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21세기북스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칸트 수업><칸트 수업>은 철학의 언어를 삶의 언어로 되돌린다.무겁고 딱딱하게 굳어 있던 이름 하나가이 책 안에서는 아주 느리고 투명한 호흡으로 풀려나간다.저자는 칸트의 사유를 시대의 위대한 이론이 아닌한 인간이 자기 자신에게 묻고 또 대답하는 일로 보여준다.‘왜 살아야 하는가’가 아니라‘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다루는 철학.<순수이성비판>에서 <판단력비판>으로 이어지는 길 위에서이성과 감성, 자유와 의무, 도덕과 아름다움이모두 인간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의 구조를 이룬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던 칸트가 남긴 시선은오늘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다.생각하는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그 오래된 과업이 다시 현재형으로 불려 나온다.📖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의 언어가 하나씩 느려졌다. 빠르게 결론으로 향하던 문장들이 멈춰 서고스스로를 되묻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던 마음이 조금씩 방향을 바꾸었다. 칸트의 사유는 그런 방식으로 다가온다. 이성은 계산이 아니라 인내의 다른 이름이며도덕은 명령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거는 약속이다. 그는 자유를 욕망의 해방이 아닌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는 힘으로 보았고그 힘의 시작을 인간의 존엄이라 불렀다. 세상을 바꾸는 일보다 어려운 것은 나를 바꾸는 일이며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언제나 사유의 한 걸음에서 비롯된다.생각한다는 것은 외부의 소음을 잠시 밀어내는 일이다.눈앞의 사실보다 ‘그럼에도 옳은 일’을 택하려는 마음이해할 수 없더라도 타인의 고통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아는 감정그 느리지만 단단한 감정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인간의 윤리다.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 그러나 불완전하기 때문에 생각한다. 불완전하기 때문에 다시 판단하고그 판단 위에서 자신을 세운다.칸트의 철학은 매일의 선택 속에 숨어 있다. 약속 시간에 늦지 않으려 노력하는 일작은 거짓말 앞에서 망설이는 일타인의 실수에 분노하면서도 결국 용서를 택하는 일그 일상의 순간들이 바로 실천이성의 무대다. 도덕은 그렇게 흔들리고 주저하는 인간의 한가운데서 생겨나는 아주 현실적인 감각이다.철학의 문장은 차가워 보이지만 그 속에는 생의 열이 있다. ‘직관 없는 개념은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이다.’라는 문장은 보는 일과 아는 일, 감각과 이성인간의 두 가지 능력이 서로를 향해 내밀 수 있는 손길이다. 감각이 세계를 열고 이성이 그 문턱을 넘으며그렇게 우리는 살아 있는 하나의 인식체로 완성된다.도덕적 행위는 ‘무엇 때문에’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 하기 때문에’ 이루어진다.그건 보상 없는 신념이며 대가 없는 선택이다. 그 선택이 반복될 때 인간은 비로소 인간이 된다. 도덕은 외부의 감시가 아니라 내면의 빛이다. 그 빛이 희미해질 때 우리는 다시 철학으로 돌아가야 한다.이 책은 빠른 결론을 요구하는 시대에한 문장을 오랫동안 붙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것은 생각하는 인간이 아직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증언처럼 느껴진다.생각은 행위이고 행위는 인간을 구한다는 사실!
🌟 이 책은 더블북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버지를 구독해주세요>세상은 때로 한 사람의 유튜브로 요동친다.무대조명 대신 햇볕이 쏟아지는 시골 마당 카메라 앞에 선 노인의 얼굴은 화려하지 않지만 눈을 붙든다. 한때 아버지였던 사람, 이제는 조회수를 가진 사람. 아들은 그 숫자 속에서 벗어날 길을 찾고딸은 부양의 무게를 덜 궁리한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찾아 헤매는 건 돈도, 명예도 아닌 오래전 흩어진 ‘우리’라는 이름이다.아버지의 몸짓이 웃음을 주고그 웃음이 사람들을 끌어모으고그 틈에서 가족이 다시 얼굴을 맞댄다.서툴고 어색한 재회, 그러나 그 속에 남은 따뜻함.이 책은 유튜브라는 낯선 무대 위에서가족이라는 가장 낡은 무대가 다시 살아나는 장면을 보여준다.📖 책을 읽고 나서 늙은 남자가 있었다.세상의 뒷면으로 미끄러져 내려간 사람이름보다 주름이 먼저 보이는 얼굴하루의 무게가 밥 한 끼에 고스란히 실리는 삶그렇게 사라져가던 그가 어느 날 화면 속에서 다시 깨어났다.우연처럼 찍힌 영상 하나가 그를 세상 앞으로 밀어올렸고사람들은 웃었고 그 웃음 속에서 낡은 인생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낯선 수천 명의 눈이 그를 본다.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좋아하고 좋아하면서도 비웃는 시선들.그는 그 시선의 뜻을 끝내 알지 못한 채그저 카메라를 향해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도시의 실패 속에 웅크린 아들이 있었다.삶이 뒤집히고 자존심이 바닥에 닿은 채다시 일어날 이유를 찾지 못하던 사람.그러나 화면 속에서 춤추는 아버지를 보고 생기가 돌았다.그것은 희망이라기보다 한탕의 냄새였고사랑이라기보다 거래의 욕망이었다.자신이 이용하려는 사람을 동시에 동경하고 있다는 것을그는 알았다.아버지의 웃음을 팔아서라도 세상에 다시 이름을 올리고 싶었지만그 웃음이 진짜였다는 걸 나중에서야 깨닫는다.사람의 욕망은 늘 그렇게 늦게 뒤늦게 자신을 따라잡는다.딸은 현실에 갇혀 있었다.손끝까지 피로한 사람아버지를 향한 마음보다 숫자와 청구서가 먼저 떠오르는 삶부양이라는 말이 사랑의 반대말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그녀는 자신이 나쁜 딸이라고 믿었다.그래서 아버지를 재혼시키려 했고 스스로의 짐을 덜려 했다.어느 날 낯선 화면 속에서 웃는 그의 얼굴을 보고 멈춰섰다.자신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이었다.누구에게도 기대지 않는 얼굴생의 막다른 길에서 스스로 다시 일어나는 사람의 얼굴그 얼굴을 보고서야 그녀는 알았다.오래 미뤄둔 사랑은 끝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무대는 시골의 마당.땅의 냄새와 먼지가 어우러진 곳조명 대신 햇빛이 쏟아지고 박수 대신 닭 울음이 배경이 되는 곳거기서 그는 춤을 배웠다.아이돌의 리듬에 맞춰 손발을 어설프게 맞추며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아무도 원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을세상에 증명하고 있었다.그 모습은 우스꽝스럽기도 했지만 경건했다.스스로를 다시 세우는 일은 언제나 그렇게 어색하고 불완전한 법이다.시간이 지나 구독자 수가 늘고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짧게 기억했다.하지만 그의 하루는 전과 다르지 않았다.밥을 짓고 문을 닫고 밤이 오면 불을 끈다.그 모든 단조로움 속에서 그는 평온했다.유명해진 것도, 잊히는 것도 이제는 그에게 같은 일이었다.그는 그저 살아 있었다.살아 있다는 건 여전히 누군가를 기다리고누군가의 이름을 부를 수 있다는 뜻이니까.이야기의 끝은 어떤 화해도 눈물도 없다.다만 한 가족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한순간이 있다.말없이 함께 앉아 있고 아무도 설명하지 않는다.그들은 이제 더 이상 서로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그저 있는 그대로의 얼굴을 바라본다.그것이 이해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라는 것을 안다.인생이란 언제나 그렇게 늦게야 닿는다.미안하다는 말이 입을 떠나기도 전에 시간이 지나가고사랑한다는 말은 늘 그보다 한 박자 느리게 도착한다.하지만 늦게 도착한 말도 여전히 말이 된다.사람은 그런 식으로 서로를 배운다.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사람들은 잊혀지고모든 것이 사라져도 남는 건 미세한 움직임이다.누군가의 어깨가 조금 들썩이는 것오래된 웃음이 다시 입술에 걸리는 것그 작고 하찮은 순간들이 인생을 다시 움직인다.그는 그 움직임으로 살아 있었다.구경거리가 아닌 존재로, 실패가 아닌 사람으로.
🌟 이 책은 웅진지식하우스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미쳐가고 있는 기후과학자입니다>세상이 천천히 타들어간다. 하늘이 붉게 변하고 바다는 숨을 고른다. 그 장면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그는 연구자가 아니라 지구라는 생명을 지켜보는 증인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재난의 미래를 계산하면서도 그 안에서 사랑을 잃지 않는 사람.숫자와 데이터가 아니라 마음으로 쓴 보고서.기후를 연구하던 과학자가 어느 날 펜을 들고그래프 대신 문장을 그리기 시작했다.냉정해야 하는 직업 속에서 울어버린 사람의 기록세계가 무너지는 장면을 버티며 남긴 감정의 잔해.그는 분노했다. 울었다. 또다시 사랑했다.그리고 말했다.“지구는 변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변할 수 있습니다.어차피 저는 미친 과학자니까요.”망하는 세상에서 사랑을 말하는 법.그것이 이 책이다.📖 책을 읽고 나서 세상은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무너지고 있었다. 거대한 폭발음이나 경고도 없었다. 그저 하늘의 색이 조금씩 바래고바다의 밀도가 느리게 변하며대기의 흐름이 예전과 다르게 움직였다. 사람들은 그 변화를 눈으로 보았지만 쉽게 믿지 않았다. 그것이 재난인지 순환인지, 인간의 탓인지 자연의 일인지아무도 명확히 말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느린 파괴의 한가운데에서 여전히 누군가는 기록하고 있었다. 매일같이 숫자를 세고, 변화를 계산하고그 결과를 문장으로 옮기는 사람. 세계가 기울어 가는 동안에도 냉정한 눈으로 남아 있으려 했던 사람. 그리고 마침내그 냉정함마저 무너지는 순간을 정직하게 받아들인 사람.기후를 다루는 일은 언제나 예측과 오차의 경계에 있었다. 과학자들은 데이터를 다루면서도 그 데이터 안에 인간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걸 안다. 연구는 객관을 향하지만연구자 자신은 그 객관 속에서 가장 인간적인 감정에 휩쓸린다. 케이트 마블은 그 모순을 외면하지 않았다.오히려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자신이 매일 시뮬레이션하던 지구의 붕괴를 더 이상 ‘현상’으로 보지 않았다. 그것은 인간의 선택이었고 우리가 만들어낸 운명이었다. 그는 그래프의 선들이 울고 있다는 걸 보았다. 불타는 숲, 잠긴 도시, 사라진 종의 흔적이 숫자로 남아 있었다.그 냉정한 숫자들을 직면하는 일은 곧 죄책감과 마주하는 일이었다.그의 분노는 세상에 대한 절규이기보다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에 가까웠다. 연구를 계속한다는 것은 파괴의 현장을 지켜보면서도 그 안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 일이다. 그는 말없이 분노했고 묵묵히 죄책감을 기록했다. 거짓말로 시간을 벌어온 기업들, 무책임한 정치그리고 그 안에서 침묵해온 자신까지. 그러나 분노는 그를 마비시키지 않았다. 분노는 행동으로 바뀌었다. 그는 글을 썼고 그 글 속에서 세상을 잃어가는 감정을 정리했다.세상이 망해간다는 생각은 그에게 포기의 이유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은 글을 써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끝을 본다는 것은 시작을 새로 쓰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걸 그는 알았다. 불타는 땅에서도 싹은 돋고침수된 도시에서도 새들이 날아왔다. 인간이 만든 재앙 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사랑을 했다. 그는 그 사실을 믿었다. 그것이 과학보다 확실한 진실이라고 믿었다.그는 희망이란 살아 있는 증거라고 말한다. 불가능을 알면서도 행동하는 사람들실패를 예감하면서도 손을 내미는 사람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 그 느리고 불완전한 반복이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실험이다. 기후를 되돌리는 일도, 세상을 다시 만드는 일도누군가의 구원이 아니라 모두의 버팀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걸 그는 안다.그래서 그는 계산을 멈추지 않았다. 그 계산은 세계의 잔해 속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움직임을 찾아내기 위한 일이었다. 그는 과학자로 남았지만 동시에 증언자로 서 있었다. 지구의 종말을 시뮬레이션하면서도여전히 사랑을 기록하는 사람파괴의 현장을 분석하면서도 끝내 인간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 세계가 꺼져가더라도그 안에서 한 문장이라도 남길 수 있다면그 문장이 곧 생존이라고 믿은 사람.망할 세상이라 해도인간은 여전히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 이 책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를 통해 세이코리아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디테일리즘>
호텔은 빛으로 말을 건다.
조명이 천장을 타고 내려오며
공간의 기분을 바꾸고
바닥의 반사광이
사람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싼다.
그 안에서 들리는 건 발소리
식기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누군가의 짧은 인사.
어느 하나 우연이 없다.
이 세계를 만드는 사람들은
공기의 무게까지 설계한다.
<디테일리즘>은
그 세계의 뒷면을 보여준다.
화려한 간판 뒤에서 일상의 질서를
새로 쓰는 사람들.
커피잔의 두께를 고르고
빙수 위의 소스를 한 방울 덜어내는
그들의 하루는 완벽보다 정확에 가깝다.
시선이 닿지 않는 곳까지
품격을 놓지 않는 태도
그것이 공간을 품위 있게 만든다.
보이지 않는 정성은
언제 사람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을까?
📖 책을 읽고 나서
호텔의 시간은 물처럼 흘러간다.
누군가는 체크아웃을 하고
누군가는 막 잠에서 깨어난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닫히는 동안에도
수많은 이야기가 겹친다.
그 사이를 통과하는 사람들의 발에는
규칙이 있다.
그 규칙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눈에 보이는 규정도 아니다.
자신이 속한 세계가 무너지지 않게
붙잡는 일.
그것이 그들의 하루를 움직인다.
하루의 시작은 대개 새벽이다.
어둠이 아직 걷히지 않은 시간
주방의 불이 가장 먼저 켜지고
수십 개의 접시가 소리를 낸다.
공기 중에는 긴장과 익숙함이 섞여 있다.
매일 같은 일을 하면서도
매일 다른 마음으로 시작해야 하는 사람들
그들의 움직임에는
단 한 번의 해이함도 허락되지 않는다.
미세한 온도 차이, 조금 달라진 향
소스의 농도 하나에도
모든 시선이 집중된다.
완벽을 말하지 않지만
완벽에 가까운 마음들이
이 세계를 지탱하고 있다.
호텔은 화려한 장소로 기억되지만
그 속의 진짜는
정돈된 손과 지워진 이름들이다.
누구도 주인공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하루가
완성되는 순간에는
반드시 그들의 손이 닿아 있다.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른 채
웃고, 먹고, 잠든다.
그들이 느끼는 편안함은
계산된 서비스의 결과가 아니라
한 사람의 땀과 집요함이 쌓여 만들어진
질서의 결과다.
그래서 호텔의 품격은 습관에서 비롯된다.
반복된 손의 궤적이 만들어내는
일상의 긴장.
책 속의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호텔은 일의 총합이 아니라
마음의 집합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의 태도가
또 다른 사람의 하루를 만들고
그 하루가 쌓여 브랜드의 온도를 바꾼다.
어느 날은 고객의 불만으로
어느 날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흔들리지만
그 자리를 지키는 건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책임감이다.
그 책임감은
명령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그 마음이 하루를 견디게 하고
그 하루가 호텔을 버티게 한다.
호텔리어의 세계에서는
말보다 행동이 먼저다.
누군가의 시선을 기다리지 않고
알아서 움직이는 몸의 기억.
인사하는 타이밍, 시선을 내리는 각도,
문을 닫는 속도까지 몸이 먼저 배운다.
그 세밀한 조율이 하나의 리듬을 만든다.
그 리듬이 사람을 안심시키고
그 안심이 신뢰로 이어진다.
신뢰란 무언가를 믿는 일이 아니라
틀어지지 않는 움직임에 대한 믿음이다.
눈에 띄지 않아도 변하지 않는 자세
그것이 호텔의 언어다.
<디테일리즘>이라는 이름은
화려함을 덜어낸 사람들의 철학에 가깝다.
그들은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
있는 것을 더 잘 다루는 법을 알고 있다.
비슷한 하루 속에서 차이를 만드는 일
그것이 그들의 예술이다.
한 잔의 커피가 완성되기까지의 모든 과정,
한 장의 시트가 곧게 펴지기까지의
모든 손의 움직임
그 시간 안에 그들의 신념이 있다.
그래서 호텔은 마음의 집이다.
하루의 끝에는 늘 조명이 남는다.
사람들은 떠나고
의자는 제자리로 돌아오고
공기는 다시 고요해진다.
그러나 그 고요는 준비된 상태에 가깝다.
다음 날을 기다리는 정리된 공기
그것이 호텔의 리듬이다.
아무 일 없는 하루를
완벽하게 마무리한다는 건
가장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들은 매일 같은 자리를 지키고
같은 손으로 같은 일을 반복한다.
그리고 그 반복이 품격이 된다.
진짜 완벽은 보여주는 데서 생기지 않고
끝까지 무너지지 않는 태도에서
태어난다는 것!
🌟 이 책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를 통해 소명출판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조국>한 인간의 생이 하나의 대륙이라면그는 그 대륙의 가장 깊은 땅을 걸어간 사람이었다.남과 북의 경계가 생을 가르고사상의 이름이 사람의 운명을 정하던 시절그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신이 서야 할 자리를 선택했다.누군가는 배반자라 불렀고누군가는 영웅이라 불렀지만그는 그 모든 이름에서 조금씩 멀어졌다.그저 살아남은 자로한 시대를 통과한 사람으로말하지 못한 역사를 등에 지고 걸었다.그의 말은 고백이 아니고 회한이 아니고 변명이 아니었다.그저 남겨진 자가 쓸 수밖에 없는한 세기의 기록이다.📖 책을 읽고 나서 역사는 언제나 한 개인의 얼굴을 잊는다. 그러나 어떤 얼굴은 잊히기를 거부한다. 총부리 앞에서도 이름을 지키려 했던 한 사람.전향을 거부한 죄로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던 한 남자의 생은이제 한 작가의 문장 속에서 되살아난다. 그 문장은 피로 쓰인 역사의 편린이 아니라인간이 끝내 포기하지 못한 존엄의 형태다.그는 이상도, 이념도 아닌 인간 그 자체로 살고자 했다. 누구의 편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오직 ‘조국’이라는 단어의 무게에 눌려 한 생을 버텼다. 사상의 틀 안에서 그는 언제나 불온했고시대는 그런 그를 감옥으로 몰았다. 그러나 갇힌 자의 언어가 더 멀리 닿는 법이다. 철창 안에서도 그는 스스로를 배반하지 않았다. 그가 택한 고독은 신념의 이름으로 포장된 허세가 아니었다. 그것은 한 인간이 자기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었다.부서진 세계 속에서도 인간은 끝내 무릎 꿇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문과 배신, 상실과 부끄러움그 모든 것의 한가운데서 인간은 여전히 생각한다. 생각이 사라지는 순간 인간은 사라지기에그는 끝까지 생각하는 인간으로 남으려 했다. 그 생각은 체제의 언어로 번역되지 않는다. 오직 고통의 언어로, 살아 있는 자의 기록으로 남는다.그의 삶은 패배로 끝난 듯 보이지만진실은 다른 곳에 있다. 그는 죽음으로써 이긴 사람이다. 어떤 시대도 그의 마음을 꺾지 못했다. 자유를 향한 욕망이란 그렇게 무겁다.체제는 무너져도 사상의 자유는 남는다.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 끝내 포기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면이 기록이 증명한다.그의 조국은 북도 남도 아니었다.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는 목소리바람에 흔들리는 고향의 산눈 속에서 무릎을 꿇고 별을 올려다보던 한 사람의 시선이 곧 그의 조국이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잃어버린 조국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