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비자 분쟁 조정기 -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지키는 방법
변웅재 지음 / 안타레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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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chae_seongmo 를 통해 안타레스 @antares_book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의 소비자 분쟁 조정기> - 나는 오늘도 소비하며 살아가는 중입니다
 
 
 
🫧 
이상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돈 쓰는 일에 죄책감을 느낀다.
심지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사과부터 한다.
“죄송하지만 환불 가능할까요?”
“제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는데요…”

사려는 사람이 갑자기 용서를 구하고,
팔려는 사람이 당당한 얼굴로 말을 끊는다.

그럴 때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그냥 '소비' 인데,
왜 자꾸 내가 불편한 사람이 되는 걸까.

 
 

🫧
이 책은 그런 마음의 출발점에 가 닿는다.
화가 난 것도 아니고,
막 소송을 걸고 싶은 것도 아닌데
도무지 설명되지 않는 불쾌함과 억울함.

그걸 말로 꺼내는 게
이토록 어려운 일이었구나 싶은 순간들이
책 속에 가득하다.
 
 
 
🫧
실제 사례들을 따라가다 보면
느닷없이 내 이야기랑 겹치는 순간들이 튀어나온다.
불량품 받은 적도 있고,
배송 문제로 스트레스 받은 적도 있고,
“교환은 안 됩니다” 라는 말 한마디에
그냥 포기한 적도 있다.

분쟁까지 가진 않았지만,
속으로는 분명히 뭔가 부당했다고 느꼈던
그 모든 장면들이 다시 떠오른다.
 
 
 

🫧
무슨 법률 지식을 나열하는 책이 아니다.
‘조정’ 이라는 말이 그냥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상대와 나 사이의 감정을 풀어내는 일이라는 걸,
생활 속 사례들로 담백하게 보여준다.

‘권리’ 라는 단어가 이렇게 가깝게 들리는 건
오랜만이었다.
 
 
 

🫧
말 하나, 태도 하나, 눈빛 하나에서
사람이 존중받았는지 아닌지가
금방 느껴진다.

소비도 마찬가지다.
그냥 카드 한 번 긁은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안엔 신뢰, 배려, 감정이 모두 섞여 있다.
그러니까 소비자가 느끼는 불편은
단순히 ‘물건에 대한 불만’ 이 아니다.
내 일상이 어딘가로부터 위협받고 있다는 감각이다.
 
 
 

🫧
이 책은 바로 그 감각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우리가 왜,
소비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지를
차분히 짚어 나간다.
 
 
 

🫧
누구나 소비자지만,
아무나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
‘조정’ 이라는 말이 사람 사이에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택배 상자 하나를 열다가 괜히 숨을 한 번 고르게 됐다.
또 뭔가 잘못 온 건 아닐까,
교환이 안 된다는 말이 먼저 들려올까 싶어서.
그날 있었던 그런 마음들을
누가 좀 알아줬으면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마음이 괜한 게 아니었단 걸 느꼈다.
내가 불편해도 되는 자리라는 걸 다시 확인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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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해도 안 죽어요 -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사람입니다
김정희 지음 / 설렘(SEOLREM)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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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chae_seongmo 를 통해 설렘 @slodymedia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혼해도 안 죽어요> - 사랑했던 시간도, 놓기로 한 선택도 전부 내 삶이에요

🫧
살기 위해 애쓰는 하루를 버텼을 뿐인데
어느 순간, 비난이 먼저였던 적이 있다.
사랑이 끝난 자리에서
누군가는 손가락질했고
누군가는 조용히 돌아섰다.

그 누구도 모른다.
내가 그 하루를 버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밤을 눈 뜬 채 버텼는지를.
끝내 아무도 남지 않은 공간에서
나 혼자였다는 걸.

🫧
지금껏 포기하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
이혼을 선택했다면,
그건 절망이 아니라 생존이다.
남은 삶을 더 망치지 않기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선택.

이 책에는 그런 마음이 담겨 있다.
누구보다 사랑했고,
죽을 만큼 아팠고,
하지만 더는 견딜 수 없어서
혼자가 되기를 결심한 사람이 쓴 이야기다.

🫧
누구든 쉽게 말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솔직하게, 숨기지 않고 적혀 있다.
그렇다고 감정에 기대는 글은 아니다.
그냥 다 겪은 사람이
어느 날 문득 꺼내놓은 이야기 같다.

그래서 그런지, 이상하게 마음이 느슨해진다.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잠시 멈춰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버텨도 안 되는 관계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알 것 같아서.

🫧
내가 다 해봤다고 믿었던 사랑도,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도
하루하루를 조금씩 무너뜨리곤 했다.
그리고 그런 날들이 너무 많아졌을 때
비로소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
결혼을 실패로 바라보는 시선이
왜 아직도 이렇게 뿌리 깊은지,
사람을 사랑한 건 죄가 아닌데
끝내 그 사랑을 놓았다고 해서
왜 삶 전체가 잘못된 것처럼 보일까.

🫧
많은 문장이 이 질문을 품고 있다.
하지만 정답을 내리지는 않는다.
대신 "너도 힘들었지?" 하고
손을 잡아주는 느낌에 가깝다.

🫧
한 번은 내 인생 전부였던 사람을
내 손으로 내려놓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게 이혼이든, 이별이든.
그건 삶을 다시 조각해나가는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부서진 마음을
다시 붙이려 할 때
필요한 건 충고가 아니라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의 말이다.
그저 있는 그대로 살아남은 이야기.

📍그날은 창문 열어 놓고 커튼 사이로 들어온 바람을 한참 바라봤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괜히 고맙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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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정호승 우화소설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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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비채 @drviche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항아리> - 버려졌다고 생각했던 마음에, 새로 피어나는 숨




🫧
누군가 내게 말을 걸었다.
말로가 아니라,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어떤 감정으로.
항아리 하나가 속삭이고, 나무토막 하나가 손을 뻗었다.
읽는 내내 그렇게 작은 것들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
언젠가 나는 나를 '쓸모없는 존재' 라고 느낀 적이 있다.
아무도 내 마음을 모를 거라 생각했었고, 내가 가진 무언가가 아무 데도 닿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이 책 속의 존재들은,
그런 마음으로도 계속 존재해주었다.
사라지지 않고, 조용히 기다려주었다.

버려졌지만 다시 쓰이고,
날 수 없지만 끝내 하늘을 그리워하고,
이름조차 없던 마음들이 어느새
얼굴을 갖고, 온기를 갖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



🫧
특별하지 않은 장면들이 이상하게 더 자꾸 생각났다.
누군가의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누군가의 소원을 정말로 이루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고,
작고 보잘것없다고 여겼던 순간들이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다시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들.



🫧
읽는 동안 마음속에서 조용히 부풀어 오르는 장면들이 있었다.
눈이 서울역에 내리고,
노숙자가 만든 눈사람이 광장에 서 있고,
그 눈사람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손을 흔드는 순간.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풍경이
이상하게 계속 떠올랐다



🫧
이 책은 누군가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 아니라,
세상에 먼저 마음을 건네는 이야기다.
"나 여기 있어요."
"나는 당신을 기억하고 있어요."
하는 말들이 책 사이사이에 담겨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창밖을 오래 바라보게 되었다.
겨울날, 바람이 불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햇살 같은 이야기랄까.
책을 읽고 난 후, 고구마를 구워 먹었다.
속이 노랗게 익고, 손끝이 따뜻해지는 그 느낌이
이야기 마지막 문장과 비슷하게 느껴져서

괜히 더 오래 굽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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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소셜 네트워크 - 인간보다 정교한 동물들의 소통에 관한 탐구
리 앨런 듀가킨 지음, 유윤한 옮김 / 동아엠앤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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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책좋사 를 통해 동아엠앤비 @dongamnb_books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동물들의 소셜 네트워크> - 서로를 기억하고, 도와주고, 연결되는 존재들

🫧
서로 등을 부딪혀 사람에게 신호를 주는 돌고래.
스펀지 만드는 법을 옆에서 보고 익히는 침팬지.
배고픈 친구에게 피를 토해주는 박쥐.

이 책엔 그런 장면들이 가득해요.
그리고 그 모든 행동 뒤엔
‘관계망’ 이라는 구조가 숨어 있죠.



🫧
동물의 행동을 관찰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면
어느새 ‘네트워크’ 라는 단어가 더 눈에 들어와요.

누가 누구와 어울리는지,
어떤 동물이 더 중심에 있는지,
한 마리의 위치가 어떻게 전체 흐름을 바꾸는지.

그걸 아주 구체적이고 흥미롭게 보여줘요.

 

🫧
허리케인 이후 원숭이들이
이전보다 서로를 더 친근하게 대한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이걸 계기로 연구자들이 다시
그들의 사회적 구조를 들여다보기 시작하죠.

생존, 짝짓기, 이동, 안전 같은 본능적 활동들이
어떻게 정교한 관계 안에서 움직이는지,
숫자와 행동, 이야기가 동시에 따라옵니다.

 

🫧
놀라운 건, 동물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 연결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가오리들은 ‘허브’ 가 되는 개체를 중심으로,
코끼리들은 세습되는 파벌 중심으로,
벌들은 춤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움직여요.

그 안엔 거리, 역할, 나이, 감정까지 얽혀 있어요.

 

🫧
관계라는 게 꼭 말을 해야만 가능하다는 생각,
읽다 보면 조금씩 느슨해져요.

다른 종의 경고음을 ‘도청’ 해서 살아남는 새들,
‘나중을 위해’ 혈액을 베푸는 박쥐의 선택.
그 모든 순간에 이타성, 계산, 우정이 있었어요.

 

🫧
책 속에는 푸에르토리코, 호주, 아프리카,
심지어 벌집까지 다양한 장소가 나와요.
연구자들이 머문 섬,
코끼리들이 파벌을 만드는 초원,
만타가오리들이 들락거리는 산호초까지.

지도 하나 펼쳐두고 천천히 따라가 보기에
딱 좋은 과학 여행이기도 해요.

🫧
물결 잔잔한 바다 아래,
가오리들이 스쳐 지나가는 산호초.
돌고래가 어부에게 신호를 보내는 얕은 바닷가.
그리고, 그 모든 장면을 조용히 지켜보는 연구자들의 시선.

과학적인 이야기인데도
왠지 마음이 포근해지는 이유는,
그 안에 관계라는 따뜻한 말이

언제나 같이 있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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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끝났다
후루타 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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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블루홀6 @blueholesix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건은 끝났다> - 각자의 기억으로 이어진 그날

🫧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대요.
그래서였을까요.
모두가 조금씩은 다르게 말해요.

누군가는 기억이 없다고 하고,
누군가는 그날의 이야기를 끝내 꺼내지 않아요.

같은 지하철, 같은 칸이었지만
그들이 겪은 ‘그 순간’ 은
모두 달랐어요.

🫧
사건은 끝났다고 했죠.
칼부림이 벌어졌고,
가해자는 체포됐고,
피해자 중 한 명은 결국 숨졌어요.

뉴스는 그렇게 정리했지만,
사건을 겪은 이들의 일상은
그날 이후로도 계속 흔들렸어요.

그 흔들림 속에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
자꾸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말하는 남자.
도망치고 나서 그날의 기억이 끊긴 고등학생.
처음 본 이에게 "영혼이 보인다" 고 말하는 여자.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믿음 하나로
혼자 ‘영웅 놀이’ 를 이어가던 청년도 있었죠.

자신의 아이를 낳지 못했던 여자가
다른 여성을 상대로 벌인 기묘한 복수극도 있고요.

🫧
이야기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제각기 다르고, 살아온 결도 달라요.
그런데 모두가
같은 ‘사건’ 을 중심에 둔 채 움직입니다.

어떤 사람은 취재를 가장해 진실에 다가가고,
어떤 사람은 기억의 조각을 붙여가며
스스로를 되짚어요.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누구도 쉽게 판단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들이
하나하나 드러나거든요.

🫧
‘사건은 끝났다’ 는 문장이
책의 목차 첫 장에 나와요.

하지만 그건, 시작이라는 뜻이기도 한 것 같아요.
각자의 상처와 두려움,
거짓말과 침묵,
그리고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이제서야 흘러나오기 시작한 거예요.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생각보다 조용한 방식으로
얽히고, 이어집니다.

🫧
지하철을 탄 사람들,
정류장에서 마주친 사람들,
누군가의 고백을 듣고
자기 고백을 결심한 사람들.

큰 사건 하나로 시작된 이야기인데
결국은 사람들 각자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게
이 책의 진짜 매력 같아요.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 속에
이런 감정의 파편들이 있다는 게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와요.

🫧
배경은 도에이 지하철 S선.
처음엔 낯설지만,
책을 읽다 보면 가부라기신사, 미야하라 정류장,
Q선의 그 풍경이 익숙해져요.

가끔은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이 책을 떠올릴 것 같아요.

내 옆자리 누군가도

자신만의 ‘그날’ 을 끌어안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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