기에 이러한 소소하면서도 누군가를 위한 선행들이 유치장 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신기하면서도 따뜻한 기분이 들게 했다.

 

또 자신들이 왜 붙잡혀왔는지,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도 정확히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황에서 다 같이 모여 모의재판(p.56)을 하던 모습은 웃기기도 하면서 얼마나 자신의 신념과 행동에 자신이 있으면 저렇게 여유를 잃지 않을 수 있나, 라는 생각이 들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 이는 지금 생각해보면 저자의 특유의 발랄한 문체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옥중 수기치고는 굉장히 유머러스한 내용과 말투가 많이 쓰여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모의재판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분명 어두운 현대사를 담고 있던 만큼 가슴 아픈 이야기도 많았다. 결국 형장의 이슬로 처형되셨던 분들의 이야기는 그 중 가장 나를 아프게 했다. 사형을 언도 받았지만, 집행은 되지 않고 감형 되셨던 분들의 이야기도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오신 그 분들의 심정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리기는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내 마음을 아프게 하고 내 눈길을 오래 붙잡고 있던 분은 5.16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기 전 이승만 정권에 의해 사형수가 되어 형장의 이슬이 되셨던 조봉암 선생님이셨다. 죽는 순간까지도 의연하셨다는 죽산 조봉암 선생님의 모습은 단 한 번도 뵌 적이 없음에도 상상이 되었다. “조봉암새”(p.183-186)라 불리는 - 나중에는 “죽산조”라 불림 - 새조차도 그분이 다시 환생하신 것은 아닐까 하고 교도소 내 사람들이 생각할 정도였다니 그 분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정치 지도자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 읽는 도중 너무 궁금해 이분에 대해 인터넷 검색도 해보았지만, 이 분과 관련된 평전이 있는 만큼 조만간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 - 하태환 선생님도 이분을 무척이나 존경했던 것 같다. 이 책 제목이 이분과 관련된 이야기에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죽산 조봉암 선생님의 죽음을 "풍운조화가 반복된 한국의 정치사상, 하나의 ‘지우지 못할 이야기’"라고(p.187) 말씀하고 계시는 것을 보니 말이다.

 

당시 혁신계 인사들이 혁명검찰에 의해 혁명재판을 받는 과정을 보면 정말 이게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인가 싶을 정도로 그들은 인권도, 자유도 법으로부터의 최소한의 보호도 보장 받지 못한다. 없던 죄와 없던 법이 생겨나는 것은 물론이요, 공소사실에 대한 내용조차도 법정에서 검사의 낭독으로 비로소 알게 된다. 이미 죄를 만들어놓고 거기에 끼워 맞춰 조사하는 검사에게 이들은 이미 죄인이었다. 동일한 사건에 동일한 법률 조항이 적용되었음에도 사람에 따라 판결은 달라지기도 하는 등 당시 법과 법조인들은 독립된 기관이 아니라 혁명군에 의해 장악된 정권의 꼭두각시 역할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러한 사실이 우리의 지난 역사 중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부끄러웠다. 그래도 법은 정의를 실현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는 꽤 충격이기도 했고, 그동안 제대로 된 역사 공부를 하지 않은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며 반성하기도 했다.



p.272

 

수많은 혁신계 인사들과 정치인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었고, 많은 진보 진영의 단체들도 언급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많은 것을 정리한 저자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다. 또 단체들의 성격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던 부분은 나처럼 무지한 사람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어떤 단체가 어떤 면에서 다른 단체와 다른지 상세하게 비교 · 설명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보기에는 다 똑같은 단체로 보여 이해가 잘 가지 않던 내게는 도움이 많이 되었다. 또 교도소 내 생활을 적나라하게 적고 있어 그분들의 고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다양한 인물들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감동을 주며 그저 잊고 지낼 수 있었던 분들을 한분 한분 기억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중간 중간 하태환 선생님의 가슴어린 충고들 - 예컨대 ‘순간을 참으라.- 도, 선생님의 옥고를 통해 간접적이나마 자유의 소중함을 깨닫게 했던 말들도 모두 잊지 못할 것 같다.



p.248

 

다소 반복되는 내용도 있고, 글로만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었다는 점 - 물론 약간의 사진도 첨부되어 있었다. - 에서, 옥중 수기라고 하기에는 보고서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정보들을 담고 있었다는 점에서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았지만, 교과서에서는 단 한 줄로 배웠던 5.16 군사 쿠데타와 관련해 숨은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더 없이 훌륭한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하태환 선생님이 말씀하신 교도소에서 장만해 갈 수 있는 ‘참된 기념품’이 바로 이 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솔론」이 한 말을 인용한 글을 첨부해본다.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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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쇼, 머니쇼를 만나다 - 재테크의 풍향계, 살아있는 재테크 상담집
김성원.김우하 지음 / 북씽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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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않았던 책인데, 의외로 많은걸 배우고 좋은 정보도 얻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예전에 재테크와 관련된 경제 서적을 아시는 분의 추천으로 읽은 적이 있었는데, 당시 불친절한 내용과 용어 설명, 그리고 평범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라고 하기에는 제시되어 있던 상담 사례들이 너무 고소득 · 전문직에 국한되어 있었던 터라 대실망을 한 적이 있어서 솔직히 이 책에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냥 소설과 에세이만 읽는 나의 독서 편식을 고쳐보자는 마음으로 읽었던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유익한 정보들이 많아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도 어려운 상품 용어는 많이 등장한다. 아직 소득이 없는 나에게 재테크는 먼 나라 이야기다보니 더욱 생소한 상품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나같이 초보자들은 읽는 동안 인터넷 검색은 필수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와 같은 세금과 관련된 제도 설명이라든가 용어 설명이 잘되어 있고,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많은 표와 사례들이 첨부되어 있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표지에 적힌 상담집이라는 글이 무색하게 상담 내용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예전에 내가 읽었던 책에 비해서는 풍부한 편이었으나, 예상한 만큼의 양은 아니었던 것 같다. 마지막 파트에 연령별, 세대별로 상담 내용을 다양하게 수록하고 있는데, 이 부분의 양이 조금 더 많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느 특정 계층을 겨냥해서 쓰지 않고 최대한 다양한 계층들의 사례를 싣고자 했던 노력이 보기 참 좋았다. 읽는 독자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춰 사례들을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폭이 넓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앞부분에 재테크와 관련된 정보들을 담고 있던 부분에서도 이해를 돕기 위한 상담 사례들이 짤막하게나마 제시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도 참고한다면 그 폭은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단순히 돈을 굴려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는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저자가 프롤로그(p.9)에서도 밝혔듯이 돈의 가치와 속성을 알려줌으로써 그 돈이 우리의 실생활과 어떻게 연결되어 흐르는지, 또 어떻게 이용해야하는가를 설명해주는 책에 더 가까웠기에 내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돈에 대한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부자들의 마인드를 본받아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명제 아래에 무조건적인 부자 찬양을 하고 있지 않았던 것도 좋았다. 굉장히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며, 저소득층을 위한 정보도 제공(p.92)해주는 한편, 주식투자에 성공한 조선족 아주머니 사례(p.62-63) 등을 통해 일반인들의 사정을 고려한 얘기들도 많이 하고 있었기 때문에 거부감도 들지 않으면서 도움 되는 내용들이 많았던 것 같다.

 

잦은 오타와 매끄럽지 않은 문장들이 읽을 때 불편했기에 꼼꼼하게 검토를 하고 출간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과 현 경제 사정을 바탕으로 쓰인 책이다 보니 변화 속도가 LTE급인 경제가 내년에도 이와 같을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오랜 시간 계속 읽힐 수 있을까 싶기는 하지만, 따끈한 신간인 만큼 현재의 경제 흐름을 파악하고 재테크를 하고자 하는 초보자와 돈의 개념을 새로 정립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또 노후 준비와 관련된 정보가 많았던 만큼, 길어진 노후를 대비해야만 하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역시 도움이 많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돈이 많으면 좋겠지만 현명한 재테크는 돈이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나타나게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최고임을 상기해야 한다.

(p.192)

 

무조건 돈을 굴리기만 하는 재테크가 아니라 목표와 가치가 뚜렷한 현명하고 건강한 재테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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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응원하는 누군가 - 美畵의 그림 에세이, 위로가 필요한 당신에게 쓰는 편지
선미화 글.그림 / 시그마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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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갖고 싶은 에세이집을 만났다. 처음에는 '그림 에세이집'이라는 광고문에서 예전에 들었던 미술 치료 특강 수업이 생각이 나 관심을 가지게 됐다.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요즘, 나에게 혹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미리보기로 제공된 책에 수록된 그림을 보고 매혹되어 읽게 되었다.

 

 

1년을 준비했던 시험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요즘. 심란하고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보니 자신감도 잃어가고, 나에게 실망감도 커져가고 있었다. 누구하나라도 괜찮다고, 좀 천천히 가도 된다고 말해주면 고마울텐데 다들 걱정하는 소리뿐이다보니 내 마음은 더 불안하기만 했던 것 같다. 지금 내가 헛된 꿈을 꾸면서 도전이라는 겉멋든 말을 내뱉으며 내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과 아직 20대인 내가 지금에 안주해서 그냥 현실에 맞춰 살아간다면 그 또한 행복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심한 갈등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나의 이러한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했다. 전혀 실용적이지 않은 말이라도, 그저 지나가는 말이라도,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다고 따뜻하게 권해주는 위로의 말이 필요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이 나에게 주던 위로는 생각보다 컸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에 와닿던 글귀도 많고, 큰 위로가 되던 글과 그림도 많았지만, 그 중 가장 많은 생각과 감정을 갖게 했던 몇 개를 추려 나의 생각과 함께 감상평으로 남겨볼까 한다.

 

 
 

그래서 나는,

그리고 너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그것만으로도 완벽한 사람이야.

p. 26-27

 

학교를 졸업하고 하나, 둘 각자 자신의 몫을 해내기 시작한 친구들을 보면서 내가 한없이 작고 한심하게 느껴졌다. 꿈을 일찍 이룬 친구도 있고, 현실에 맞춰 일을 시작한 친구도 있었지만, 어쨌든 지금 나보다는 훨씬 어른스러워지고, 훨씬 즐거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 친구들이 부러울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보다 특별히 더 나은 삶을 살고자하는 것도 아닌데, 단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 계속하고 있는 공부임에도 자신이 없고, 확신도 없는 내가 너무 미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글귀가 더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누군가의 눈에는 한없이 보잘것 없는 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이기에 그것만으로 완벽하다고 말해주는 이 글이 너무나 큰 힘이 되어 주었던 것 같다. 흔히 사람들은 그 사람이 어떤 직업을 가졌고, 어떤 배경을 가졌느냐로 쉽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글귀는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라는 이유만으로 이미 완벽하다고 말해주고 있기에 더욱 가슴에 새겨졌던 것 같다.



p. 46

 

5년을 공부해서 그토록 바라던 시험에 올해 합격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그 시험을 위해 인내하며 지낸 시간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단지 지금 내가 결과가 나오지 않아 초조하다는 이유로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를 하지 못했다. 나와 다른 시험을 준비했던 친구임에도 질투가 나고 부러웠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축하한다고, 넌 꼭 될 줄 알았다고 얘기했지만 속으로는 씁쓸해 하던 내가 정말 그 순간 너무나도 경멸스러웠다. 내 밑바닥을 보인것 같아 창피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을 가졌던 이유가 나 자신에 대한 확신과 사랑이 부족했었기 때문이라니. 미쳐 깨닫지 못했다. 남들과 비교하고, 나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던 내 마음이 나를 열등감에 찌든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환경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의 문제였음을. 그 친구에게 다시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해줄 수 있도록 나 자신부터 아끼고 사랑하며 배려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p. 75

 

맞다. 나의 가치는 내가 만드는 것이다. 타인의 평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런데 왜 나는 그토록 타인이 내리는 나의 가치에 안달복달하며 살았나 싶다. 긍정적인 생각, 좋은 생각을 많이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온전히 나 자신이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는 예쁜 생각만 하도록 해야겠다.



p. 97

 

시험을 준비하는 내내 많은 자격증을 따놓지 못한 것을, 조금 더 높은 토익 점수를 받아 놓지 못한 것을, 스펙으로 쓸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을 하지 못한 것을 내내 후회했었다. 나보다 더 좋은 스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체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았나 하는 후회를 했다. 하지만 그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그렇게 스펙을 쌓는 동안 그들도 놓치고 지냈던 시간들이 분명 있었다. 누군가는 연애를, 누군가는 가족들과의 시간을, 또 누군가는 앞만 보고 달린다고 자신의 삶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지 못한채 아등바등 살았노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결국 완벽한 인생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뭐든 해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나역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안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뭔가 하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여유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삶이 바람직한가 다시 생각을 해본다. 한번뿐인 인생인데,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치열하게 한번쯤 고민을 해주는것이 인생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p. 105 

 

가장 인상 깊었던 글이었다. 본격적인 시험 준비를 위해 집을 떠나 서울에서 1년여 정도 보내면서 큰집에서 지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근처 사시는 친척 어른들을 자주 뵙게 되었는데,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나를 살뜰히 챙겨주시고 걱정해주시는게 너무 감사했지만, 만날때마다 하시는 나이와 나의 미래에 대한 걱정어린 말들은 종종 힘이 들었다. 공부를 다 마치면 넌 몇살이 되니, 그럼 시집은 언제가니, 동생 먼저 가라고 해야겠다, 돈은 그래서 언제 벌 수 있냐 등등 당장 닥쳐오는 시험이 버거웠던 나에게 저런 걱정어린 말들은 나를 위한 걱정임을 알고 있지만, 반갑지 않았다. 그리고 취직한 친구들의 걱정어린 말들도. 이제는 우리는 꿈을 쫓기보다는 현실에 맞춰 앞날을 생각하며 살아야한다는 친구의 말이 내 앞날을 위해 하는 말인것을 알면서도 서운하기도 했다. 내가 내일 죽을 수도 있는 것인데,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를 걱정하며 지금을 그저 내 현실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게 슬프기도 했다. 그래서 일것이다. 이 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 말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는 꿈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주야장천 듣고 자랐다. 그런데 그 얘기는 이르면 고등학생이 된 후, 늦으면 대학생이 된 후에는 현실을 따라가라는 말로 바뀌는 것 같다. 안정적인 삶을 위해 살아라는 말을 주야장천 듣게되는 것이다. 남들 졸업할 때 졸업하고, 남들 취직할 때 취직하고, 남들 결혼할 때 나역시 결혼을 해야 잘 사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저 다른 사람들 보폭에 맞춰 나도 맞춰 살아가야 잘 사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도 나와있듯이 남들과 똑같은 인생의 속도로 살아가야할 의무는 누구에게도 없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맞는 때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니까. 조금 늦더라도, 아니 많이 늦어질지라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나의 때를 기다려보고자 한다. 이래도 저래도 후회는 남기 마련이고,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지면 된다고 생각하기에 저자가 말한 그 때를 기다리며 나아가볼까 한다.

 

 

총 다섯 테마로 구성되어 있던 이 책은 각각에 '쉼표'라는 말을 붙여 한결 마음을 여유롭게 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각 테마마다 다시 따뜻한 말들로 이루어진 부제목들이 달려 있다.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하게 구성되어 있던 이 책은 글씨체도 아기자기하고 글들도 자기 자신에게 혹은 친한 친구에게 말하듯 적혀 있어 한층 더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색채도 파스텔 계열로 이루어져 있어 포근한 느낌을 주었고 말이다. 대체로 디자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 책들은 경험상 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많았기에 기대 못지 않게 불안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제목에 충실한 정말 위로를 받기에는 좋은 책이었던 것 같다. 솔직히 글은 평범하다면 평범할 수 있는 글들이었다. 어느 에세이집에서나 볼 수 있는 분명 따뜻한 말이지만, 그만큼 흔한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들과 어울려지면서 그렇고 그런 흔한 글이 되지 않고 힘든 내 마음을 토닥 토닥 다독여주며 큰 힘이 되어 주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정말 응원 받고 싶고, 위로 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극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잠시 동심으로 돌아 갈 수도 있고,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지금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이 "나를 사랑하기"임을 일깨워 주었던 문구를 남기며 끝을 맺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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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모래 - 2013년 제1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구소은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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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1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하지만,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초반에는 생각보다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그동안 재미 위주의 소설과 위트 넘치는 소설만 주로 접하다보니 이런 대하소설 같은 느낌의 다소 무거운 소설은 오랜만이라 적응이 잘 되지 않았던 탓인 듯하다. 그러나 중반쯤부터는 해금과 미유의 삶에 동화되면서 진도가 쭉쭉 나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제목과 책표지에서 느껴지는 그 중후함은 이 소설 전체가 가지는 느낌과 맞닿아있다. 제주도 잠녀의 일가족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를 걸쳐 6.25 전쟁과 현대까지 아우르며 구월-해금-건일(켄)-미유로 연결되는 4대에 걸친 가족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제주도라는 한정된 장소에 머물지 않고 제주 우도의 검은 모래와 미야케지마의 검은 모래를 연결해 가깝지만 먼 나라인 일본으로 장소를 옮겨 그곳에서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겪게 되는 차별과 냉대, 그리고 그 속에서 상처받고 아파하는 우리 동포들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 소설을 읽는 동안 한 많은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팍팍하고 고단했던 삶과 재일동포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져 가볍게 읽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미유와 그의 아버지 건일의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재일동포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솔직히 그동안 재일동포들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았다. 조국을 버리고 떠난 사람들의 핏줄이라는 생각에 나와 같은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곳에서 겪었던 차별과 냉대 그리고, 조국으로 돌아올 수 없었던 사정을 알고 나니 그들이 한없이 딱하면서 안타까웠고, 그동안 그들을 오해하고 있었던 것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하프와 쿼터의 차이는 부모님 모두 한국인이시고,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나에게는 그리 큰 차이인가 싶었지만, 미유의 이별을 통해 일본사회에서의 시선이 얼마나 차가운지, 미유와 같은 재일동포들이 느끼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의문과 그로인한 고통을 느낄 수 있어 씁쓸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해금의 어머니이자, 미유의 증조할머니인 구월의 이야기부터 이어지는 이들 집안의 사연은 제주도 잠녀들의 삶과 우리들의 지난 시간 속에서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잊고 지냈던 동포들을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주었던 것 같다.

죽는 순간 자신의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아직도 긴 여행을 하고 있다고 말했던 해금. 조국에서 보낸 시간보다 떠나서 지낸 시간이 더 길었음에도 한 번도 조국을 잊지 않았던 그녀. 한강을 의미하는 ‘아리수’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의 민박집을 그녀의 손녀딸 미유에게 물려주었던 것은 손녀딸이 조선임을 잊지 않기를, 그 뿌리를 기억해주기를 바랬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읽는 내내 작가가 얼마나 많은 자료수집과 공부를 했는지 엿볼 수 있어서 꽤 많은 감탄을 했던 것 같다. 상세한 지형설명부터 우리나라 근현대사가 적절히 스토리에 녹아있었기 때문이다. 가끔 어르신들을 보고 우리는 ‘한국 근현대사의 산증인’이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 말이 참 많이 생각이 났다. 해금의 삶을 통해 그동안 교과서에서나 배웠던 우리들의 역사를 간접적이지만, 생생하니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한반도를 벗어나 이국에서의 우리 동포들의 삶도 접할 수 있었다는 점은 새롭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다소 문체가 구어체 느낌을 주던 탓에 어색하고, 건일이 겪었던 정체성에 대한 혼란스러움과 이를 해금과 풀어내는 과정이 설득력도 조금 떨어지고 자세하지 않아 충분한 감동을 주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나와 같은 핏줄인 또 다른 동포들을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이 내게 준 깨달음은 컸다. 미유가 더 이상은 재일동포라는 이유로 그 어느 곳에서도 상처를 받지 않기를,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일이 다시는 없었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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