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이란 이름의 기억 테익스칼란 제국 1
아케이디 마틴 지음, 김지원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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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황금가지 @goldenbough_books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국이란 이름의 기억> - 기억은 나를 완성시킬까, 파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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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죽은 사람의 기억이 있다면,
그 기억이 갑자기 혼잣말을 한다면
그걸 ‘나’ 라고 믿게 될까,
아니면 ‘타인’ 으로
끝까지 구분하게 될까.

마히트는 그 경계에서 파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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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셀이라는 외곽 스테이션에서 온
신임 대사 마히트는
전임자가 남긴 ‘기억 장치’ 를
머리에 품은 채
제국 테익스칼란의 수도로 향한다.

그런데 그 기억이 말을 걸지 않는다.
침묵은 길고, 분위기는 이상하고,
제국은 아름답지만 위험하다.

도착하자마자 벌어지는
‘전임자 사망 사건’
마히트는 외교관이자 수사자가 되고,
동시에 자신이 누구인지
계속 의심해야 하는 존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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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말의 무게는 어마어마하다.
어떤 단어를 골라 쓰는지,
어떤 비유를 사용하는지,
어떤 체계에 맞춰 말하는지에 따라
살 수 있고, 죽을 수 있다.

테익스칼란이라는 제국은
언어로 자신을 보호하는 세계다.
문화와 계급은 시처럼 다듬어진
어휘 속에 숨고,
정치적 긴장감은
시적인 수사법으로 거래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마히트는 이방인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제국을 동경해온 사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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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가지고 간 기억 장치는
점점 오작동한다.
기억이 겹치고, 감정이 섞이고,
어디까지가 내 생각이고
어디서부터 남의 감정인지 모르게 된다.

그게 무섭다.
그러면서도, 어쩐지 부럽다.
타인의 능력과 지식을 장착하고
대사로서 완성될 수 있다면,
나라도 그 기술을 원할 것 같다.

하지만, 잃는 것도 많다.
예를 들면 나라는 사람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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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전개는 느슨한 듯 팽팽하다.
총성이 없어도 긴장감이 있다.
이야기 전체를 끌고 가는 건
기억과 언어,
그리고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정체성이다.

마히트가 싸우는 건
정치도, 타국도, 제국도 아니다.
그녀 자신이다.
그녀 안에 남겨진 타인의 잔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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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라는 장르의 옷을 입었지만,
이건 한 사람의 자아를 묻는 이야기다.
‘너는 누구냐’ 는 질문을
매 장면마다 던지면서
말과 권력, 제국과 이방인의 서사를
촘촘하게 엮어낸다.

제국은 늘 아름답다.
시를 쓰듯 말을 다듬고,
기억을 복제하며 완벽한 존재를 만든다.

하지만 그 완벽함 속에,
마히트 같은 '낀 사람' 이 있다.
바깥의 눈을 가졌지만
안쪽을 동경하는 사람.
그 경계에 선 사람.

우리는 누구나
자기 언어로 살고 싶은
욕망을 품고 있다.
그 언어가 때론 누군가의 것이더라도.
 
 
 
📍
그러니까 꼭 살아남아야 했던 거다.
누구의 기억이든,
누구의 언어든 상관없이
그 순간만큼은
스스로 말할 수 있어야 했으니까.

그게 진짜 외교고,
그게 진짜 자아니까.

무너지는 제국 한가운데서
마히트는 이상할 만큼 또렷했다.
다른 누구의 말도 아닌,

오직 자기 말로 버티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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