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 김응교 장편실화소설
김응교 지음 / 소명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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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를 통해 소명출판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조국>


한 인간의 생이 하나의 대륙이라면
그는 그 대륙의 가장 깊은 땅을 걸어간 사람이었다.
남과 북의 경계가 생을 가르고
사상의 이름이 사람의 운명을 정하던 시절
그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신이 서야 할 자리를 선택했다.
누군가는 배반자라 불렀고
누군가는 영웅이라 불렀지만
그는 그 모든 이름에서 조금씩 멀어졌다.
그저 살아남은 자로
한 시대를 통과한 사람으로
말하지 못한 역사를 등에 지고 걸었다.
그의 말은 고백이 아니고
회한이 아니고 변명이 아니었다.
그저 남겨진 자가 쓸 수밖에 없는
한 세기의 기록이다.


📖 책을 읽고 나서


역사는 언제나 한 개인의 얼굴을 잊는다.
그러나 어떤 얼굴은 잊히기를 거부한다.
총부리 앞에서도 이름을 지키려 했던 한 사람.
전향을 거부한 죄로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던 한 남자의 생은
이제 한 작가의 문장 속에서 되살아난다.
그 문장은 피로 쓰인 역사의 편린이 아니라
인간이 끝내 포기하지 못한 존엄의 형태다.

그는 이상도, 이념도 아닌
인간 그 자체로 살고자 했다.
누구의 편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오직 ‘조국’이라는 단어의 무게에 눌려 한 생을 버텼다.
사상의 틀 안에서 그는 언제나 불온했고
시대는 그런 그를 감옥으로 몰았다.
그러나 갇힌 자의 언어가 더 멀리 닿는 법이다.
철창 안에서도 그는 스스로를 배반하지 않았다.
그가 택한 고독은
신념의 이름으로 포장된 허세가 아니었다.
그것은 한 인간이
자기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었다.

부서진 세계 속에서도
인간은 끝내 무릎 꿇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문과 배신, 상실과 부끄러움
그 모든 것의 한가운데서 인간은 여전히 생각한다.
생각이 사라지는 순간 인간은 사라지기에
그는 끝까지 생각하는 인간으로 남으려 했다.
그 생각은 체제의 언어로 번역되지 않는다.
오직 고통의 언어로, 살아 있는 자의 기록으로 남는다.

그의 삶은 패배로 끝난 듯 보이지만
진실은 다른 곳에 있다.
그는 죽음으로써 이긴 사람이다.
어떤 시대도 그의 마음을 꺾지 못했다.
자유를 향한 욕망이란 그렇게 무겁다.
체제는 무너져도 사상의 자유는 남는다.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
끝내 포기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면
이 기록이 증명한다.

그의 조국은 북도 남도 아니었다.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는 목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고향의 산
눈 속에서 무릎을 꿇고 별을 올려다보던
한 사람의 시선이 곧 그의 조국이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잃어버린 조국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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