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노란 표지와 누구에게나 친절하다는 제목과 달리 7편의 단편은 친절함과는 거리가 멀다. 본디 짧고 담백한 글들로 이루어져 독자가 채워나갈 영역이 많은 것이 단편이라지만 이 책은 여백이 너무나 많다. 행과 행 사이에 쓰여지지 않은 내용들을 추론하고 상상해야 한다. 그래야만 매 단편의 말미에 화자가 심드렁하게 던지는 맺음말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그래서 어딘지 모르게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고 찝찝하게 만드는 그 이유들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다면 이 책은 그저 특이하다면 특이할, 반대로 평범하다면 평범할 이야기를 엮은 텍스트에 불과하다.내 경우 가장 와닿으면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은 어떤 호의와 그 호의를 받아들이는 자의 불편이 충돌에 관한 것이었다. 상대가 바라는 것과 전혀 상관없이, 어쩌면 본인의 마음이 편하고자 상대에게 호의를 베풀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다. 예상 밖으로 그 상대가 호의를 거절한다면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당혹스러울 감정을 빠르게 추스리고 쉬이 상대의 입장과 태도를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면 도리어 화가 날까? 아마도 거절당한 창피함 덕분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상대에게 화를 낼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 나를 되려 불편하게 만드는 상대의 존재에 대해서 원망하고 사라지길 바라면서. 결국 선함에서 출발했다 할지라도 사람의 마음이란 이토록 자기 중심적이고 간사하다. 우리가 지닌 호의와 악의, 염치와 파렴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