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가지 테마로 읽는 도시 세계사 - 철학의 도시 아테네부터 금융의 도시 뉴욕까지 역사를 이끈 위대한 도시 이야기 테마로 읽는 역사 9
첼시 폴렛 지음, 이정민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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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현대지성 @hdjsbooks 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40가지 테마로 읽는 도시 세계사> - 벽을 높인 사람들, 문자를 만든 거리
 
 
 
🫧
누구는 사람을 따라가고,
누구는 도시를 따라간다.

지도를 펼쳐놓고,
과거의 어느 순간에
발 딛는 상상을 해본다.
그게 여리고든, 모헨조다로든,
세비야든, 실리콘밸리든 간에.

상상 속에선 매연도 없고,
대기권도 없고,
문자도 없이
그냥 흙벽돌을 쌓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상상 속에서
‘진짜 인류의 변화’ 가 태어나고 있었다.
 
 
🫧
도시라는 건 그냥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가 아니었다.
문자를 만들기 위해
곡식을 그림으로 그렸던
사원 안의 기록 담당자.
깨끗한 물을 지키기 위해
벽을 점점 높였던 하수 기술자.
조각칼로 손톱을 다듬고
오일을 바르던 고대의 위생 전문가들.

그건 혁명이나 전쟁보다 더 조용하지만,
사람 사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은 변화였다.

그리고 그 변화는
늘 ‘도시’ 안에서 일어났다.
 
 
🫧
‘도시의 역사’ 라기보다,
도시에서 벌어진 인간들의 시도와 실패,
뭔가 해보겠다는 마음과
어떻게든 버텨보겠다는 마음들이
이야기처럼 이어져 있다.

누군가는 배를 띄우고,
누군가는 물길을 만들고,
누군가는 단위를 세고,
누군가는 새 종교를 만들었다.

지도에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그리고 대부분은,
그 일을 하면서도
그게 인류사를
바꾸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겠지.
 
 
🫧
마젤란 이야기에서는 웃음이 나왔다가,
조금 뒤엔 불쾌해졌다가,
다시 뭔가 꺼림칙한 마음이 남는다.

대항해시대라지만,
정작 배를 탄 사람들의 얼굴은
잘 안 보인다.
포기하고 돌아간 선원들은
살아서 돌아갔지만,
마젤란을 헐뜯어야만 정당성을 얻었다.

도시의 영광 뒤에 남겨지는
수많은 오해와 왜곡.
역사는 그렇게 만들어지는지도 모르겠다.
 
 
🫧
인류는 점점 더 퇴보하고 있다는 말,
솔직히 한 번쯤은 해본 적 있다.
전쟁, 환경파괴, 기술 중독.
어디 하나
망가지지 않은 곳이 없다고 느껴질 때.

이 책을 따라
도시들을 거슬러 걷다 보면
생각이 좀 달라진다.

사람은 여전히 자기 자리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기록하고,
공간을 나누고,
언어를 남기고 있다는 사실.

그게 누군가에겐
그냥 도시에 사는 일일 뿐인데도
모이고, 엮이고, 흘러가다 보면
그게 세계사의
어떤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
그 도시들이
지금도 남아 있는 경우도 있고,
폐허만 남아
지도 속에 찍혀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둘 다,
기록을 들춰보면
사람이 산 자국이 분명하다.
그 자국을 따라 걷는 일이 꽤 멋지다.
낯설고 오래된 도시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도
결국 그런 흐름 위에 있는 거니까.
 
 
 
📍
그래서 도시를 걷는 일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모였던 이유,
그들이 남긴 자국,
그리고 그 자국이 지금 우리 도시에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조금은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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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이란 이름의 기억 테익스칼란 제국 1
아케이디 마틴 지음, 김지원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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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황금가지 @goldenbough_books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국이란 이름의 기억> - 기억은 나를 완성시킬까, 파괴할까
 
 
 
🫧
머릿속에 죽은 사람의 기억이 있다면,
그 기억이 갑자기 혼잣말을 한다면
그걸 ‘나’ 라고 믿게 될까,
아니면 ‘타인’ 으로
끝까지 구분하게 될까.

마히트는 그 경계에서 파견되었다.
 
 
🫧
르셀이라는 외곽 스테이션에서 온
신임 대사 마히트는
전임자가 남긴 ‘기억 장치’ 를
머리에 품은 채
제국 테익스칼란의 수도로 향한다.

그런데 그 기억이 말을 걸지 않는다.
침묵은 길고, 분위기는 이상하고,
제국은 아름답지만 위험하다.

도착하자마자 벌어지는
‘전임자 사망 사건’
마히트는 외교관이자 수사자가 되고,
동시에 자신이 누구인지
계속 의심해야 하는 존재가 된다.
 
 
🫧
여기서 말의 무게는 어마어마하다.
어떤 단어를 골라 쓰는지,
어떤 비유를 사용하는지,
어떤 체계에 맞춰 말하는지에 따라
살 수 있고, 죽을 수 있다.

테익스칼란이라는 제국은
언어로 자신을 보호하는 세계다.
문화와 계급은 시처럼 다듬어진
어휘 속에 숨고,
정치적 긴장감은
시적인 수사법으로 거래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마히트는 이방인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제국을 동경해온 사람이기도 하다.
 
 
🫧
그녀가 가지고 간 기억 장치는
점점 오작동한다.
기억이 겹치고, 감정이 섞이고,
어디까지가 내 생각이고
어디서부터 남의 감정인지 모르게 된다.

그게 무섭다.
그러면서도, 어쩐지 부럽다.
타인의 능력과 지식을 장착하고
대사로서 완성될 수 있다면,
나라도 그 기술을 원할 것 같다.

하지만, 잃는 것도 많다.
예를 들면 나라는 사람 자체.
 
 
🫧
이야기의 전개는 느슨한 듯 팽팽하다.
총성이 없어도 긴장감이 있다.
이야기 전체를 끌고 가는 건
기억과 언어,
그리고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정체성이다.

마히트가 싸우는 건
정치도, 타국도, 제국도 아니다.
그녀 자신이다.
그녀 안에 남겨진 타인의 잔재다.
 
 
🫧
SF라는 장르의 옷을 입었지만,
이건 한 사람의 자아를 묻는 이야기다.
‘너는 누구냐’ 는 질문을
매 장면마다 던지면서
말과 권력, 제국과 이방인의 서사를
촘촘하게 엮어낸다.

제국은 늘 아름답다.
시를 쓰듯 말을 다듬고,
기억을 복제하며 완벽한 존재를 만든다.

하지만 그 완벽함 속에,
마히트 같은 '낀 사람' 이 있다.
바깥의 눈을 가졌지만
안쪽을 동경하는 사람.
그 경계에 선 사람.

우리는 누구나
자기 언어로 살고 싶은
욕망을 품고 있다.
그 언어가 때론 누군가의 것이더라도.
 
 
 
📍
그러니까 꼭 살아남아야 했던 거다.
누구의 기억이든,
누구의 언어든 상관없이
그 순간만큼은
스스로 말할 수 있어야 했으니까.

그게 진짜 외교고,
그게 진짜 자아니까.

무너지는 제국 한가운데서
마히트는 이상할 만큼 또렷했다.
다른 누구의 말도 아닌,

오직 자기 말로 버티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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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지 않아도 잘 지냅니다
김민지 지음 / 샘터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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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샘터 @isamtoh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반짝이지 않아도 잘 지냅니다> - 나로 살아내는 연습, 반짝이지 않아도
 
 
 
🫧
물건을 하나씩 버리다가,
버리지 못한 게 있다.
시간이 지나도 쉽게 닳지 않는 어떤 기억.
‘그때 그 순간의 내 마음’ 을
꺼내고 싶을 때가 있는데,
이 책은 마치 그런 순간을
통째로 담은 서랍장을 연 느낌이었다.
 
 
🫧
어떤 삶은 빛나고,
어떤 삶은 묵묵히 흘러간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내가 살아낸 하루’ 는
누구의 하루보다 덜 소중하지 않다.
감당할 수 없어 도망치고 싶던 날,
어깨를 짓누르던 책임감에
꾹 참고 밥을 지어야 했던 날,
미지근한 자기 위로밖에 남지 않던 날들. 그 하루하루를 단정히 적어 내려간
마음이 읽는 내내 따뜻했다.
 
 
🫧
특별할 것 없어도,
그저 존재만으로
단단해지는 기분이 있다.
누군가의 딸, 아내, 엄마로 불리는
일상의 이름들이
하나도 작지 않다는 걸 안다.
하지만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나답게 사는 것’ 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걸 글로 꺼내는 사람의 태도는
어쩐지 믿음직스럽다.
 
 
🫧
“엄마가 된다는 건,
바다가 되는 것과 같다.”

잠을 몇 시간도 못 자고,
일은 하루 종일 하면서도
아이를 웃게 할 힘이 남아 있는 사람들.
그게 무슨 마법이라도 되는 양,
눈물겹게 강한 사람들.

매일을 버티고, 웃고, 화내고,
또 견디는 그 사람들을 위해
써진 듯한 문장이었다.
화려하지 않은 언어로 쓰였지만,
그 안에 담긴 삶의 밀도는 대단했다.
자기만의 속도, 자기만의 리듬을
지켜가려 애쓰는 사람들에게
유난히 따뜻하게 다가갈 문장들이
여기 있었다.
 
 
🫧
누구에게나 지나치고 싶었던
흑역사 하나쯤은 있다.
그 시절의 나를 누가 소환이라도 하면
얼굴이 화끈해지는 일.
그런 기억을 덤덤히 꺼내어 웃고,
때로는 울면서 쓰는 일은
생각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작가는 ‘부끄러움을 마주하는 일’ 을
미화하지 않는다.
그냥,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다는 걸 보여준다.
완벽할 수 없고,
완전하지도 않은 존재라는 걸 고백하며,
자신도 몰랐던 마음을 찬찬히 어루만진다.
자신의 약한 면을 덮지 않고
펼쳐 보이는 태도가 인상 깊었다.
 
 
🫧
관계 안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늘 복잡하다.
어떤 말에 웃다가도,
불쑥 쓸쓸해지기도 하고,
때론 사소한 일에 상처받는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감정을 표현한다는 게
왜 그렇게 망설여지는 건지.

글 속에 등장하는 선배, 동료,
가족, 친구들 모두 선명하게 다가왔다.
사람을 향한 애정이 깃든 문장들이 많았다.
무례한 사람도 있었고,
다정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 모두에게서 배울 점이 있었다는 태도.
어떤 말보다 진심이 느껴졌다.
 
 
 
📍
요즘 ‘괜찮은 하루’ 라는 말이
더 간절하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무탈하고, 사소한 기쁨 하나 있으면
충분하다고 느껴지는 날들.
그런 하루들이 모여 삶이 되고,
삶은 또 다른 마음에게
건네질 수 있다는 걸,
이 책이 보여줬다.

바람이 불고, 하늘이 예뻤던
어느 여름날의 산책처럼.
아무 계획도 없이 길을 걸었는데
문득 ‘지금 이 순간이 참 좋다’ 고
느껴지는 때처럼.
읽는 내내 마음 한쪽이 너그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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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들이 말하는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혁명 - 탄소중립을 향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현실적인 해결책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윤제용.구윤모 편저 / 포르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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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들이 말하는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혁명> - 기후 위기 이후, 우리는 무엇을 만들고 있을까
 
 
 
🫧
탄소중립,
뉴스에서 자주 보는데
막상 "그게 정확히 뭐야?" 하고 물으면
입이 딱 막힌다.

막연히 중요한 일인 건 알겠고,
되게 복잡하고 큰 이야기 같기도 하고.
근데 그걸 ‘내 일’ 로 받아들이긴
어쩐지 거리감이 생긴다.
 
 
🫧
가끔은
‘지구가 아프다’ 는 말이
너무 포괄적이라 덜 와닿을 때도 있다.
그런데 전기요금 고지서에
‘연료비 조정 단가’ 가 늘어나면
확 체감되기 시작한다.
 
 
🫧
어쩌면 지금 필요한 건
거대한 담론보다
“그래서 지금
뭘 어떻게 바꾸고 있느냐” 는 이야기.
그리고 그 변화는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분명히 어딘가에선 시작되고 있다.
 
 
🫧
탄소중립은 그냥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일만은 아니었다.
철강, 시멘트, 냉난방,
전력망, 수소, 배터리, AI.
산업 전반의 구조를
완전히 다시 짜는 거였다.
그게 가능하려면
기술, 정책, 제도까지
서로를 꽉 잡고 돌아가야 했다.
 
 
🫧
어떤 분야는
아직 ‘연구 단계’ 에 머물러 있고,
어떤 분야는
이미 공장에서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모두의 속도는 다르고,
이 격차를 좁히기 위해
대학, 산업, 정부가
함께 고민하고 있었다.
 
 
🫧
시멘트는 석탄이랑 엮여 있고,
전기는 도시에서 쓰이지만
에너지는 지방에서 만들어지고.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라
어디 하나만 뚝 잘라낼 수 없다는 게
진짜 문제였다.
 
 
🫧
‘친환경’ 이라는 말에
우리는 가끔
“그거 비싸지 않나?”
하고 먼저 떠올린다.
근데 어쩌면
지금까지 싸게 써왔던 그 비용 뒤에
우리가 못 본
청구서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야 그 청구서가
하나둘 눈앞에 도착하는 중이다.
 
 
🫧
배터리 기술에
AI가 개입된다는 얘기도 흥미로웠다.
어디에 에너지를 쓰고,
어떻게 저장하고,
얼마나 안전하게 쓸 수 있을지를
기계가 먼저 판단하게 되는 시대.
그게 상상보다 더 가까이 와 있다는 것도.
 
 
🫧
공대 교수들이
왜 이걸 꼭 같이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읽고 나면 조금은 짐작이 간다.
기술만으론 부족하고
제도만으론 불가능하고
둘 사이를 이어줄 현실적 언어가
필요했던 것 같다.
 
 
🫧
탄소중립이
단지 ‘환경 보호’ 의 말이 아니라
미래 산업 전략이라는 말,
지금껏 들어본 적은 있지만
정확히 와닿았던 적은 없었다.
이건 그냥 환경 운동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어디에 기대어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문제였다.
 
 
 
📍
마치 아주 크고 정교한 기계를
안쪽에서 들여다본 기분이었다.
내가 보고 있던 건 부품 하나였는데
사실은 연결된 수백 개의 회로였다.

탄소중립이라는 말이
이렇게 촘촘하고 기술적인 세계 위에
놓여 있었다는 걸 이제야 실감한다.

문제는 무겁지만,
해답은 이미 연구되고 있다는 게

조금은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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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
조니 선 지음, 홍한결 옮김 / 비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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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비채 @drviche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 - ‘잠깐’ 이라는 말이 이렇게 위로가 될 줄은
 
 
 
🫧
가끔은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다.
정확히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몸은 멈춰 있고, 마음은 이미 지쳐 있다.
그럴 때 누가 다가와
“좀 쉬어”라고 말하면
괜히 더 서글퍼진다.
그 말이 필요한 만큼
내가 쉴 수 없다는 걸 잘 아니까.
 
 
🫧
아무것도 하지 않기.
그 말이 이렇게 낯설 줄은 몰랐다.
가끔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할 때도 있는데
그게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쉴 틈 없이 일해온 날들이
이젠 ‘쉬는 법’ 조차 까먹게 만들어버렸다.
 
 
🫧
내가 가장 바빴던 시기,
스스로를 제일 잘 돌보지 못했다.
일을 잘 해낸 건 분명한데
그 안에 나는 없었던 느낌.
뭔가 이루고는 있는데
자꾸 허전한 이유가
거기에 있었던 것 같다.
 
 
🫧
“생산성” 이라는 말이
마치 성과의 단위처럼 쓰이고 있는 세상.
그 안에서 내 하루를 계속 계산하게 된다.
몇 시간 썼는지, 뭘 끝냈는지,
어디에 기여했는지.
쉬는 시간조차
뭔가로 보상받을 수 있어야만
괜찮다고 여겨버리는 마음.
 
 
🫧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계속해서 써야 할 자원처럼
느껴졌던 건 아닐까.
시간을 ‘소비’ 하고,
감정을 ‘낭비’ 하고,
노력을 ‘투자’ 하는 말투들.
하루를 그렇게 쓰고 나면
어디에도 나를 위한 자리가 없었다.
 
 
🫧
공항이 편하다는 말에 괜히 울컥했다.
길게 머물 수 없는 장소,
그저 잠깐 머무는 곳.
어쩌면 어릴 적부터
나는 모든 공간에서
그런 식으로만 존재했던 건 아닐까.
늘 떠날 준비를 하며,
오래 머무를 자격은 내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밀어내며 지낸 시간들.
 
 
🫧
낯선 곳에 익숙해지려
애쓰는 방식도 인상적이었다.
모르는 도시에서 식물을 먼저 찾는 사람.
전에 본 적 있는 잎사귀를
하나 발견하면
그제야 안심하게 되는 사람.
 
 
🫧
사는 게 자꾸 무겁게 느껴질 때
사람들은 자꾸
"그래도 뭐라도 해야지" 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게 더 힘든 날도 있다.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인데
왜 늘 미안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
일단 멈추고 싶다는 마음.
그 말 한마디 꺼내는 데도
한참이 걸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엔 그런 말들이 담겨 있다.
쉬고 싶다는 말,
버겁다는 말,
아무도 이해 못해도
어쨌든 나는 힘들었다는 말.
 
 
 
📍
사람들은 자꾸
‘괜찮아질 거야’ 라고 말하지만
괜찮아지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쪽이
요즘은 훨씬 더 필요한 것 같다.
지금 당장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덜 소중해지는 건 아니니까.
그 사실을 기억하게 해주는 글이

요즘은 위로보다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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