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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라 문서
파울로 코엘료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평점 :
제법 매서워지기 시작한 가을 바람이 불아오고, 낙엽이 떨어지고, 귓가엔 감성 발라드가 흐른다. 일조량이 떨어지면서 확실히 세르토닌의 분비가 감소되어 우울 모드가 지속된다. 가을을 탄다는 것은 결국엔 고독하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옆에 없음에 외롭고, 있어도 나를 온전히 이해받을 순 없다는 사실에 외롭고. 사람을 한없이 각자의 우물을 파고 들어가게 하고, 외롭고 또 외롭고 또 외롭게 만드는 계절이 가을이다. 이래서 겨울엔 우울증 상담 환자가 급증할 수 밖에 앖겠지..
외로움을 느끼는 데는 크게 두 부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째는 애착 대상이 없으면 외로움을 느끼는 것, 두 번째는 자신에게 관심과 애정이 쏟아지지 않으면 외로움을 느끼는 것. 둘 다 애정을 갈구한다는 면에서 그 뿌리는 비슷하지만 인간 관계에 대한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다. 전자는 벗, 또는 애인의 부재를 견딜 수가 없다. 홀로 남겨진다는 것 자체, 고독해진다는 것 자체을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그들을 버리고 떠난 사랑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없다. 떠난 누군가에게 돌아와달라고 간청하는 것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고 옳은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 그저 버려진다는 것 그 자체에 집중할 뿐. 후자는 특정 대상의 애정과 관심도 필요하지만 덧붙여 절대 다수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 항상 어떤 집단의 중심이 되어야 하고 그러한 집단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다. 자신을 집단 내 다른 누군가와 동일하게 대하거나 혹은 자신의 위치를 위협한다고 느끼는 다른 이가 나타나면 극심한 외로움, 분노, 증오 등을 느낀다. 따라서 돌아와줄 것을 간청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뿐더러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는 부조리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왕따를 조장하거나 이간질, 뒷담화, 자극적인 이슈들을 끊임없이 던지게 된다. 악질이다.
어떠한 식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든, 고독에 대한 그 인식을 바꿔야 한다. 고독은 사랑의 반대, 혹은 부재가 아니라 사랑을 채우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다. 나 자신을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이 고독의 시간이며, 나 자신의 욕구, 성향, 자아를 정확하게 인지할수록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랑의 참된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고독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되고 이를 통해 창작과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다. 혼자 있음을 두려워하기 보다 고독의 시간을 감사하게 받아들일 때 우리는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되고 삶에서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다. 진정으로 내가 원하고 구하던 것들.
파올오 코엘료의 [아크라 문서] 중에서 고독에 대한 주옥같은 말들이 쓰여 있다. 그것을 인용해 본다.
우리 모두가 그러하다. 죽음이라는 불청객을 마주 대하는 가장 중요하고 가장 두려운 순간에 우리는 누구나 혼자다. 사랑이 신의 영역이듯, 고독은 인간의 영역이다. 삶의 경의를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사랑과 고독은 평화롭게 공존하는 개념이다. 고독 속에 놓일 때 마음이 무거워지는 사람들은 삶의 가장 중요한 숭간에 우리는 늘 혼자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