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리즘
조정욱 지음 / 세이코리아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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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를 통해 세이코리아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디테일리즘>


호텔은 빛으로 말을 건다.

조명이 천장을 타고 내려오며

공간의 기분을 바꾸고

바닥의 반사광이

사람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싼다.

그 안에서 들리는 건 발소리

식기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누군가의 짧은 인사.

어느 하나 우연이 없다.

이 세계를 만드는 사람들은

공기의 무게까지 설계한다.

<디테일리즘>은

그 세계의 뒷면을 보여준다.

화려한 간판 뒤에서 일상의 질서를

새로 쓰는 사람들.

커피잔의 두께를 고르고

빙수 위의 소스를 한 방울 덜어내는

그들의 하루는 완벽보다 정확에 가깝다.

시선이 닿지 않는 곳까지

품격을 놓지 않는 태도

그것이 공간을 품위 있게 만든다.

보이지 않는 정성은

언제 사람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을까?


📖 책을 읽고 나서


호텔의 시간은 물처럼 흘러간다.

누군가는 체크아웃을 하고

누군가는 막 잠에서 깨어난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닫히는 동안에도

수많은 이야기가 겹친다.

그 사이를 통과하는 사람들의 발에는

규칙이 있다.

그 규칙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눈에 보이는 규정도 아니다.

자신이 속한 세계가 무너지지 않게

붙잡는 일.

그것이 그들의 하루를 움직인다.


하루의 시작은 대개 새벽이다.

어둠이 아직 걷히지 않은 시간

주방의 불이 가장 먼저 켜지고

수십 개의 접시가 소리를 낸다.

공기 중에는 긴장과 익숙함이 섞여 있다.

매일 같은 일을 하면서도

매일 다른 마음으로 시작해야 하는 사람들

그들의 움직임에는

단 한 번의 해이함도 허락되지 않는다.

미세한 온도 차이, 조금 달라진 향

소스의 농도 하나에도

모든 시선이 집중된다.

완벽을 말하지 않지만

완벽에 가까운 마음들이

이 세계를 지탱하고 있다.


호텔은 화려한 장소로 기억되지만

그 속의 진짜는

정돈된 손과 지워진 이름들이다.

누구도 주인공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하루가

완성되는 순간에는

반드시 그들의 손이 닿아 있다.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른 채

웃고, 먹고, 잠든다.

그들이 느끼는 편안함은

계산된 서비스의 결과가 아니라

한 사람의 땀과 집요함이 쌓여 만들어진

질서의 결과다.

그래서 호텔의 품격은 습관에서 비롯된다.

반복된 손의 궤적이 만들어내는

일상의 긴장.


책 속의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호텔은 일의 총합이 아니라

마음의 집합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의 태도가

또 다른 사람의 하루를 만들고

그 하루가 쌓여 브랜드의 온도를 바꾼다.

어느 날은 고객의 불만으로

어느 날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흔들리지만

그 자리를 지키는 건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책임감이다.

그 책임감은

명령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그 마음이 하루를 견디게 하고

그 하루가 호텔을 버티게 한다.


호텔리어의 세계에서는

말보다 행동이 먼저다.

누군가의 시선을 기다리지 않고

알아서 움직이는 몸의 기억.

인사하는 타이밍, 시선을 내리는 각도,

문을 닫는 속도까지 몸이 먼저 배운다.

그 세밀한 조율이 하나의 리듬을 만든다.

그 리듬이 사람을 안심시키고

그 안심이 신뢰로 이어진다.

신뢰란 무언가를 믿는 일이 아니라

틀어지지 않는 움직임에 대한 믿음이다.

눈에 띄지 않아도 변하지 않는 자세

그것이 호텔의 언어다.


<디테일리즘>이라는 이름은

화려함을 덜어낸 사람들의 철학에 가깝다.

그들은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

있는 것을 더 잘 다루는 법을 알고 있다.

비슷한 하루 속에서 차이를 만드는 일

그것이 그들의 예술이다.

한 잔의 커피가 완성되기까지의 모든 과정,

한 장의 시트가 곧게 펴지기까지의

모든 손의 움직임

그 시간 안에 그들의 신념이 있다.

그래서 호텔은 마음의 집이다.


하루의 끝에는 늘 조명이 남는다.

사람들은 떠나고

의자는 제자리로 돌아오고

공기는 다시 고요해진다.

그러나 그 고요는 준비된 상태에 가깝다.

다음 날을 기다리는 정리된 공기

그것이 호텔의 리듬이다.

아무 일 없는 하루를

완벽하게 마무리한다는 건

가장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들은 매일 같은 자리를 지키고

같은 손으로 같은 일을 반복한다.

그리고 그 반복이 품격이 된다.


진짜 완벽은 보여주는 데서 생기지 않고

끝까지 무너지지 않는 태도에서

태어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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