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랑
최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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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가제본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단편 소설은 언제나 읽고 싶은 마음과 읽고 싶지 않은 마음 사이를 오가게 만든다. 머리가 복잡하니까 짧고 간결한 호흡으로 단편 소설을 읽어볼까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열어 보았다가 후회하며 닫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편, 한 편을 읽을 때마다 심각한 목마름을 느끼게 하는 책이 그렇다. 특히 생각에 잠기게 하는 묵직한 여운과 함께 무언가 놓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더욱 답답하다. 이미 후루룩 넘겨버린 책장을 되돌아가 문장과 문장 사이를 헤매며 자꾸만 더듬게 된다. 내가 알아차려야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최은미의 ‘다른 사랑’ 속 [무장하는 날], [정선], [김춘영] 처럼.

이야기를 통해 어떤 인물들이 모여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구나 하는 서사를 따라간 것만으로는 개운하지가 않다. 이렇게 말하고 행동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인물이 걸어온 인생이 궁금하고, 사건의 안팎을 좀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싶다. 그 어느 때보다 사건의 온전한 완결을 바라게 된다.

사실 모든 이야기에 상상할 수 없는 독특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일상에서 시도 때도 없이 마주하고 겪는 일들의 다른 얼굴일 뿐이다. 그럼에도 최은미 작가의 이야기에는 흡입력이 있고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든다. 섬세하고 예민한 인물들과 그 사이에 미묘하게 팽팽한 갈등이 숨어 있기 때문일까. 각자의 상상으로 채워나가야 하는 이야기 속 적당한 빈틈들 때문일까. 읽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어떤 주제로도 읽힐 수 있는 다면성 때문일까.

나는 여전히 제목의 다른 ‘사랑’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단어를 찾는 일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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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게스트 + 프리즈너 - 전2권
B. A. 패리스 지음, 박설영 외 옮김 / 모모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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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자마자 잠도 못 자고 몰입해서 읽어내려갔네요. 두 권 다 모두 쫄깃하고 흥미로웠는데요, 저에게는 특히 게스트가 재밌었습니다.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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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밖에도 사람이 산다 - 서울 밖에 남겨나 남겨진 여성, 청년, 노동자이자 활동가가 말하는 ‘그럼에도 지방에 남아있는 이유’
히니 지음 / 이르비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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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경기도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전에는 대전에서 7년 정도 살았었다 보니 책 제목에서부터 공감이 되었다. 확실히 지방에서 사는 일은 서울살이와 사뭇 달랐다. 요즘에는 지방에도 특색 있는 문화 공간과 매장이 많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독립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을 찾기는 힘들고 다양한 전시와 공연은 서울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더불어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불편함은 교통편인데, 자기 차가 없으면 이동에 지나치게 긴 시간이 걸릴 정도로 버스나 지하철 노선이 다양하게 제공되지 않는다. 노선도 많지 않고 배차 간격도 길거니와 많은 정류장을 거치면서 목적지까지 먼 길을 돌고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확실히 여러 가지 면에서 지방에서 살아가는 작가님의 경험담에 내가 겪었던 일화를 비추어 보며 공감했지만, 가장 격하게 동감할 수밖에 없는 부분은 노동과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였다.

노력만으로는 역량을 만들 수 없는 이들에게 오롯이 개인 역량에만 취업을 맡기는 사회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냉혹한 것인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어떤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모두 질 나쁜 일을 해야 하는지 묻는 작가님의 날카로운 질문 앞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무엇보다 세상에 자신이 노예이길 바라는 사람은 없고, 우리는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권리가 있다는 작가님의 단호한 외침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이내 부끄러워졌다. 언제부턴가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을 온전히 나의 노력으로 이루어 낸 것이라 믿으며 사회 구조적으로 불합리한 것에 눈을 돌리고 있던 것은 아닌지.

그리고 또 한 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여성임에도 페미니즘뿐 아니라 사회가 주요하게 다루지 않는-특히 여성에 관한-담론을 독서로 제대로 진득하게 공부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무척 창피하게 느껴졌다. 이 사회에는 여전히 성차별과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 데이트 폭력 등 여성과 관련한 많은 문제가 만연해 있는데
말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는데, 대체 무엇이 문제이며, 그것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근본적인 원인을 정의하지 못한 채로 이미 두텁고 견고한 편견과 차별에 대항할 수 있을까. 그저 이것이 문제고, 저것이 문제라며 손가락질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무엇을 시작하면 좋을지 차분히 생각해 보고 싶다.

책 속에는 정말 이렇게까지 날 것의 고백을 이어가도 되는가 싶을 정도로 작가님의 솔직한 고백이 이어진다. 함께 분노하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분명 쉽게 꺼낼 수 없는 고백일 텐데 누군가에게 그저 흥미로운 가십거리로 읽히지 않고, 고백을 넘어선 다짐이자 비슷한 경험자에게 마음과 감정을 돌보는 하나의 처방전이 되길 바란다는 작가님의 말이 잘 전해지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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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가 된 식물들 - 에르메스 조향사가 안내하는 향수 식물학의 세계
장 클로드 엘레나 지음, 카린 도어링 프로저 그림, 이주영 옮김 / 아멜리에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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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어떤 향기로운 식물들이 등장할지 기대가 됩니다. 인공으로 만들어지는 향이 넘쳐 나지만 역시 천연의 향을 넘어설 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식물들의 향이 아름다운 향수로 거듭나는지 몹시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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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 - 영화관 소설집 꿈꾸는돌 34
조예은 외 지음 / 돌베개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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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냉정과 열정 사이가 재개봉했던 때가. 처음 작품이 상영되었을 당시에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혼자 영화관에 가볼 용기가 나지 않기도 했고, 어쩐지 멜로 영화를 본다는 게 부끄럽기도 했다. 그래서 13년 만에 재개봉 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건 꼭 보고 말겠단 다짐을 했었다. 그렇게 벼르고 별러 영화관의 큰 스크린으로 처음 만나게 된 영화는 기대 이상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온 뒤에도 오랫동안 귓가에 그 첼로 곡이 맴돌았다. 두오모 위에서 내려다본 피렌체 시가지가 아른거리고, 미처 받아적지 못한 대사들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 뒤 지금까지 피렌체에 가보는 것이 버킷리스트를 차지하고 있고, 영화관은 가장 사랑하는 장소가 되었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영화관의 매력을 접하고 나니 보고 싶은 영화가 생기면 무조건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영화관이기에 느낄 수 있는 온전한 몰입감이 좋았고, 영화를 보고 나올 때 느껴지는 해방감이라던가, 짙은 여운과 함께 전해지는 뭉클함이 좋았다. 그래서 책 속에서 그려진 영화관의 다양한 모습에 절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특히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곳이자 신비로운 공간으로 그려질 때가 그러했다. 나 역시 세상과 사람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가장 마음 편하게 찾는 장소가 영화관이었기 때문이다. 영화관의 깊은 어둠 속에서 오직 영화 속 세계와 나만 존재하는 것 같은 단절감이 좋았고, 그렇게 새로운 세계를 여행하고 나면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영화관을 나설 수 있었다.

내가 실제로 영화관에서 신비한 일을 경험한 적은 없지만, 왠지 특별한 일이 생길 것 같은, 혹은 그랬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영화가 허구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면 실재하는 다른 차원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온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정말 두 시간 동안 완전히 낯선 사람이 되어 다른 인생을 살다 온 것 같달까.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어떤 소녀도 영화를 보고 나오면 세상이 조금은 달라진 듯한 감각을 느꼈던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 다른 사람이 된다, 그리고 영화는 사람의 인생을 바꿔 놓기도 한다는 영화관 직원의 말처럼. 그는 말한다. 극장에선 마법 같은 일이 종종 일어나고, 살아 있다는 사실이 마법이고, 마법 같은 영화 속에 내가 들어와 있는지도 모른다고.

책 속에는 작은 도시에서 오랫동안 조용히 머물렀던 영화관들이 등장한다. 장수극장은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인생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었다. 연인의 필수 데이트 코스였고, 때로는 그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작은 도시에서 보기 힘든 공연이 열리기도 하는 등 극장이 있다는 것은 그 동네의 자랑거리였다. 또 다른 편에 등장하는 소다현의 극장 같은 경우 커다란 스크린과 음향시설을 자랑하진 않지만, 영화를 보고 싶은 동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었다. 주인장이 만든 따스한 커피나 뱅쇼, 그리고 빵을 함께 즐기면서 말이다.

현실에서도 이와 같은 특색있는 동네 영화관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자, 위안받기도 하며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 수도 있는 곳이니까. 분명 그곳의 가치를 알기에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꾸준히 찾아갈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작은 마을 곳곳에서 조용히 오래 머무는 곳들이 늘어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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