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에쿠니 가오리.. 우리 나라에서 인기있는 작가 중 하나. 그녀의 소설은 최근에 읽은 잡동사니 외에 몇 가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불륜이 등장한다는 점은 꽤 편치 않다. 그녀의 소설을 전부다 읽어보진 못 했으므로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불륜을 자주 다루는 작가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그래서 굉장히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채 연애만을 고수하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결혼 생활에 대한 에세이를 썼다는 사실은 놀랄 노자다!! - 책이 쓰여진 시점이 이미 96년이므로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그녀가 결혼을 했다는 자체가 놀라웠다. 세상 어느 남자가 불륜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데 독보적인 능력을 지닌 글쟁이여자와 용감하게 결혼할 수 있을까 =_= -나는 이럴 때보면 정말 보수적인 사람이다..- 그녀가 평생 한 사람하고 살 마음으로 결혼했을 것 같진 않지만.. 결혼 서약이라니 아이러니라고 생각했다.

오늘도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풍경을 보고 있다.
생각해 보면 다른 풍경이기에 멋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서로가 지니고 있는 다른 풍경에 끌리는 것이다.
그때까지 혼자서 쌓아올린 풍경에.


그녀의 책은 생각보다 담백하고 진솔한 어조로 씌어졌다. 그녀 특유의 짧고 간결한 문체, 청아한 어조는 그녀의 이야기에더욱 쉽게 빠져들게 해준다.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어쩔 줄 모르게 만드는 그 담백함. -대신에 어떤 책이든 읽고 나면 줄거리나 작가가 의도한 바가 뭐였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냥 불륜?! 의 정당화 정도??- 본인의 이야기라 더욱 차분하게, 한 편으로는 몽환적(?)으로 다가왔다. 일상과 전혀 동떨어진 것들 사이의 연결, 작가의 상상력이 느껴지는 극적인 묘사들. 과거의 기억과 현재, 감정과 일상생활을 넘나들면서 다소 정신없게 느껴지지만 기묘하게 환상적이고, 옆에서 귓가에 속삭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작가의 후기 뒷편에 지인(?)의 글이 있는데 에쿠니 가오리의 실제 신혼 생활인지, 논픽션이 가미된 글인지 모르겠다는 부분이 있다. 전적으로 동감이다!! 이야기라고 생각해도, 실제 이야기라고 생각해도.. 음 그 사이 중간 어디쯤인 것 같은 느낌?! 실제로 그녀는 이야기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나보다. 그 지인이 늘 그녀와의 이야기 끝에 오늘도 당했다 라는 생각을 하는 걸 보면.. 하하 대단하다. 막연하게 드는 생각이지만 그녀의 모습은 잡동사니에서 읽은 여주인공의 느낌과 흡사하다.. 남편을 대하는 모습이나 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들이.. 어쩐지 그녀를 형상화하여 만든게 아닌가 싶다. 독립적이면서도 서로에게 꼭 붙어 있는 모습이 책 속의 부부와 비슷하기도 하고.. 하하 그래서 이 책이 논픽션이 아니냐는 의문을 가지는 것도 당연하게 느껴진다. =_=;; 어쨌든 몹시 매력적인 글들이다. 문득 결혼이 강하게 하고 싶다.. 그 끝은 알 수 없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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