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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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문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

이 문장 하나가 토니 개인의 기억과 진실의 문제에 대한 가장 정확한 해답이자 복선일 것입니다. 책을 끝까지 읽고 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지.. 2부의 마지막 장을 읽고서야 절실히 깨닫게 됩니다. 특히 원서로 읽지 못하는 슬픔이.. 크게 와닿아요. 주인공과 주변인들 사이의 대화, 주인공의 독백.. 그 원문이 지닌 의미가 궁금해진달까요.

소설 '누구' 를 읽었을 때와 유사한 섬뜩함이 느껴집니다. 저 자신을 들킨 것 같은 느낌 때문이예요. 제가 살아온 날이 길진 않지만 그간의 기억들이 얼마나 조작되어 있을까 -자기보호 본능에 따라 적절히 감해지는- 그리고 그러한 착각들은 얼마나 자기 보호를 위해 쓰여왔을까 문득 궁금해 지더군요. 갑자기 나이를 먹고 제가 생각해온 저보다 더 추악하고 악랄한 모습을 -잊고있던, 혹은 지워낸 기억들로부터- 알게 된다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망각이라는 게 왜 인간에게 축복인지 책을 통해 여실히 드러납니다. 이와 함께 그러한 조작된 기억 혹은 망각이 누군가에겐 행복을, 누군가에겐 평생의 상처, 불행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도요.

과거의 기억 속에 '나' 를 위해 좋지 못한 기억, 이미지로 남은 사람들에게 문득 미안해집니다. 제가 잊어버린 잘못도 그만큼 많을텐데 말이죠. 좀 더 자기중심적이지 않게 살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할 것 같아요. 기억조차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 인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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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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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우리 나라에서 인기있는 작가 중 하나. 그녀의 소설은 최근에 읽은 잡동사니 외에 몇 가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불륜이 등장한다는 점은 꽤 편치 않다. 그녀의 소설을 전부다 읽어보진 못 했으므로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불륜을 자주 다루는 작가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그래서 굉장히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채 연애만을 고수하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결혼 생활에 대한 에세이를 썼다는 사실은 놀랄 노자다!! - 책이 쓰여진 시점이 이미 96년이므로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그녀가 결혼을 했다는 자체가 놀라웠다. 세상 어느 남자가 불륜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데 독보적인 능력을 지닌 글쟁이여자와 용감하게 결혼할 수 있을까 =_= -나는 이럴 때보면 정말 보수적인 사람이다..- 그녀가 평생 한 사람하고 살 마음으로 결혼했을 것 같진 않지만.. 결혼 서약이라니 아이러니라고 생각했다.

오늘도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풍경을 보고 있다.
생각해 보면 다른 풍경이기에 멋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서로가 지니고 있는 다른 풍경에 끌리는 것이다.
그때까지 혼자서 쌓아올린 풍경에.


그녀의 책은 생각보다 담백하고 진솔한 어조로 씌어졌다. 그녀 특유의 짧고 간결한 문체, 청아한 어조는 그녀의 이야기에더욱 쉽게 빠져들게 해준다.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어쩔 줄 모르게 만드는 그 담백함. -대신에 어떤 책이든 읽고 나면 줄거리나 작가가 의도한 바가 뭐였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냥 불륜?! 의 정당화 정도??- 본인의 이야기라 더욱 차분하게, 한 편으로는 몽환적(?)으로 다가왔다. 일상과 전혀 동떨어진 것들 사이의 연결, 작가의 상상력이 느껴지는 극적인 묘사들. 과거의 기억과 현재, 감정과 일상생활을 넘나들면서 다소 정신없게 느껴지지만 기묘하게 환상적이고, 옆에서 귓가에 속삭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작가의 후기 뒷편에 지인(?)의 글이 있는데 에쿠니 가오리의 실제 신혼 생활인지, 논픽션이 가미된 글인지 모르겠다는 부분이 있다. 전적으로 동감이다!! 이야기라고 생각해도, 실제 이야기라고 생각해도.. 음 그 사이 중간 어디쯤인 것 같은 느낌?! 실제로 그녀는 이야기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나보다. 그 지인이 늘 그녀와의 이야기 끝에 오늘도 당했다 라는 생각을 하는 걸 보면.. 하하 대단하다. 막연하게 드는 생각이지만 그녀의 모습은 잡동사니에서 읽은 여주인공의 느낌과 흡사하다.. 남편을 대하는 모습이나 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들이.. 어쩐지 그녀를 형상화하여 만든게 아닌가 싶다. 독립적이면서도 서로에게 꼭 붙어 있는 모습이 책 속의 부부와 비슷하기도 하고.. 하하 그래서 이 책이 논픽션이 아니냐는 의문을 가지는 것도 당연하게 느껴진다. =_=;; 어쨌든 몹시 매력적인 글들이다. 문득 결혼이 강하게 하고 싶다.. 그 끝은 알 수 없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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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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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언 플린... 정말 하... 대단한 작가인 것 같아요.. 오분 전에 이 책을 끝까지 읽었는데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질 않네요.. 진짜 책 읽기를 멈추고 싶지 않다는 기분이 어떤건지 알 것 같아요. 처음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읽었을 때도 이런 느낌이었는데.. 제 생각엔 이 책이 좀 더 여운이 길게 가는 것 같아요.

일단 열린 결말이라고 해야하나, 석연치 않다고 해야하나.. 끝까지 소름 돋는 마무리였어요. 정말 이 책을 누군가와 이야기 하고 싶은 강렬한 기분!! 줄거리 자체는 단조로워요. 결혼 기념일 5주년에 사라진 아내, 가장 유력한 용의자 남편. 책은 아내의 일기와 남편의 현재 시점으로 번갈아가며 쓰여져있는데요.. 처음에는 이것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5~6년 간의 시간 차이를 두고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다보니 초반이 좀 지루한 감이 있어요. 그리고 너무 흔하디 흔한 출발이다보니 기대감도 그닥 없고요. 뭐 대단한 반전이 튀어 나오나보자 라는 심보로 보게 되는 것도 영화나 소설이나 스릴러가 넘쳐나는 요새같은 때엔 아마 어쩔 수 없는 마음이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뻔한 소재로 극도의 긴장감을 끌어낼 수 있다니 대단하네요.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들고 뒷 이야기가 몹시 궁금해집니다!

스포일을 할 수는 없으므로.. 줄거리에 대해서는 더 논하지 않겠습니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그리고 등장 인물들의 성장 배경에 따른 성격이나 심리 묘사가 치밀하게 잘 되어 있어서 사실적이고 입체적으로 느껴집니다. 영화로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아요. 그녀의 소설 나머지도 얼른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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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탱이 2017-01-07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영화을 먼더 봐버려서 결말을 이미 아는데 그래도 재밌을까요ㅠㅠ 엉엉
 
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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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는 계절이다. 감성적인 발라드가 생각나기도 하고, 날이 쌀쌀해지면서 지난간 사랑의 기억들, 누군가의 따뜻한 온기가 생각나기도 하고. 그리고 내 주변엔 유독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헤어지는 커플들이 많다. - 덕분에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낼 걱정은 늘 할 일이 없었다. 축하할 일은 아니지만.. - 봄도 봄이지만 가을에 헤어지는 것만큼 처량한 일이 없다. 감상적이고 우울한 기분을 만성적으로 유지시켜 준다. 여기저기 흘러나오는 슬픈 노래, 줄어든 일조량, 스산하게 굴러다니는 낙엽들, 차가워진 손을 꼭 붙잡고 다니는 커플들, 여기에 크리스마스 캐럴까지 흐르기 시작하면 이별을 막 경험한 친구들은 미치기 시작한다. 위로를 해줘야 하는 내 입장에선 정말 돌아버릴 것 같은 일이다. 하필 이럴 때는 더더욱 말문이 딱 막히고.. 사실 고등학교 이후 끊어진 것과 다름 없는 부모님의 쥐꼬리만한 원조로 늘상 생활고에 시달리는 고학생이다보니 사랑에 미친듯 아파본 경험이 그닥 없으므로 온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무리다. 결국 '넌 몰라서 그래' 라는 결국 내 가슴이 아픈 말로 상황이 늘 마무리 된다. 난들 사랑이 안 하고 싶어서 안 해봤겠냐.. 돈드는 일 아니라고 하기엔.. 요새 세태가 그렇지 못 하고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타이밍을 못 잡아 망하기 일쑤였을뿐.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나에게 깊은 감명을 준다. 사랑에 빠지고, 권태기가 찾아오고, 바람 나서 헤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아주 다양한 예를 들어가며 논리적(?)으로 설명해준다. 적어도 나같은 얄팍한 경험을 자랑하는 이공계생에게는 뭔가 엄청 와닿는다. 달콤하고 은유적인 사랑의 밀어 대신에 철학, 정치, 문화, 예술 다방면의 예로서 사랑의 과정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분석적인 접근을 통해 친근감이 느껴지게 한다. 여기서 친근감이란..머리 속에 알고리즘이 만들어지면서 단계적 접근과 이해를 가능케 하는 느낌을 말한다. 아직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이라던가 기초적인 서적도 버거워 하고 있는 상황에서 알랭 드 보통의 설명을 이해하는 것은 너무나 난해하고 어려운 일이다. 그 중에서 내 가슴과 머리를 땅! 하고 내려친 것은 사랑과 프랑스 혁명, 마르크스 등과 엮어 쓴 내용이었다. 어떻게 사랑을 이것과 연관 시켜 쓸 생각을 했을까?! 전혀 로맨틱하고 달달하지 않다. 그저 현실적이고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 중 하나를 설명하는 것 같은 단조로운 의사 표현이 더 과장없이 와닿는다. 나로서는 그의 유연한 사고 방식과 방대한 지식의 양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스토리가 뻔하고 다소 고전적인 소재이지만 그 표현 방식, 독특한 시각으로 모든 것을 커버하는 것 같다. 오직 그만이 이런 진부한 이야기를 세련되고 흥미진진하게 바꿀 수 있지 않을까?!

3부작 시리즈 중 이제 하나를 읽었을 뿐인데 가슴이 설레인다. 아무래도 글이 어렵게 느껴지다보니 읽는 속도가 매우 더디지만 한 줄, 한 줄 음미하면서 읽다보면 소설을 읽고 있지만 지식이 쌓여가는 느낌이다. 나에게 과학 외에 인문학으뢰 첫 발을 가능케 해준 책! 정말 위트있고 지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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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라 문서
파울로 코엘료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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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매서워지기 시작한 가을 바람이 불아오고, 낙엽이 떨어지고, 귓가엔 감성 발라드가 흐른다. 일조량이 떨어지면서 확실히 세르토닌의 분비가 감소되어 우울 모드가 지속된다. 가을을 탄다는 것은 결국엔 고독하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옆에 없음에 외롭고, 있어도 나를 온전히 이해받을 순 없다는 사실에 외롭고. 사람을 한없이 각자의 우물을 파고 들어가게 하고, 외롭고 또 외롭고 또 외롭게 만드는 계절이 가을이다. 이래서 겨울엔 우울증 상담 환자가 급증할 수 밖에 앖겠지..

외로움을 느끼는 데는 크게 두 부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째는 애착 대상이 없으면 외로움을 느끼는 것, 두 번째는 자신에게 관심과 애정이 쏟아지지 않으면 외로움을 느끼는 것. 둘 다 애정을 갈구한다는 면에서 그 뿌리는 비슷하지만 인간 관계에 대한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다. 전자는 벗, 또는 애인의 부재를 견딜 수가 없다. 홀로 남겨진다는 것 자체, 고독해진다는 것 자체을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그들을 버리고 떠난 사랑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없다. 떠난 누군가에게 돌아와달라고 간청하는 것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고 옳은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 그저 버려진다는 것 그 자체에 집중할 뿐. 후자는 특정 대상의 애정과 관심도 필요하지만 덧붙여 절대 다수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 항상 어떤 집단의 중심이 되어야 하고 그러한 집단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다. 자신을 집단 내 다른 누군가와 동일하게 대하거나 혹은 자신의 위치를 위협한다고 느끼는 다른 이가 나타나면 극심한 외로움, 분노, 증오 등을 느낀다. 따라서 돌아와줄 것을 간청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뿐더러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는 부조리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왕따를 조장하거나 이간질, 뒷담화, 자극적인 이슈들을 끊임없이 던지게 된다. 악질이다.

어떠한 식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든, 고독에 대한 그 인식을 바꿔야 한다. 고독은 사랑의 반대, 혹은 부재가 아니라 사랑을 채우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다. 나 자신을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이 고독의 시간이며, 나 자신의 욕구, 성향, 자아를 정확하게 인지할수록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랑의 참된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고독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되고 이를 통해 창작과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다. 혼자 있음을 두려워하기 보다 고독의 시간을 감사하게 받아들일 때 우리는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되고 삶에서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다. 진정으로 내가 원하고 구하던 것들.

파올오 코엘료의 [아크라 문서] 중에서 고독에 대한 주옥같은 말들이 쓰여 있다. 그것을 인용해 본다.

우리 모두가 그러하다. 죽음이라는 불청객을 마주 대하는 가장 중요하고 가장 두려운 순간에 우리는 누구나 혼자다. 사랑이 신의 영역이듯, 고독은 인간의 영역이다. 삶의 경의를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사랑과 고독은 평화롭게 공존하는 개념이다. 고독 속에 놓일 때 마음이 무거워지는 사람들은 삶의 가장 중요한 숭간에 우리는 늘 혼자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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