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킬링 케이트
알렉스 레이크 지음, 장선하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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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케이트는 엄마가 먼저 읽고 강추해주셔 읽은 책이다. 비록 일차 스포를 당하긴 했지만 범인의 정체가 밝혀질 때는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2차 스포를 단념하신 엄마께 몹시 감사했다. 한 인간의 집념이 이토록 무섭게 발현될 수 있다는 생각에 문득 두려워졌다. 거리를 스치며 마주하는 사람들, 나와 같은 공간에서 함깨 생활하는 사람들.. 그들의 진짜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시원한 결말 치고도 어쩐지 씁쓸한 여운이 남는 것은 주변인들의 참모습을 보고도 나는 평범한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다 읽으신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딜 가나 남자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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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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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노란 표지와 누구에게나 친절하다는 제목과 달리 7편의 단편은 친절함과는 거리가 멀다. 본디 짧고 담백한 글들로 이루어져 독자가 채워나갈 영역이 많은 것이 단편이라지만 이 책은 여백이 너무나 많다. 행과 행 사이에 쓰여지지 않은 내용들을 추론하고 상상해야 한다. 그래야만 매 단편의 말미에 화자가 심드렁하게 던지는 맺음말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그래서 어딘지 모르게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고 찝찝하게 만드는 그 이유들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다면 이 책은 그저 특이하다면 특이할, 반대로 평범하다면 평범할 이야기를 엮은 텍스트에 불과하다.

내 경우 가장 와닿으면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은 어떤 호의와 그 호의를 받아들이는 자의 불편이 충돌에 관한 것이었다. 상대가 바라는 것과 전혀 상관없이, 어쩌면 본인의 마음이 편하고자 상대에게 호의를 베풀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다. 예상 밖으로 그 상대가 호의를 거절한다면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당혹스러울 감정을 빠르게 추스리고 쉬이 상대의 입장과 태도를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면 도리어 화가 날까? 아마도 거절당한 창피함 덕분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상대에게 화를 낼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 나를 되려 불편하게 만드는 상대의 존재에 대해서 원망하고 사라지길 바라면서. 결국 선함에서 출발했다 할지라도 사람의 마음이란 이토록 자기 중심적이고 간사하다. 우리가 지닌 호의와 악의, 염치와 파렴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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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플라이트 오늘의 젊은 작가 20
박민정 지음 / 민음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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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명 항공사의 기내식 대란이 있었다. 당시 승무원들은 굶은 상태로 면세품을 팔아야 했고, 기장 역시 라면에 의존에 비행을 감행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회장의 방문 때마다 기쁨조 노릇까지 해야 했다니 분노하고 경악하게 된다. 그런 시기에 마주한 미스 플라이트는 승무원들의 감정 노동 및 강도 높은 신체 노동, 그리고 노사 간 갈등을 다루고 있다. 엑스맨 제도까지 이용하여 노조에 참여한 직원들을 감시하고 징계할만한 치부를 찾아내게끔 하는 장면에선 정말 치가 떨렸다. 도무지 바뀌지 않는 세상에 치여 그녀는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한 것일까?

이야기는 유나가 죽은 뒤 장례식 장면부터 시작된다.그녀는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통해, 혹은 주변 인물들의 회상을 통해 등장한다. 중학교 시절부터 죽기 직전까지의 그녀 모습은 글과 기억을 바탕으로 재구성되며 한 조각, 한 조각 퍼즐을 맞춰가다 보면 마지막에서야 큰 그림에 도달하게 된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으며 마치 촘촘하게 얽힌 추리 소설을 읽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의 결말은 텍스트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야 이 책의 본질을 관통하는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온당치 못한 것들을 마주한 당신은 어떻게 살아갈 것입니까?’

유나와 정근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의 이야기이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기업과 노동자 사이에 존재하는 온갖 불합리와 불평등, 그리고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부정들에 맞서 싸우는 자, 그들을 지켜보는 자, 가진 자의 개가 되어 순응하는 자... 우리는 이들 중 하나 이상의 모습으로써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진정한 답을 찾아내는 것이 독자 개개인의 몫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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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의사들은 고군분투를 다룬 책이 아니다. 의사들 간의 권력 다움이나 로맨스를 다루고 있지도 않다. 생명의 고귀함이나 의술을 행하는 자의 직업적 숭고함 대신 철저한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라 운영되는 병원 경영의 실페가 아주 담담하고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특히 병원 역시 누군가는 월급을 받고 일하고 있는 삶의 터전이므로 우리의 직장 내 관계처럼 무수한 갈등과 암투들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체제에 순응하는 자, 반하는 자, 기회주의자, 침묵하는 방관자 등 우리 주변을 언제나 맴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주인공의 상황에 분노하고 공감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게 묻게 된다. 똑같은 상황에서,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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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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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차 안에서 마주하게 되는 풍경들 중 유독 어떤 집에 살고 있는 여성의 삶을 지나칠 정도로 들여다보며 상상하길 좋아하는 레이첼의 이야기는 분명 신선하다. 특히나 그 여성이 갑작스럽게 실종이 되었고, 그 사건에 어떤 식으로든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느껴지는 레이첼의 모호한 기억들과 집착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서로 전혀 알지 못 하는 관찰자와 관찰 대상 사이에 어떤 삶의 접점이 만들어질지, 이야기는 대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흥미진진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이야기가 중반으로 다가갈수록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다. 세 여인의 독백이 제각각 전개되다 보니 어느 순간 몰입이 잘 되지 않았다. 세 연인들이 들어놓는 이야기들 사이의 유기적인 연관성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나를 찾아줘' 와 같은 긴장감이나 스릴을 느끼기는 어렵다.

이 책은 확실히 뒷심을 제대로 발휘하는 작품이다. 초반과 중반에 종잡을 수 없게 어지러이 퍼져있던 단서들의 실체가 드러나며 무심하게 깔려 있던 복선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최후의 반전을 위한 장치들이 꽤나 조심스럽게, 아주 약간씩만 드러내며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전개상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레이첼의 조각조각난 기억들이 하나씩 큰 그림을 그려나갈 때의 짜릿함이란. 알코올 중독으로 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그녀가 진실에 근접해나갈 때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이성은 멈추어야 한다고 끊임없이 소리치지만 결국 충동과 욕망에 지고 마는 나와 어딘가 닮아있는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상황 자체가 당황스럽고 찝찝한 일이지만 설상가상 다른 사람의 말들을 통해 맞춰 본 본인의 행적이 전혀 내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면 얼마나 답답할까. 의심스럽지만 부정할 수 없다는 것, 묘한 죄책감과 함께 자기 혐오가 극에 달할 수 밖에 없다. 끝을 향해 갈수록 그녀의 아픔과 상실감, 두려움에 전적으로 공감하게 되면서 망각의 공포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살인 사건 자체보다도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점에서- 특히 본인 자신을- 심리적으로 고립된 공포가 극대화되어 다가온다.

인생이란 너무나 얄궃고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는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과 인연이 닿기도 하고 일상에서 는 가당치도 않았던 사건에 휘말릴 수도 있다. 아주 드라마틱하게 갑자기. 이 책 속에는 이러한 묘미가 아주 사실적으로 담겨져 있다. 우리의 지루하고 평범한 삶이 끔찍하지만 특별한(?) 사건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그래서 책 속에 빠져있는 동안 지하철, 혹은 버스로 같은 길을 오가며 마주하는 사람들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가닿을지도 모른다는 두근거림, 생경함 같은 것이 자라나게 된다. 이것이 매일 시계추같이 지루한 일상을 살아가는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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