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수업 - 오늘의 시민을 위한 칸트 입문 강독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36
김선욱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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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21세기북스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칸트 수업>


<칸트 수업>은 철학의 언어를 삶의 언어로 되돌린다.
무겁고 딱딱하게 굳어 있던 이름 하나가
이 책 안에서는 아주 느리고 투명한 호흡으로 풀려나간다.
저자는 칸트의 사유를 시대의 위대한 이론이 아닌
한 인간이 자기 자신에게 묻고 또 대답하는 일로 보여준다.
‘왜 살아야 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다루는 철학.
<순수이성비판>에서 <판단력비판>으로 이어지는 길 위에서
이성과 감성, 자유와 의무, 도덕과 아름다움이
모두 인간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의 구조를 이룬다.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던 칸트가 남긴 시선은
오늘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생각하는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 오래된 과업이 다시 현재형으로 불려 나온다.


📖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의 언어가 하나씩 느려졌다.
빠르게 결론으로 향하던 문장들이 멈춰 서고
스스로를 되묻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던 마음이
조금씩 방향을 바꾸었다.
칸트의 사유는 그런 방식으로 다가온다.
이성은 계산이 아니라 인내의 다른 이름이며
도덕은 명령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거는 약속이다.
그는 자유를 욕망의 해방이 아닌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는 힘으로 보았고
그 힘의 시작을 인간의 존엄이라 불렀다.
세상을 바꾸는 일보다 어려운 것은 나를 바꾸는 일이며
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언제나 사유의 한 걸음에서 비롯된다.

생각한다는 것은 외부의 소음을 잠시 밀어내는 일이다.
눈앞의 사실보다 ‘그럼에도 옳은 일’을 택하려는 마음
이해할 수 없더라도
타인의 고통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아는 감정
그 느리지만 단단한 감정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인간의 윤리다.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
그러나 불완전하기 때문에 생각한다.
불완전하기 때문에 다시 판단하고
그 판단 위에서 자신을 세운다.

칸트의 철학은 매일의 선택 속에 숨어 있다.
약속 시간에 늦지 않으려 노력하는 일
작은 거짓말 앞에서 망설이는 일
타인의 실수에 분노하면서도 결국 용서를 택하는 일
그 일상의 순간들이 바로 실천이성의 무대다.
도덕은 그렇게 흔들리고 주저하는
인간의 한가운데서 생겨나는 아주 현실적인 감각이다.

철학의 문장은 차가워 보이지만 그 속에는 생의 열이 있다.
‘직관 없는 개념은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이다.’
라는 문장은 보는 일과 아는 일, 감각과 이성
인간의 두 가지 능력이 서로를 향해 내밀 수 있는 손길이다.
감각이 세계를 열고 이성이 그 문턱을 넘으며
그렇게 우리는 살아 있는 하나의 인식체로 완성된다.

도덕적 행위는 ‘무엇 때문에’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 하기 때문에’ 이루어진다.
그건 보상 없는 신념이며 대가 없는 선택이다.
그 선택이 반복될 때 인간은 비로소 인간이 된다.
도덕은 외부의 감시가 아니라 내면의 빛이다.
그 빛이 희미해질 때 우리는 다시 철학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책은 빠른 결론을 요구하는 시대에
한 문장을 오랫동안 붙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것은 생각하는 인간이 아직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증언처럼 느껴진다.

생각은 행위이고 행위는 인간을 구한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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