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측 죄인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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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공소시효 그리고 법. 이 3가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 어떤 색과 모양의 정의를 추구해야할지 끝없이 되묻는 소설. 정답은 없지만 정의 실현을 위해 법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고민하게 만드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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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측 죄인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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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느 교수님이 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신 적이 있다. 그때 난 정의를 실천하며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지켜주는 것이라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그랬더니 그 교수님이 하시는 말씀이 그러면 법은 지켜야 하는 것이냐, 라는 다소 내게는 엉뚱하게 들리는 질문을 다시 하셨다. 역시 난 주저 없이 그렇다, 라고 대답을 했고 교수님은 내게 아직 어리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는 본인이 살아보니 법은 지키는 것이 아니라 이용하는 것이더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 이용을 누구를 위하여,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더라는 말씀과 함께. 그때는 그 말을 듣고 반감이 들었다. 법을 가르치시는 분이 아무리 사적인 자리라 해도 저런 말을 해도 되나 싶으면서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그 교수님께 조금 실망도 했다. 그때까지의 내게는 법과 '준수'라는 말은 어울려도 법과 '이용'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법이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완벽하지 않고, 약자들을 마냥 지켜주기만 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하나씩 깨달으면서 그때 그 교수님의 말씀이 문득문득 생각이 나고는 한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정의란 무엇인가로 시작하여 정의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써 법은 완벽한가로 이어지는 이 추상적이고도 난해한 질문들에 답을 찾기 위해 책을 뒤져보기도 하고 이것저것 검색도 해보지만 역시 이 질문들에 대한 딱 떨어지는 답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를 때는 쉽게 외칠 수 있던 그 정의가 세상을 조금씩 알게 되고, 조금씩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어려워진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무거운 짐처럼 느껴져 때로는 외면한 채 지내기도 한다.


한동안 그랬다. 당장 내 눈 앞에 현실이 우선이고 그런 고민을 한다고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애써 외면하면서 지냈다. 아무것도 아닌 내가 굳이 그런 생각을 해봐야 뭐하나, 라는 나의 열등감도 작용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외면하고 지냈던 그 질문들을 다시 떠오르게 하는 책을 만났다. 일본 연애 소설은 좋아하지 않지만 일본 추리 소설은 좋아하다 보니 읽게 된 <검찰 측 죄인>이 그것이다.


 

 


미스터리물이지만 '누가 범인인가'는 그다지 중요하게 다가오지 않았던 소설이었다. 보통 추리, 미스터리물은 누가 범인인가가 중요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등장인물 한 명 한 명 의심케하면서 읽어나가게 만드는데, 이 소설은 진범이 누구인가 보다 과연 주요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정당했는가, 각자가 외치는 수많은 정의 중 어느 것이 진짜 정의라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23년 전 발생한 여중생 살해 사건과 23년 후 발생한 70대 노부부 살해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가 된다. 공교롭게도 이 두 사건에는 공통된 용의자가 한 명이 있다. 23년 전 여중생 살해 사건에서 마지막까지 범인으로 지목되었던 마쓰쿠라라는 자가 70대 노부부 살해 사건에서도 용의자 목록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리고 70대 노부부 살해 사건 직후 여중생 살해 사건은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이후 마쓰쿠라를 취조하면서 경찰과 검찰은 23년 전 여중생 살해 사건의 진범이 마쓰쿠라라는 자백을 받아내지만 마쓰쿠라는 70대 노부부 살해 사건은 자신이 하지 않았노라 주장한다. 공소시효가 만료되자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는 마쓰쿠라를 보면서 경찰과 검찰은 마쓰쿠라가 이번 사건에서도 진범일 것이라 생각하고 수사를 진행한다. 오직 마쓰쿠라에 초점을 맞춰서. 그리고 여기서 두 검사의 가치관이 충돌한다. 공소시효 만료로 더 이상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 마쓰쿠라를 다른 죄를 뒤집어씌워서라도 처벌을 받게 하고자 하는 베테랑 검사 모가미와 악인이더라도 그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서만 처벌을 해야 한다는 새내기 검사 오키노. 좋은 스승과 제자였던 둘은 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서로가 지향하는 정의 실현을 위해 갈라서게 된다. 그리고 각자 자신들의 방식으로 정의의 검을 들고 정의를 실현하고자 한다.


결국 승부는 오키노의 승리로 끝난다. 하지만 오키노는 웃지 못한다. 오히려 모가미가 있는 도쿄 구치소를 바라보며 오열하고 만다. 그리고 소설은 거기서 끝이 난다. 승리자인 오키노의 오열이 보여주듯 소설은 통쾌, 상쾌와는 거리가 먼 찜찜함을 남기고는 끝나버린다. 정의를 외치며 결국 법질서를 해치고 살인까지 저지른 모가미. 분명 그의 정의는 과한 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키노처럼 나 역시 그가 안타깝고 또 그의 정의가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었다. 마쓰쿠라는 자유인이 되었고, 검찰과 경찰로 인해 누명을 쓴 불쌍한 사람이 되어 여론의 동정심을 얻는다. 그리고 급기야 자신이 자백했던 23년 전 여중생 살해 사건도 경찰과 검찰의 강압에 의해 진술했노라 번복하기에 이른다. 선량한 사람을 도왔다로 일을 마무리 짓고 싶어 하는 유명 인권 변호사의 남은 인생을 위해 그렇게 하라는 조언을 받아들여 말이다.


누구의 정의가 옳다, 그르다 얘기할 수 없을 것 같다. 여전히 난 모가미의 정의도, 오키노의 정의도 모두 어느 정도 일부 옳다고 생각한다. 만일 내 주변 사람이 여중생 유키와 같이 살해를 당해 죽었고, 그 진범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음에도 공소시효 만료로 더 이상 죄를 물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면 나 역시 모가미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법률이라는 검을 든 검사라는 직분에서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오키노의 말도 일리가 있으니 말이다.


이번에도 역시 정의에 대한 답을 찾지 못 했다. 그저 나라는 사람은 줏대 없이 머리는 오키노를 따르고 감정은 모가미를 따른다는 것을 확인만 한 것 같다. 그리고 공소시효는 수많은 이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없어져야 하는 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마음이 많이 무거워지는 소설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졌지만 한 명은 제대로 법의 심판을 받지 못하고 죽었고, 한 명은 유유히 법망을 피해 자유인이 되었다. 공소시효와 정의, 그리고 법이라는 검에 대해서 이 소설을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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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시 나의 책 - 손글씨로 만드는 나의 첫 시집
박준.송승언.오은.유희경 지음 / arte(아르테)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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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조금 특별한 책이 내게 왔다. 직접 시를 쓰면서 읽는 시집, <너의 시 나의 책>이 그것이다. 좋아하는 시인이 정해져있고, 시집으로 한 시인의 시를 읽는 것보다 인터넷 검색으로 시구가 좋은 시들을 찾아 읽는 것을 더 선호하던 나였기에 그동안 시집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이번 시집이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내게는 처음이나 다름없는 시집이었고, 단순히 읽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손으로 쓰면서 읽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나의 '첫 시집'이었기 때문이다.


 


책을 펼쳤을 때 제일 먼저 만났던 오은 시인의 글은 이 시집에 더 큰 흥미를 느끼게 했다. 시 한 편을 백지 위에 옮겨 적는 일을 일상에 균열을 내는 일, 틈을 벌리는 일이라 말하며 시를 옮겨 적는 동안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던 그의 말은 이 시집이 가지고 있는 힘을 새삼 깨닫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시 한 편을 읽어내려가면서, 마음에 들었던 시들을 한구절씩 써내려가면서 그의 말처럼 오랜만에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워낙 악필이다보니 마음에 드는 시들이 많았음에도 모두 쓰지를 못 했다. 쓰다보면 나도 모르게 내 글씨에 신경을 쓰느라 몇 번이나 썼다 지웠다를 하다보니 시간도 많이 들고 시에도 온전히 집중하지를 못해 정말 마음에 드는 시 몇 편만을 골라 써보았다.


 


'오늘'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60편의 시를 담고 있는 이 시집은 때로는 달콤한 떨림을 또 때로는 쓸쓸한 외로움을 또 때로는 잔혹한 자기 반성을 또 때로는 씁쓸한 현실을 노래하고 있다. 어떤 시 앞에서는 지나간 어느 시간이 생각이 나서 멈추기도 하고 어떤 시 앞에서는 나를 위로하는 어느 시구에 붙들리기도 하면서 4명의 시인들이 엮은 시들을 하나하나 읽고 써보았다.


 

 


독특하게도 이 시집은 단순히 시를 옮겨 적는 것을 넘어 직접 독자들이 빈칸을 채워야 완성되는 시들도 있었는데, 어떤 시는 정말 밤 늦은 시간 감수성이 충만할 때 쓰면 좋은 시들도 있었고 또 어떤 시는 마음 편하게 아무것나 적어 넣어도 완성되는 시들도 있어서 재미있기도 했다.

정말 말그대로 나의 오늘 이야기로 채워지는 시집이라 더 의미있고, 단순히 시집을 읽는다가 아니라 함께 시집을 만들어 간다는 느낌이 들어 새로웠다. 


 


아쉽게도 나의 시적 감상능력이 많이 모자라 모든 시를 이해하지는 못했다. 어떤 시는 몇 번을 읽어도 이해가 가지 않아 포기하기도 했지만 몇 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고 계속 읽게 되던 시들도 있었기에 나의 첫 시집 읽기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비록 소화시키지 못한 시들은 다음에 다시 읽었을 때 그 의미를 알게 될 수도 있으니 너무 실망하지 말아야 겠다. 


마지막으로 손글씨로 만드는 나의 첫 시집, <너의 시 나의 책>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들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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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 역사를 경계하여 미래를 대비하라, 오늘에 되새기는 임진왜란 통한의 기록 한국고전 기록문학 시리즈 1
류성룡 지음, 오세진 외 역해 / 홍익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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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KBS1에서 하는 드라마 <<징비록>>이 화제다. 이 드라마의 바탕이 된 조선 중기의 정치가이자 학자인 류성룡1이 지은 <징비록>은 ​이순신이 남긴 <난중일기>와 함께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 참극을 담고 있는 또 하나의 기록물이라고 한다. 부끄럽게도 나는 이번에 이 드라마를 통해 <징비록>을 알게 되었는데, 류성룡이라는 인물 역시 이순신의 <난중일기>을 통해 그리고 한참 대한민국이 영화 <<명량>으로 들썩일 때 이순신의 능력을 알아본 이가 류성룡이었다는 말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게 다였다. 그래서 그동안 미처 알지 못 했던 류성룡이라는 인물과 <징비록>이 궁금해 책을 찾아보게 되었다.


하지만 선택이 쉽지가 않았다. 많은 출판사에서 <징비록>을 출간해 어떤걸 선택해서 읽어야 할지 막막했다. 원문에 충실한 책부터 소설 형식까지 그 형식도 다양했다. 예전에 <난중일기>을 접하면서 원문에 충실한 책을 처음 읽었는데, 원문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풀이가 전혀 없어서 그 시대에 대한 배경이 부족한 내게는 너무 어려워 여러 출판사의 <난중일기>를 몇 권 더 읽었던 경험이 있었던 터라 이번에는 원문에 충실하되 풀이와 설명이 풍부한 책이 읽고 싶었다. 그래서 리뷰와 책 소개를 꼼꼼하게 찾아보았고, 어떤 분이 출판사별로 정리해 놓은 리뷰가 있어 그것을 토대로 홍익출판사의 <징비록>을 선택해 읽게 되었다.



홍익출판사에서 출간한 <징비록>은 원문에 충실하되 역자들이 '징비록 깊이 읽기'라는 부분을 통해 원문 내용에 대한 설명과 풀이 그리고 당시의 시대적 배경 등을 소개하고 있어서 내가 찾고 있던 책에 가장 가까웠다. 거기다가 한문학과 동양철학, 국사학을 전공한 역자들이 집필한 책이라 객관적이고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었고, 당시의 배경을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어서 막히는 부분 없이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다. 조선시대에 쓰인 책이라 옛날 용어들이 많아 읽는데 꽤 오래 걸리겠다 싶었는데, 의외로 소설 읽듯이 금방 읽어나갔던 것 같다. 류성룡의 탁월한 문장에 역자들의 풀이가 더해져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과 사진들도 풍부해 읽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임진왜란 당시 왜적들이 3방향으로 나뉘어 진격해 한양을 점령하기까지 그 과정을 지도로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글로만 읽었을 때는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이 지도나 그림을 통해 이해가 되고는 했기에 도움이 정말 많이 되었고 지루한 감도 덜어주었던 것 같다.



총 4권에 녹후잡기를 비롯해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던 <징비록>을 읽는 동안 안타까움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제대로 된 저항도 한번 못해보고 무너지던 당시 상황이 너무 답답하고 왜적들의 행위에 분통이 터지기도 했다. 그리고 <징비록>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기를 바랐던 류성룡의 바람과 달리 조국을 결국 잃었던 우리의 지난날과 21세기에도 별로 달라진게 없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 떠올라 부끄럽기도 했다.



역사를 경계하여 미래를 대비하라.

<징비록>에 담겨있던 임진왜란 당시 우리가 그토록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정리함으로써 이 말을 깊이 되새겨 볼까 한다. 여전히 우리 한반도는 강대국의 눈치를 보면서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는 실정이다. <징비록>의 의미를 깊이 되새겨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1. 오랜 평화가 가져다준 안일함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전까지 조선은 2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외적의 큰 침입 없이 평화로운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많이 나태해져 있던 상황이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년 전, 왜적의 상황이 수상해 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한 류성룡은 미리 성곽을 수리하거나 무기를 조사하는 등의 전쟁 준비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조정 대신들을 비롯해 백성들 중 어느 누구도 전쟁을 걱정하며 준비하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태평성대에 무슨 전쟁을 준비하냐면서 백성들의 불만은 컸다. 결국 이러한 안일한 생각들로 조선은 제대로 된 전쟁 준비를 할 수 없었고 왜적의 침입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나 당시 일본은 긴 세월 전쟁을 하며 통일을 이룬 직후라 군사적으로 막강했음에도 우리는 이러한 일본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랜 평화는 결국 우리를 나태하게 만들었고, 우리는 임진왜란 초반 한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왜적들에게 길을 내주는 등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보이고 만다.


2. 무능했던 임금과 조정 대신들

대외적으로는 2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외적의 큰 침입 없이 평화롭게 지냈지만 이와 반대로 대내적으로는 조선의 조정은 당파싸움으로 썩고 있던 상태였다. 조선의 운명을 손에 쥐고 있던 임금조차도 현명한 판단을 하지 못한 채 임진왜란 초반 갈팡질팡하며 수도를 버리고 피난길에 오른다. 조정 대신들은 왜적들이 쳐들어오는 상황에서도 서로 누구의 잘못인지 따지며 다투기 바빴고,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상은 주지 못할망정 오히려 형벌을 내리는 어처구니없는 모습들을 보인다. 거기에 더해 앞장서서 나라를 지켜야 하는 장수들은 군사와 백성들을 두고 도망가기 일쑤였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스스로 왜란을 극복할 생각을 하지 않고 마냥 명의 도움에 기대고자 했던 그 당시 지도자들의 모습이다. 임금을 비롯해 조정 대신들은 명의 군사만을 기다리며 사태 수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1차적으로는 조선과 일본의 전쟁임에도 강화 협상 때는 조선은 배제가 된다. 하지만 조정은 거기에 말 한마디 하지 못한다.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백성들이 고스란히 안을 수밖에 없었고 백성들은 왜적이라는 적뿐만 아니라 아군으로 있는 명의 군사들에게 조차도 약탈당하고 괴롭힘 당하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무기력하고 무능한 조선의 지도자들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우리의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던 대목이기도 하다.


3. 우리의 힘을 키우지 못한 잘못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우리가 우리 힘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류성룡은 지적한다.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우리는 너무나 무능했고 안일했으며 힘이 없었다. 좋게 말하면 이는 순박했던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결국 무지했기 때문인 것이다. 당시 일본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 했던 점, 평화로움 속에서도 언제나 전쟁에 대한 위험을 걱정하며 대비하지 못 했던 점, 나라를 지킬 수 있는 훌륭한 장수들을 미리 선발하지 못 했던 점, 당파에 관계없이 능력 있는 자들을 대접하지 못한 점 등은 결국 우리 스스로 우리의 힘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만든 안타까운 대목들이다.



임진왜란의 아픈 기억을 잊지 말고 이를 경계하여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며 <징비록>을 쓴 류성룡의 바람과 달리 우리는 병자호란이라는 또 한 번의 외적의 침입으로 아픈 상처를 간직하게 되었고 일제에 의해 조선 왕조는 막을 내렸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한국 전쟁으로 남과 북이 나뉘어 분단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이제는 <징비록>에 담겨있는 그 뜻을 되새기고 실천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여전히 강대국 사이에서 눈치 보기 바쁘지만 우리 다음 세대들은 그리고 그다음 세대들은 우리처럼 살지 않도록 우리가 우리의 힘을 키워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징비록>에 담긴 의미를 되새겨 더 이상은 뼈아픈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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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위로 한마디 (선물포장 에디션) - 나에게 전하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격려
메러디스 개스턴 지음, 신현숙 옮김 / 홍익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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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럴 때가 있다. 별 탈 없이 잘 지내다가도 어느 날 문득 하는 일들이 재미없고 삶이 따분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고 있는 일에 자신도 없고 앞날을 생각하면 너무나 까마득한 나머지 두려울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어떤 생각도 하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그저 멍하니 아까운 시간들을 또 보내고 마는 그런 때가 있다. 이번 주가 그랬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꼭 연례행사처럼 한 번씩 찾아오는 이런 감정들은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저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스스로 생기를 되찾고 괜찮아지기만을 기다리는 경지에까지 올랐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해 늘 건네는 말이 있다. 다윗 왕의 반지에 새길 글귀를 고민하고 있던 세공인에게 어린 솔로몬이 말했다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이다. 승리에 교만하지 않고 절망에 좌절하지 않도록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글귀를 반지에 새기고자 했던 다윗 왕의 마음처럼 나 역시 이 글귀를 늘 되새기려고 하는데, 주로 힘들 때 이 문구가 많이 생각이 나는 것 같다. 몇 글자 되지 않는 아주 짧은 말 한마디에 불과하지만 그 힘은 대단해서 때로는 이 말 한마디로 그런 감정들을 이겨내고는 한다. 이렇듯 짧은 말 한마디지만 백 마디의 말보다도 더 위로가 되는 말들이 있다. 사람마다, 때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겠지만 마음에 콕 와 박히는 말이 누구에게나 하나쯤 있지 않을까 싶은데 혹시 그런 한마디가 없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번에 읽은 책을 권해주고 싶다.  


내게는 낯선 화가이자 작가인 이 책의 저자 메러디스 개스턴은 사랑스러운 언어와 담백하고 고운 수채화로 아름다운 책을 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이번에 만난 그녀의 <나를 위한 위로 한마디> 역시 그런 책이었는데, 나 역시 그녀의 그림에 반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일종의 작품집이다. 에세이라고 분류하기는 했지만 저자의 글은 찾기가 힘들다. 대신 저자가 찾아낸 보석과도 같은 잠언들과 그런 잠언들에 그녀의 그림이 더해 담겨져 있다. 그래서 마음먹고 읽으면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지만 문득문득 와 닿는 한마디에 페이지를 넘기던 손길은 종종 멈추게 되던 책이었다. 대체로 꿈과 열정을 일깨워주던 잠언들이 많았는데, 그녀의 기발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그림들과 어울려져 책 읽는 시간이 참 즐거웠다. 무기력해져 있던 내게 용기와 열정을 다시 되새길 수 있게 해주던 책이었던 것 같다. 책 마지막에는 소개되어 있던 잠언들의 출처도 밝혀져 있었다. 그런 말을 한 사람들의 생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어 소개되어 있던 한마디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를 위한 위로 한마디

작가
메러디스 개스턴
출판
홍익출판사
발매
2015.03.05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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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용으로 출판사에서 직원분들이 직접 포장한 한정판도 있다. 한정판이라 혹시 못 살까봐 다음 달 친구 생일 선물로 미리 사놓았다. 추가로 저자의 그림이 담긴 수첩도 들어있어 선물용으로 더욱 좋았던 것 같다. 아기자기한 그림을 좋아하는 주변 지인들에게 혹은 위로가 필요한 지인들에게 선물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위한 위로 한마디>를 읽으면서 마음에 들었던 구절과 그림들을 몇 점 소개할까 한다. 내 마음이 요즘 현실과 이상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마음에 와 닿던 글귀들도 대부분 꿈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가끔 생각이 날 때 보려고 찍어놓았던 사진들인데,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본다.


당신이 꿈꾸는 곳을 향해 확신을 갖고 나아가라.

그리하여 상상만으로 꿈꾸던 그 삶을 살아가라.

헨리 데이비드 소로





당신이 어디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디로 가려하는지 그것이 중요할 뿐.

엘라 피츠제럴드




꿈을 향해 계속 나아갈 용기만 있다면,

모든 꿈은 이루어질 수 있다.

월트 디즈니




과거로 돌아가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다시 시작해서

새로운 끝을 맺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마리아 로빈슨




꿈을 향해 깨어 있는 삶이야말로 진짜 인생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활기 넘치는 마음이야말로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


마지막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주사위 놀이판이기도 하다. 태양계 행성 이름 세 가지 쓰기, 자신을 응원하는 다섯 가지 말 떠올리기, 걸음을 멈추고 아이스크림 사 먹기 등 재미있고 기발한 것들을 많이 해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신선했던 부분이라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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