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 유니스, 사랑을 그리다
박은영 글.그림 / 브레인스토어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요즘들어 그림 에세이집을 자주 접하게 되는 것 같다. 이번에 읽은 책도 예쁜 그림과 감성을 자극하는 글들이 모여 있는 그림 에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어른 동화'라고 하는게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보통의 에세이집과 달리 이 에세이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5장부터는 다소 연결고리가 끊어지면서 기존 에세이집처럼 부제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시련을 치유해가는 한 여인의 모습에 초점을 맞춰 생각한다면 이별후를 이야기하고 있는 앞장과 연결이 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야기는 <사랑해>라는 제목과 달리 이별로 시작이 된다. "내가 떠나도 되겠니?"(p.14)라는 말과 함께 연인은 화자를 떠난다. 그리고 화자는 떠난 연인을 그리워하며 함께했던 지난 시간들을 추억하고, 떠난이를 여전히 사랑하며 기다린다. 그리고 마침내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그리운 이가 다시 돌아와 재회하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가 된다.

 

이야기는 격정적인 갈등도, 상실감으로 인한 화자의 심한 감정 기복도 찾기가 어렵다. 세밀한 감정표현으로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잔잔한 느낌을 준다. 이별로 인한 분노와 원망보다는 담담함과 그리움이 강하게 느껴진다. 흔하디 흔한 연인들의 일상을, 누구나 한번쯤 사랑을 했다면 있을 추억을,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들일 수도 있는 '그' 사랑하는 동안의 이야기를 담담히, 때로는 그리움에 사무쳐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전체적으로 잔잔한 느낌이 강하다보니 다 읽고 났을 때 기억에 남는 구절이나 감정의 잔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누군가의 지나가버린 오래전 사랑 이야기를 듣는 듯 먹먹하게만 느껴질 뿐.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먹먹함이 감동으로 연결 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스토리 구성에서는 조금 아쉬웠다.

 

p. 98

 

하지만, 이 책의 그림은 그림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이 책의 가치를 한껏 높여주었던 것 같다. 그림이 참 따뜻했다. 색채도 예쁘고, 그림도 아기자기하면서 여성스러워 화자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읽기에 좋았던 것 같다. 초반에 이별의 슬픔을 말하고 있는 화자의 말과 그림이 주는 따뜻함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는 이별은 했지만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화자의 사랑을, 그 사랑의 따뜻함을 전하고 싶어했던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비록 이별로 시작되는 이야기였지만, 화자는 이별로 혼자가 된 그 순간들에도 지난날을 추억하며 자신의 사랑을 이어간다. 그리고 그리운이가 돌아왔을 때, 연인이 내미는 손을 잡으며 연인을 따뜻하게 맞아준다.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도 사랑은 그 자리를 지킨다(p.194), 라고 말하던 화자답게 화자의 사랑은 항상 그 자리 그대로 있었던 것이다.

 

모르겠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이렇게 답답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아직 사랑을 모르기 때문인지, 화자의 그 깊고 깊은 사랑을 아직은 이해하기가 힘들다. 내가 지금보다 더 성숙하고,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되었을 때 읽는다면 화자의 그 마음을, 저자의 그 깊은 뜻을 알 수 있을까?

 

추운 겨울, 사랑의 따뜻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읽기에는 좋을 듯 하다. 어떤 이는 화자의 사랑에, 나와 같은 이는 저자의 그림에서 온기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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