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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인문학 -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진실한 대답
정지우 지음 / 이경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올해 유독 내 자신과 나의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는 한 해였던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것과 내가 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내가 가고자하는 길이 정말 나에게 맞는 길인가 의문도 많이 가졌고,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끝없이 질문을 하면서 지나간 나의 20대와 꼭 그만큼 남은 나의 20대 - 나이를 '만'으로 했을 때 기준으로 - 를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면서 지냈지만, 2013년이 한달도 남지 않은 지금, 이 순간에도 그것들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방황을 하고 있다. 아직은 청춘이라고 하고 싶은거 마음껏 해보라는 사람들과 이제는 현실을 생각하라는 사람들 틈에서 갈팡질팡하고만 있었다. 그래서일까? 표지도 너무나 딱딱하고, 청춘과 인문학의 만남도 내게는 어색해 보이는 이 책이 눈에 띈 이유 말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달리 여러 사상가와 사상들을 소개하고 있지는 않다. 중간 중간 내용과 어울려 사상가와 사상들이 나오기는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충적 역할을 하는 것이고, 그 양도 아주 적다. 그래서 인문학과 관련해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것 같다. 대신에 자신이 살아가야할 방향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던 이 책은 1부에서는 오늘날의 청춘과 과거 청춘을 비교 · 분석하고, 2부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인문학적 지식을 접목시켜 우리가 '현대'라는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밝히며, 3부에서는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하는지 그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 이렇게 굳이 책의 구성을 설명하고 있는 이유는 이 책은 이러한 구성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고 읽어야 읽는 도중 길을 잃지 않고 그 의미를 음미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 글솜씨가 모자라는 관계로 전체적인 감상을 위주로 남기기보다는 이러한 책 구성을 바탕으로 각 부에서 언급하고 있던 내용들 중 몇가지 골라 내 생각과 함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Ⅰ. 청춘이라는 문제
1부에서는 최근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잉여'라든가, '엄친아'와 같은 단어들과 관련해 오늘날 청춘들이 안고 있는 고민과 문제들을 분석하고 있다. 이 중 개인적으로 "잉여"와 관련된 부분은 오랜 시간 내 눈길을 머물게 했다. 나 스스로 지금 이렇게 보내고 있는 시간과 과거 열심히 살지 못하고 빈둥 빈둥 보낸 시간들을 생각하며 '잉여인간'이라고 자조를 수 없이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안하고 지내지는 않았다. 학교 다닐때는 장학금 받으려고 학과공부 열심히 했었고, 나름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보내기도 했다. 올해도 원하는 공부를 했다. 분명 팔자 좋은 백수마냥 놀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왜 나는 내 자신이 '잉여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일까?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 그 이유가 취직이나 현실적인 성공으로 연결되지 않았기에, 돈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임을. '잉여'라는 말 속에는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딜레마와 불안이 있다(p.19)는 것을 말이다. 나는 불안에 떨며 나의 시간들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하지만, 저자는 책에서 실제로 삶을 누리는 것은 '삶의 낭비'를 통해서 가능하다고,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 낭비의 시간(p.25)이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이때의 낭비는 최근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주제도 없이 메신저를 통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들까지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단지 돈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혹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삶다운 면모를 갖추기 위해 하는 대화까지 잉여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무슨 일을 하든 나의 앞날에 도움이 될까를 먼저 생각했었다. 그래서 하고 싶지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일은 지레 포기하고 말았던 것 같다. 그렇게 고민하고 포기하고 보낸 시간들이 결국 나 자신을 '잉여인간'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말이다. 적어도 앞으로는 이런 고민을 할 시간에 일단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하고 후회하나, 하고 후회하나 후회하기는 마찬가지라면 하고 후회하는 편을 택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p. 42
1부에서는 이외에도 청춘들의 방황을 대학의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하고, 인생을 단순하게 살려고 하는 청춘들을 비판도 하고 있다. 단순성은 겸손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오히려 오만함과 내가 옳다는 나르시즘을 남길뿐(p.41)이라고 말이다. 이 부분은 읽으면서 얼굴이 붉어졌던 부분이기도 했던 것 같다. 나 역시 타인의 말은 귀기울이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만 찾아 다녔기 때문이다. '상대주의'라는 개념을 들먹이며 나와 다른 생각은 인정하는 척하면서 배척했던 것 같다. 반성하고 또 반성하는 부분이다. 보편적인 기준들을 세우고 상대주의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앞으로는 나만 옳다는 생각도,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오만함도 버리도록 노력해야 겠다.
Ⅱ. 현대라는 문제
2부에서는 1부에서 분석한 청춘의 고민과 문제들을 '현대'와 연결지어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우리가 '현대'라는 기반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다는 것이다. 과거와는 달리 거대하고 복잡해진 현대에서는 현대인들이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 일치감을 느끼지 못하고 단절되어 살아가게 되며, 사라진 현실 대신 '소비문화'와 '대중매체'가 이 공간을 채우게 된다는 것이다(p.108-109). 하지만, 현대인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것과 달리 현실 속에서 여전히 살아가고 있고, 현실도 계속 침투해 들어오기 때문에 문제라고 지적한다.
p. 134
솔직히 이 part는 100% 흡수하지 못했다. 아무리 적다고 하나 생소한 철학자들의 이름과 사상의 개념 및 용어들은 기존의 나의 지식과는 배치되는 부분도 있고 같은 단어를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기도해 혼란을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복과 관련해 흔히 우리가 '자기 만족'이라 부르는 행위 밑에도 '타인의 시선'이 깔려 있으며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내적 우월감을 느낀다(p.133-134)고 했던 부분은 그동안 나의 만족을 위해 꾸미고, 내가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한다던 공부가 사실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행해지는 가짜 자기 만족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 온전히 '나'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동안 왜 주변에서 알아주지 않으면 그토록 나 자신이 힘이 들었는지 비로소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내가 '행복'이라고 부르던 것들이 모두 진짜 나의 행복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서 규정된 남의 행복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토록 난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말은 하면서 행복함은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정해진 나이에 취직하고
정해진 나이에 결혼하고
이미 삶의 계획표가 짜여진 어른?
남들이 모두 좋은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어른?
그게 어떤 어른인데?
그런 맞춰진 어른이 된다면
과연 행복할까?
하일권의 <안나라수마나라> 中
예전에 하일권의 웹툰을 보면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이며, 행복이라는 것은 또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청춘 인문학>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진짜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꼭 뭐가 남아서 하는 일이 아니라 아무것도 남는게 없는 일이라도 내가 좋아서 하는 일, 그 일을 하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도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결국 거기서도 행복을 찾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답답하다.
p. 167
Ⅲ . 삶과 현실
마지막 3부에서는 1,2부에 다루었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들이 나와있다.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현실 우위'의 삶이 아니라 '삶의 우위'의 삶을 살아라는 내용이다. 삶의 우위는 말 그대로 삶이 현실보다 우위에 있는 삶이다. 타인으로부터 의식을 분리시켜 그들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기준을 정해 살아가는 삶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곧 '삶의 복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의식 속에 삶의 관념을 두고,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의식을 통해 스스로를 부정하고 비판하면서 벽을 허물어 가는 것(p.169)이다.
p. 178
저자는 일기를 쓰거나, 스터디를 조직해 토론을 하는 등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스스로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좋다고 강조한다. 다만 타인 - 책에서는 타인이 2가지 의미로 쓰이는데, 이때 타인은 획일화, 집단화 된 부정적인 의미의 타자가 아니라 나의 주변에서 나와 더불어 발전할 수 있는 긍정적인 의미의 타자이다. - 과 진정한 의미에서 관계를 맺어 나가는 것이 '삶의 확대'와 관련되는 만큼 타인과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삶의 확대를 위한 활동을 하고, 서로의 이해를 돕고 증진시키고자 노력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p223)
p. 213
결국 우리 삶은 우리가 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생각하는대로, 내가 하는 행동대로 내 삶은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를 망각한 채 현실에 휩쓸려, 주변에 휩쓸려 자신의 삶을 잃고 살아가고 있다. 부정적인 의미에서의 타자와는 거리를 두고,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타자와 가까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책이었음에도 내 머리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려면 생각하는 훈련을 많이 해야 될 것 같다. 논리적인 구성이 굉장히 돋보이고, 설명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던 책이었다. 다만,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개념들이 혼동을 줘 나중에는 읽기가 버거워질 수도 있었던 책이기도 했기에 나와 같은 초보자가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삶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p. 20
타인의 시선에 너무 신경을 쓰고, 조금만 튀어도 큰 일이 나는 줄 아는 나에게 나 스스로 하고 싶은 말이라 남겨 본다. 나는 나대로,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대로 달라서 아름답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