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웅진지식하우스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미쳐가고 있는 기후과학자입니다>세상이 천천히 타들어간다. 하늘이 붉게 변하고 바다는 숨을 고른다. 그 장면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그는 연구자가 아니라 지구라는 생명을 지켜보는 증인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재난의 미래를 계산하면서도 그 안에서 사랑을 잃지 않는 사람.숫자와 데이터가 아니라 마음으로 쓴 보고서.기후를 연구하던 과학자가 어느 날 펜을 들고그래프 대신 문장을 그리기 시작했다.냉정해야 하는 직업 속에서 울어버린 사람의 기록세계가 무너지는 장면을 버티며 남긴 감정의 잔해.그는 분노했다. 울었다. 또다시 사랑했다.그리고 말했다.“지구는 변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변할 수 있습니다.어차피 저는 미친 과학자니까요.”망하는 세상에서 사랑을 말하는 법.그것이 이 책이다.📖 책을 읽고 나서 세상은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무너지고 있었다. 거대한 폭발음이나 경고도 없었다. 그저 하늘의 색이 조금씩 바래고바다의 밀도가 느리게 변하며대기의 흐름이 예전과 다르게 움직였다. 사람들은 그 변화를 눈으로 보았지만 쉽게 믿지 않았다. 그것이 재난인지 순환인지, 인간의 탓인지 자연의 일인지아무도 명확히 말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느린 파괴의 한가운데에서 여전히 누군가는 기록하고 있었다. 매일같이 숫자를 세고, 변화를 계산하고그 결과를 문장으로 옮기는 사람. 세계가 기울어 가는 동안에도 냉정한 눈으로 남아 있으려 했던 사람. 그리고 마침내그 냉정함마저 무너지는 순간을 정직하게 받아들인 사람.기후를 다루는 일은 언제나 예측과 오차의 경계에 있었다. 과학자들은 데이터를 다루면서도 그 데이터 안에 인간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걸 안다. 연구는 객관을 향하지만연구자 자신은 그 객관 속에서 가장 인간적인 감정에 휩쓸린다. 케이트 마블은 그 모순을 외면하지 않았다.오히려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자신이 매일 시뮬레이션하던 지구의 붕괴를 더 이상 ‘현상’으로 보지 않았다. 그것은 인간의 선택이었고 우리가 만들어낸 운명이었다. 그는 그래프의 선들이 울고 있다는 걸 보았다. 불타는 숲, 잠긴 도시, 사라진 종의 흔적이 숫자로 남아 있었다.그 냉정한 숫자들을 직면하는 일은 곧 죄책감과 마주하는 일이었다.그의 분노는 세상에 대한 절규이기보다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에 가까웠다. 연구를 계속한다는 것은 파괴의 현장을 지켜보면서도 그 안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 일이다. 그는 말없이 분노했고 묵묵히 죄책감을 기록했다. 거짓말로 시간을 벌어온 기업들, 무책임한 정치그리고 그 안에서 침묵해온 자신까지. 그러나 분노는 그를 마비시키지 않았다. 분노는 행동으로 바뀌었다. 그는 글을 썼고 그 글 속에서 세상을 잃어가는 감정을 정리했다.세상이 망해간다는 생각은 그에게 포기의 이유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은 글을 써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끝을 본다는 것은 시작을 새로 쓰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걸 그는 알았다. 불타는 땅에서도 싹은 돋고침수된 도시에서도 새들이 날아왔다. 인간이 만든 재앙 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사랑을 했다. 그는 그 사실을 믿었다. 그것이 과학보다 확실한 진실이라고 믿었다.그는 희망이란 살아 있는 증거라고 말한다. 불가능을 알면서도 행동하는 사람들실패를 예감하면서도 손을 내미는 사람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 그 느리고 불완전한 반복이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실험이다. 기후를 되돌리는 일도, 세상을 다시 만드는 일도누군가의 구원이 아니라 모두의 버팀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걸 그는 안다.그래서 그는 계산을 멈추지 않았다. 그 계산은 세계의 잔해 속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움직임을 찾아내기 위한 일이었다. 그는 과학자로 남았지만 동시에 증언자로 서 있었다. 지구의 종말을 시뮬레이션하면서도여전히 사랑을 기록하는 사람파괴의 현장을 분석하면서도 끝내 인간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 세계가 꺼져가더라도그 안에서 한 문장이라도 남길 수 있다면그 문장이 곧 생존이라고 믿은 사람.망할 세상이라 해도인간은 여전히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