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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응원하는 누군가 - 美畵의 그림 에세이, 위로가 필요한 당신에게 쓰는 편지
선미화 글.그림 / 시그마북스 / 2013년 11월
평점 :
정말 오랜만에 갖고 싶은 에세이집을 만났다. 처음에는 '그림 에세이집'이라는 광고문에서 예전에 들었던 미술 치료 특강 수업이 생각이 나 관심을 가지게 됐다.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요즘, 나에게 혹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미리보기로 제공된 책에 수록된 그림을 보고 매혹되어 읽게 되었다.

1년을 준비했던 시험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요즘. 심란하고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보니 자신감도 잃어가고, 나에게 실망감도 커져가고 있었다. 누구하나라도 괜찮다고, 좀 천천히 가도 된다고 말해주면 고마울텐데 다들 걱정하는 소리뿐이다보니 내 마음은 더 불안하기만 했던 것 같다. 지금 내가 헛된 꿈을 꾸면서 도전이라는 겉멋든 말을 내뱉으며 내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과 아직 20대인 내가 지금에 안주해서 그냥 현실에 맞춰 살아간다면 그 또한 행복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심한 갈등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나의 이러한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했다. 전혀 실용적이지 않은 말이라도, 그저 지나가는 말이라도,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다고 따뜻하게 권해주는 위로의 말이 필요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이 나에게 주던 위로는 생각보다 컸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에 와닿던 글귀도 많고, 큰 위로가 되던 글과 그림도 많았지만, 그 중 가장 많은 생각과 감정을 갖게 했던 몇 개를 추려 나의 생각과 함께 감상평으로 남겨볼까 한다.
그래서 나는,
그리고 너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그것만으로도 완벽한 사람이야.
p. 26-27
학교를 졸업하고 하나, 둘 각자 자신의 몫을 해내기 시작한 친구들을 보면서 내가 한없이 작고 한심하게 느껴졌다. 꿈을 일찍 이룬 친구도 있고, 현실에 맞춰 일을 시작한 친구도 있었지만, 어쨌든 지금 나보다는 훨씬 어른스러워지고, 훨씬 즐거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 친구들이 부러울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보다 특별히 더 나은 삶을 살고자하는 것도 아닌데, 단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 계속하고 있는 공부임에도 자신이 없고, 확신도 없는 내가 너무 미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글귀가 더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누군가의 눈에는 한없이 보잘것 없는 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이기에 그것만으로 완벽하다고 말해주는 이 글이 너무나 큰 힘이 되어 주었던 것 같다. 흔히 사람들은 그 사람이 어떤 직업을 가졌고, 어떤 배경을 가졌느냐로 쉽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글귀는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라는 이유만으로 이미 완벽하다고 말해주고 있기에 더욱 가슴에 새겨졌던 것 같다.

p. 46
5년을 공부해서 그토록 바라던 시험에 올해 합격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그 시험을 위해 인내하며 지낸 시간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단지 지금 내가 결과가 나오지 않아 초조하다는 이유로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를 하지 못했다. 나와 다른 시험을 준비했던 친구임에도 질투가 나고 부러웠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축하한다고, 넌 꼭 될 줄 알았다고 얘기했지만 속으로는 씁쓸해 하던 내가 정말 그 순간 너무나도 경멸스러웠다. 내 밑바닥을 보인것 같아 창피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을 가졌던 이유가 나 자신에 대한 확신과 사랑이 부족했었기 때문이라니. 미쳐 깨닫지 못했다. 남들과 비교하고, 나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던 내 마음이 나를 열등감에 찌든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환경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의 문제였음을. 그 친구에게 다시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해줄 수 있도록 나 자신부터 아끼고 사랑하며 배려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p. 75
맞다. 나의 가치는 내가 만드는 것이다. 타인의 평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런데 왜 나는 그토록 타인이 내리는 나의 가치에 안달복달하며 살았나 싶다. 긍정적인 생각, 좋은 생각을 많이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온전히 나 자신이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는 예쁜 생각만 하도록 해야겠다.

p. 97
시험을 준비하는 내내 많은 자격증을 따놓지 못한 것을, 조금 더 높은 토익 점수를 받아 놓지 못한 것을, 스펙으로 쓸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을 하지 못한 것을 내내 후회했었다. 나보다 더 좋은 스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체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았나 하는 후회를 했다. 하지만 그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그렇게 스펙을 쌓는 동안 그들도 놓치고 지냈던 시간들이 분명 있었다. 누군가는 연애를, 누군가는 가족들과의 시간을, 또 누군가는 앞만 보고 달린다고 자신의 삶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지 못한채 아등바등 살았노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결국 완벽한 인생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뭐든 해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나역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안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뭔가 하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여유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삶이 바람직한가 다시 생각을 해본다. 한번뿐인 인생인데,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치열하게 한번쯤 고민을 해주는것이 인생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p. 105
가장 인상 깊었던 글이었다. 본격적인 시험 준비를 위해 집을 떠나 서울에서 1년여 정도 보내면서 큰집에서 지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근처 사시는 친척 어른들을 자주 뵙게 되었는데,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나를 살뜰히 챙겨주시고 걱정해주시는게 너무 감사했지만, 만날때마다 하시는 나이와 나의 미래에 대한 걱정어린 말들은 종종 힘이 들었다. 공부를 다 마치면 넌 몇살이 되니, 그럼 시집은 언제가니, 동생 먼저 가라고 해야겠다, 돈은 그래서 언제 벌 수 있냐 등등 당장 닥쳐오는 시험이 버거웠던 나에게 저런 걱정어린 말들은 나를 위한 걱정임을 알고 있지만, 반갑지 않았다. 그리고 취직한 친구들의 걱정어린 말들도. 이제는 우리는 꿈을 쫓기보다는 현실에 맞춰 앞날을 생각하며 살아야한다는 친구의 말이 내 앞날을 위해 하는 말인것을 알면서도 서운하기도 했다. 내가 내일 죽을 수도 있는 것인데,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를 걱정하며 지금을 그저 내 현실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게 슬프기도 했다. 그래서 일것이다. 이 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 말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는 꿈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주야장천 듣고 자랐다. 그런데 그 얘기는 이르면 고등학생이 된 후, 늦으면 대학생이 된 후에는 현실을 따라가라는 말로 바뀌는 것 같다. 안정적인 삶을 위해 살아라는 말을 주야장천 듣게되는 것이다. 남들 졸업할 때 졸업하고, 남들 취직할 때 취직하고, 남들 결혼할 때 나역시 결혼을 해야 잘 사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저 다른 사람들 보폭에 맞춰 나도 맞춰 살아가야 잘 사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도 나와있듯이 남들과 똑같은 인생의 속도로 살아가야할 의무는 누구에게도 없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맞는 때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니까. 조금 늦더라도, 아니 많이 늦어질지라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나의 때를 기다려보고자 한다. 이래도 저래도 후회는 남기 마련이고,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지면 된다고 생각하기에 저자가 말한 그 때를 기다리며 나아가볼까 한다.
총 다섯 테마로 구성되어 있던 이 책은 각각에 '쉼표'라는 말을 붙여 한결 마음을 여유롭게 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각 테마마다 다시 따뜻한 말들로 이루어진 부제목들이 달려 있다.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하게 구성되어 있던 이 책은 글씨체도 아기자기하고 글들도 자기 자신에게 혹은 친한 친구에게 말하듯 적혀 있어 한층 더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색채도 파스텔 계열로 이루어져 있어 포근한 느낌을 주었고 말이다. 대체로 디자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 책들은 경험상 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많았기에 기대 못지 않게 불안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제목에 충실한 정말 위로를 받기에는 좋은 책이었던 것 같다. 솔직히 글은 평범하다면 평범할 수 있는 글들이었다. 어느 에세이집에서나 볼 수 있는 분명 따뜻한 말이지만, 그만큼 흔한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들과 어울려지면서 그렇고 그런 흔한 글이 되지 않고 힘든 내 마음을 토닥 토닥 다독여주며 큰 힘이 되어 주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정말 응원 받고 싶고, 위로 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극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잠시 동심으로 돌아 갈 수도 있고,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지금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이 "나를 사랑하기"임을 일깨워 주었던 문구를 남기며 끝을 맺어볼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