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릉실록 - 능에서 만난 조선의 임금
이규원 지음 / 글로세움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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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을 호인好人이라 한다. 매사에 우호적이고 협조적이어서 인생길을 동반하기가 편하다. 그러나 사람 좋다고 함부로 대하다간 일격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무골호인으로 한없이 좋은 사람이 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아 호구糊口로 불린다. 인격을 능멸하거나 무시당해도 ‘허허’대고 웃고 만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호인으로 살되 호구는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조선조 제12대 인종대왕(1515~1545)은 수신修身은 경지에 달했으나 제가齊家와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는 이루지 못했다. 개인의 앞날이나 국가의 장래를 함부로 예단할 수 없지만 인종이 건강하여 과단성 있게 통치했다면 조선 중기는 보기 드문 성군의 시대가 도래했을 것이라고 사가들은 애석해 한다. 용상에 앉아 잘못된 권력구조를 바로 잡고 뒤엉킨 왕실궤도를 수정할 수 있었음에도 효도에 집착한 나머지 국사를 그르치고 말았다는 아쉬움이다.

 

인종의 성품은 가히 성인 경지에 가까웠다고 각종 기록들은 전하고 있다. 3세 때부터 독서를 시작한 뒤 늘 조용히 앉아 이치를 탐구하고 밤을 새워 몰두하기가 다반사였다고 한다. 편소 농지거리를 하지 않았고 얼굴을 찡그리거나 웃는 모습도 없어 세자를 시강하는 스승조차 어려워했을 정도다. 자신을 칭찬하는 기미가 엿보이면 문득 기쁘지 않은 안색을 지어 경계하곤 했다.

 

인종의 이런 성격 형성은 그의 성장 배경에서 기인된다. 생모인 장경왕후가 인종을 낳은 지 일주일 만에 승하했고 세 살 때 계모로 들어온 문정왕후는 전처의 아들이라 원수 대하듯 했다. 문정왕후는 자신의 소생(명종)이 등극하는 데 걸림돌인 인종을 죽이려고 끊임없이 섬뜩한 음모를 획책했다. 역사의 행간을 면면히 살펴보면 그나마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게 천운이라 할 수 있을 지경이다. 모두가 어미 잃은 슬픔이었다.

 

동궁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대궐 동쪽에 있는 동궁은 세자가 거쳐하는 궁궐로 해 뜨는 정기를 받는 곳이며 세자의 별칭이기도 하다. 한밤중 세자빈 박씨와 잠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시뻘건 화염에 휩싸였다. 누군가가 여러 마리의 쥐꼬리에 화선을 달아 외길 통로를 낸 뒤 동궁으로 쫓아 보낸 것이다. 꼬리에 불이 붙어 뜨거움을 참지 못한 쥐가 갈 곳은 동궁 안 뿐이었다.

 

세자는 모든 것을 직감했다. 미우나 고우나 자신을 키워 준 계모 문정왕후에게 효도하는 길은 죽어주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이글거리는 불길에 놀라 급히 빠져 나갈 것을 재촉하는 세자빈에게 결연히 분부했다. “나는 여기 있을 테니 어서 빈궁이나 피하도록 하시오.” 촌각이 생사를 가르는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잠시 지체하다간 화형으로 이어지는 찰나였다. 이때 밖에서 애타게 세자를 찾는 중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자는 어서 나오지 않고 무얼 하는가. 속히 빠져 나오도록 하라.” 세자는 다시 생각했다. 자신이 불에 타 죽는 것이 문정왕후에게 효도일지 모르겠으나 부왕에게는 불충까지 더해진다는 것을. 그 후 불을 지른 범인이 누구인 줄 백성까지 훤히 알았지만 누구도 어쩌지 못했다. 새어머니를 얻으면 아버지도 새아버지가 된다고 했다. 중종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인종은 비길 데 없는 극진한 효자였다. 어린 세자 때부터 해뜨기 전 일어나 하루도 빠짐없이 중종 침전에 문안드리고 수라상도 직접 챙겼다. 중종이 승하하자 세자는 머리카락을 흩뜨린 채 맨발로 땅에 엎드려 6일 동안 물 한 모금 입에 대지 않았다. 남칠여구男七女九라 하여 남자는 7일, 여자는 9일을 굶으면 죽는다고 한다. 국상으로 지나치게 몸을 상한 나머지 뼈만 앙상하게 남아 지팡이를 짚어야 겨우 일어설 수 있었다. 국가를 통치하는 지도자의 건강은 국운과 직결되는 법이거늘 이래가지고서야 어찌 천하를 도모할 수 있었겠는가.

 

인종은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도 계모 문정왕후에게 문안을 빼놓지 않았다. 이때마다 문정왕후는 12세 아들 경원대군을 앉혀놓고 “우리 모자를 언제 죽일 것이냐.”고 표독스럽게 몰아쳤다. 인종에겐 세상의 온갖 부귀영화와 임금 자리도 귀찮을 따름이었다. 어서 빨리 죽어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어머니 장경왕후와 부왕 곁에 묻히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안 차 들른 내전에서 평소와 달리 문정왕후가 친절히 맞으며 떡과 음식을 권했다. 맛을 보니 이상했으나 뿌리칠 수가 없어 그냥 먹었다. 극도로 쇠약해진 인종의 병세가 그 후 더욱 악화됐다. 죽음을 직감한 인종은 영의정 윤인경을 불러 유명을 내렸다.

 

“내가 몹쓸 병에 걸려 회복하기 어려울 것 같소. 경원대군에게 전위코자 하니 경들은 그를 책려하고 보익하여 내 뜻에 부응토록 하시오. 장지는 반드시 부모의 능소 곁에 묻어 내 소망을 들어주도록 하고 장례는 소박하게 치러 민폐를 줄이도록 하오.”

 

이튿날 경복궁 경전에서 흉서하니 보령 31세 왕위에 오른 지 8개월 보음 만이었다. 조선 임금 가운데 가장 짧은 재위기간이었다. 치적이라곤 파방破傍된 현량과 복구와 기묘사화로 죽임을 당한 명현들을 신원 복구한 것뿐이었다. 경원대군으로 대통을 잇기 위해 일부러 후사를 두지 않고 검약하게 산 인종을 생각하며 백성들은 성군을 잃었다고 슬퍼했다.

 

이런 임금이 예장된 곳이 서삼릉 내의 효릉이다. 능호조차 효릉으로 지어 올렸다. 인종은 후궁으로 귀인 정씨를 두었는데 가사문학의 대가 정철의 큰누이다.

능침 앞 혼유석(망자의 혼이 나와 노니는 상석)에서 아뢰어 보았다. “전하, 천신만고 끝에 즉위하셨으면 옥체 보존하셨어야지 지나친 효행으로 졸지에 흉서 하신 뒤 나라꼴이 어찌 되었는지 아시나이까.” p.23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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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과 선생님이 뽑은 명심보감 북앤북 온고지신 읽기 2
박일봉 지음 / 북앤북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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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따뜻하기가 솜과 같고, 사람을 상처 내는 말은 날카롭기가 가시와 같으니, 사람을 이롭게 하는 한마디 말은 중하기가 천금과 같고, 한마디 말이 사람을 상처 냄에 아프기가 칼로 베이는 것 같다.

 

利人之言煖如綿絮  傷人之語利如荊棘  一言利人重値千金  一語傷人痛如刀割.

 

 

말은 그 사람의 생각이 밖으로 나타난 것이며, 아울러 그 사람의 마음의 표현이기도 하다.

로버트슨은 “말은 마음의 지표요 거울이다.”라고 말했다. 또 플로리오는 “좋은 말은 사람을 신성하게 만들고, 나쁜 말은 사람을 죽인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의 말은 항상 다른 사람들을 이롭게 해 주는데 어떤 사람의 말은 항상 다른 사람들을 헐뜯고 중상한다. 왜 그럴까? 이것은 그 사람의 마음과 사고방식에 달려 있다. 왜냐하면 말은 그 사람의 마음과 생각의 발로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선량하고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결코 다른 사람을 손상시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이로운 말을 해 준다. 그런데 마음이 비뚤어지고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결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이로운 말을 하지 않는다. 입만 벌리면 불평불만과 다른 사람을 손상시키는 말만 하게 된다.

 

그러면 이 두 가지 타입 중 어떤 사람이 인생의 행복과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사람은 결코 자기 혼자의 힘만으로는 단 하루도 살아갈 수 없다. 싫거나 좋거나 다른 사람들의 협조를 얻어야만 성공과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헐뜯고 손상시키는 말만 하는 사람에게는 가까운 친구나 협조자가 없다. 자기 자신이 사람들을 멀리 쫓고 고독을 되씹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로운 말을 해 주는 사람에게는 자연히 진심으로 위하고 협조하려는 사람들이 모여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는 성공을 거두고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우선 선량한 마음과 건설적인 생각을 지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다른 사람들에게 이로운 말을 하게 되고, 그리하여 많은 협조자를 얻어 성공과 행복을 불러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이 비록 짤막하기는 하지만 당신이 평생 좌우명으로 삼을 만한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해 주는 말은 따뜻하기가 솜과 같아서 천금과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고, 다른 사람을 해치는 말은 날카롭기가 가시와 같아서 칼로 베는 것과 같은 아픔을 안겨 준다. p.370~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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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학 동양고전 슬기바다 4
주희 지음, 윤호창 옮김 / 홍익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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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처가의 힘에 의지하지 마라.

대체로 혼인을 논의할 때는 우선 사위될 사람, 또는 며느리 될 사람의 성품이나 행실 그리고 그 집안의 법도가 어떠한가를 살펴야 한다. 다만 그 집안의 재산이나 신분을 부러워해서는 안 된다. 사위될 사람이 진실로 어질다면 지금은 빈천해도 앞으로 부귀하게 될 것이다. 사위될 사람이 진실로 어리석다면 지금은 부유하고 권세가 있다고 해도 앞으로 비천하게 될 것이다.

 

며느리는 집안의 성쇠를 결정짓는 사람이다. 다만 한 때의 부귀를 흠모해 장가간다면 며느리는 친정 집안의 부귀를 믿고서 남편을 가볍게 여기고 시부모에게 오만하게 굴지 않을 사람이 드물 것이다. 이렇게 해서 교만한 마음과 질투하는 마음이 날로 커진다면 훗날 걱정거리가 어찌 끝이 있겠는가? 가령 아내의 재산으로 부자가 되고, 아내의 권세로 높은 관직에 오른다고 해도 대장부다운 의지와 기개를 가진 사람이라면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온공서의> p.187.

 

 

48. 아내는 화목한 가정의 바탕

유개 중도(송나라 사상가)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돌아가신 선친께서는 집안을 효성스럽고 또 엄격하게 다스렸다. 매월 초하루와 보름날에 자제들과 며느리들은 마루 아래에서 절하고 나서 손을 올리고 얼굴은 숙여 선친의 훈계를 들었다. 선친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집안 형제들 가운데 의롭지 않은 이가 없지만, 모두 장가들어 아내가 집안에 들어오게 되면 다른 성들이 서로 모여 잘하고 못하는 것들을 다투게 된다. 서로 비방하는 말들이 물이 스며들 듯 날마다 귀에 들리게 되며, 자기의 처와 자식을 편애하며 재물을 사사로운 목적으로 모으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형제간의 정이 어그러지게 되며, 마침내 재산을 나누어 따로 살며 원수처럼 서로를 미워하게 된다. 이것들은 모두 너희 부인들이 만드는 것이다. 남자들 중에 뜻이 강해 몇 사람이나 부인의 말에 현혹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이런 경우를 본 적이 많다. 너희들이야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

자제와 며느리들이 물러나와서는 두렵고 조심스러워 감히 불효하는 일은 한 마디도 입밖에 내지 못했다. 우리 집안은 지금까지 선친의 말씀에 힘입어 집안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었다." <유중도찬숙모목부인묘지> p.191.

 

 

59. 도박과 유희는 시간낭비

도간이 광주자사로 있으면서 고을에 일이 없을 때 아침에 벽돌 백장을 집 밖으로 옮기고 저녁에 다시 이것을 집 안으로 옮겼다. 어떤 사람이 그 까닭을 묻자 그가 말했다. “나는 지금 중원을 회복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편안안 채로 시간을 보내면 마음이 해이해져 그 일을 감당하지 못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는 항상 이와 같이 자신의 뜻을 가다듬고 부지런히 힘을 쏟았다.

후에 그는 형주자사가 되었다. 도간은 성품이 총명하고 명민해 관리로서의 직무에 충실했으며 태도가 공손하면서 예에 일치하고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지키기를 좋아했다. 온종일 무릎을 모으고 단정히 앉아 변방의 일을 천만 가지나 처리하면서도 소홀히 하는 일이 없었다. 멀고 가까운 곳에서 온 모든 편지와 글에 대해 직접 답장을 썼지만 붓과 글이 물 흐르는 듯 막히는 적이 없었으며 관계가 먼 사람들도 모두 직접 만났지만 문 앞에 머물러 있는 손님이 없었다.

 

그는 항상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위대한 우임금은 성인이었는데도 일초의 시간을 아까워했다. 보통 사람들도 마땅히 일분 일초의 시간을 아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편안히 놀면서 술 취한 채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 있겠는가. 살아서는 당대에 보탬을 주지 못하고, 죽어서 후세에 알려지지 않는다면 이것은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것이다.”  여러 보좌관들 중에 잡담을 하거나 놀면서 일하지 않는 자가 있으면, 술잔과 도박기구, 바둑이나 장기 등을 모두 가져다가 강에 던져 버리도록 했다. <후한서, 도간열전> p.267~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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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록 - 동양고전총서 4
주희, 여조겸 엮음 | 이기동 옮김 / 홍익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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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에 인재가 더러 있기는 하나 단지 천하에 도가 밝게 펴지지 않은 까닭에 그 재능을 성취하지 못한다. 또한 옛날에는 시로써 선한 마음을 일으키고, 예로써 뜻을 굳건히 세우며, 음악으로써 온전한 덕을 이루었으나, 오늘날의 사람들이 이러한 것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옛 사람들의 시에 대한 태도는 마치 오늘날의 대중적인 음악인 가곡을 대하는 것과 같아서 비록 마을의 아이들이라도 모두 그 이야기를 익히 들어서 그 뜻을 환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를 통해 선한 마음을 일으킬 수 있었다.

 

오늘날은 학식이 많은 노선생도 오히려 그 뜻을 잘 알 수 없으니 어떻게 배우는 자를 일깨울 수 있겠는가? 이것이 시로써 선한 마음을 일으킬 수 없는 이유다. 옛날의 예가 이미 없어져 인륜이 분명치 않으며 집안을 다스리는 것에 이르기까지 모두 법도가 없어져 버렸다. 이것이 예로써 바르게 설 수 없는 이유다. 옛 사람들은 노래를 불러 성정을 기르고, 악기의 연주를 들어 이목을 기르고, 춤을 추어 혈맥을 길렀으나, 오늘날은 그것이 하나도 없으니 이것이 음악으로써 온전히 덕을 이룰 수 없는 이유이다. 그러므로 옛날에는 인재 육성이 쉬웠고, 오늘날에는 인재 육성이 어려운 것이다. <교학 편 16조>

 

 

<해 설>

 

전인 교육을 위해서는 지적인 면, 정서적인 면, 의지적인 면에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옛 사람들이 시, 예절, 음악을 가르친 참다운 뜻은 바로 이러한 점에 있다. 몇 년 전 신문 구석에 난 한 작은 기사가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준 일이 있었다. 강남의 어느 초등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팔고 있었는데, 학생들이 하굣길에 병아리를 사서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서는 아래로 떨어뜨려서 누구 병아리가 가장 오래 살아남는가를 실험했다는 것이다. 실로 몸서리가 처질만큼 잔인한 일이었다.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시장에서 부모를 졸라 병아리 한 마리를 사서는 마치 부모가 갓난아이를 돌보듯 애지중지하는 것이 보통 어린이들의 모습이었다. 행여 배고플까 좁쌀을 입에 넣어 주며 먹지 않는 병아리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며, 소꿉놀이 그릇에 물을 담아 먹이면서 ‘물 한 모금 입에 물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하는 동요를 부르며 좋아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그립다. 길에서 파는 병아리들은 대개 얼마 살지 못하고 죽어 버렸는데 그런 병아리가 죽으면 울면서 밥도 먹지 않겠다고 하고, 산으로 가 묻겠다며 안타까움과 애통함에 겹던 고운 심성들이 그때의 어린이들에겐 있었다. 그런데 병아리의 생존력 실험을 태연히 벌이다니.....

 

오늘날의 어린이들은 어린이다움을 상실해 버렸다. 그들의 언어생활, 그들이 즐기는 노래, 그들의 행동거지가 그러하다. 그들의 말씨는 TV의 드라마나 코미디의 대사 그대로 흉내 낸 거칠고 험한 말이 많다. 말끝마다 욕이 습관적으로 붙기도 한다. 욕을 욕인지도 모르고 내뱉는 것이다. 혹 욕하지 말라고 지적을 하면 그들은 의아한 눈으로, 가장 억울하다는 말투로, 쓸데없이 참견한다는 태도로 오히려 대든다.  ‘내가 언제 욕했다고 그래요. 참 이상한 아저씨네......’

 

그들의 입에서는 ‘파란 마음 하얀 마음’을 노래하는 깨끗한 동심을 가꾸는 동요가 사라진지 오래다. 동요는 싱겁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의 5,6세 어린이들의 입에서는 그대로 댄스그룹의 야하고 자극적인 춤까지 그대로 흉내 내면서 흔들어 댄다. 잘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중얼거리고 지나가는 가사를 랩인가 뭔가 라면서 멀끔히 재현해 내는 재주가 있다. 마치 야유하는 듯한 미국 가수들의 제스추어(?)인지 춤인지 모를 동작을 그대로 흉내 내면서 노래를 악쓰듯 부르기도 한다.

 

또 길에다 침을 뱉으면 어른들에게 야단맞고 자란 세대에 비하면 그저 천국이나 다름없다.

아무 데나 침을 뱉어도 이제는 야단칠 어른들도 없다. 요즘은 애 어른 없이 같이 뱉어 댄다. 전철이나 버스나 조용히 해야 할 어떤 공간에서도 그들은 조용히 하지 않는다. 결코 남을 위해 조용히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다.

 

이러한 행동은 지성인이라는 현실감 없는 딱지가 습관적으로 붙어 다니는 대학생 무리들이라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대학의 지성인들은 자신들이 손해 보는 일에는 예민하게 계산하는 영악함을 가졌으면서도 수업 중에 복도에서 시장판처럼 떠드는 것이 예사가 되어 버렸다.

 

이러한 사태가 왜 생겼는가? 원인이 무엇인가 하는 진단은 굳이 내릴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 사람 누구라도 그 원인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기 때문이다. 말끝마다 ‘교육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그 원인을 잘 알고 있다면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는 자명하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음악, 좋은 글, 좋은 말씨와 행동을 가르쳐야 한다. 그냥 학교에서만 잠깐 배우고 마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그렇게 가르쳐야 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올바른 모범을 보여야 한다. p.452~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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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곡자 - 귀신 같은 고수의 승리비결 Wisdom Classic 1
박찬철.공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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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잡편>설검說劍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조나라 문왕은 칼싸움을 어지간히도 좋아했다. 그래서 검을 다루는 식객만 3000명이 모여들었다. 종일 임금 앞에서 칼싸움을 벌이니 사흘이 멀다 하고 사람이 자빠져 나갔는데, 이렇게 3년 정도가 지나자 나라가 약해졌다. 태자가 걱정이 되어 이렇게 영을 내린다.

누구든 임금을 설득해서 검객을 기르는 일을 멈추게 하면 천금을 상으로 내릴 것이다.”

 

그러자 한 사람이 장자(BC369~BC289)를 추천한다. 장자는 당시에 현인으로 이름이 높았다. 장자는 태자의 말을 듣고는 일단 천금을 논외로 놓고 임금을 설득해보겠노라고 약속을 한다.

사흘이 걸려 검복이 갖추어지자 장자는 드디어 태자와 함께 임금을 만나러 갔다. 물론 장자는 검술의 달인은 아니었다. 알다시피 장자는 왕이나 대부를 마음으로 존경하는 사람이 아니다. 어전에서도 잡다한 예는 생략하고 인사도 없이 왕 앞에 나간다. 그들의 대화를 들어보자.

 

어떻게 과인을 가르치려고 하오?”

왕께서 검을 좋아하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검으로 왕을 뵐까 합니다.”

검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왕은 귀가 번쩍 뜨였다.

선생의 검은 어떻게 상대를 제압할 수 있소?”

장자는 일단 큰소리를 친다.

제 검은 열 걸음에 한 사람씩 베는데, 천 리를 가도 제지할 수 없습니다.”

그러자 왕이 크게 기뻐하면서 말한다.

천하무적이로고.”

 

이제 장자가 검에 대해 한마디를 한다.

대저 검술이라는 것은 허점을 보여주어 유인하고, 늦게 뽑아도 먼저 찌르는 것입니다. 한번 시연하고 싶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니까 왕은 이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실제로 자기의 검사들이 이 천하무적의 검사에게 모두 당한다면 체면이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자에게 말한다우선 쉬면서 명을 기다리시오. 시합장을 준비한 뒤에 선생을 부르겠소.” 이렇게 말하고는 자신이 데리고 있는 검사들을 시합시켜서 7일 동안 60명의 사상자를 낸 끝에 여섯 명을 추려냈다. 그러고는 장자를 불렀다.

 

“자, 오늘 검을 시연해 주시지요.”

오랫동안 기다린 바입니다.”

선생의 검은 길이가 얼마나 되오?”

길이는 상관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세 개의 검을 가지고 있는데 오직 왕께서만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먼저 들으신 후에 시험하게 해주십시오.”

천자의 검과 제후의 검과, 그리고 서민의 검 세 가지입니다.”

천자의 검은 어떤 것이오?”

천자의 검은 연나라 계곡과 석성을 칼끝으로 하고, 제나라의 태산으로 그 날을 삼는데, 사방의 오랑캐들을 포용하고, 사계절로 감쌌습니다. 이 검은 오행을 다스리고, 형벌과 덕을 논하며, 위로는 구름을 결단내고, 아래로는 지기地紀를 끊습니다. 이 검을 한 번 쓰면 제후들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천하가 복종하게 됩니다.”

 

무슨 뜻인가? 북쪽 끝인 연나라와 동쪽 끝인 제나라가 하나의 커다란 칼이라면, 무력으로는 서쪽으로 온갖 제후국들을 단번에 제압할 수 있고, 또 사방의 이민족들을 모두 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나아가 일기를 조정하여 백성들을 부강하게 하고, 한 번 움직이면 뭇 제후들이 그 명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천하를 안녕하게 하는 최고의 경지를 표현한 말이다. 장자는 마음에 욕심이 많아 사람을 모아 칼싸움이나 시키는 작은 제후국의 왕이 감히 이런 칼을 알기나 하는가라고 묻고 있는 것이다.

 

이제 문왕은 그 거침없는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래서 제후의 칼은 무엇인지 묻는다. “ 제후의 칼은 용기 있는 자로 칼끝을 삼고, 청렴한 사람으로 칼날을 삼아서, 위로는 둥근 하늘을 본받아 해와 달과 별의 세 가지 빛에 순응하고, 아래로는 모가 난 땅을 본받아 사계절에 순응하고. 가운데로는 백성들의 뜻에 부합하여 사방을 편안하게 합니다. 이 칼을 쓰면 나라 안에 그 명령을 어기는 자가 한 명도 없습니다.” 이는 또 무슨 말인가? 바로 부국강병을 이야기하고 있다. 제후국들이 힘을 겨루는 상황에서 부국강병은 인재등용과 기강확립이었다. 물론 검객들이나 모으는 문왕이 이 수준에 미치지 못함은 당연하다.

 

이제 문왕은 점점 수치를 느낀다.

서민의 칼을 말해보오.”

서민의 칼은 봉두난발에 귀밑머리가 관 밖으로 나오고, 눈을 부릅뜨고 면전에서 서로 치고 받는데, 위로는 목을 베고, 아래로는 간과 폐를 찌릅니다. 이것은 닭싸움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일단 목숨을 잃고 나면 이미 낤일에 쓸 수가 없게 되지요. 지금 대왕께서는 천자와 같은 지위에 있으면서 오히려 서민의 칼을 좋아하시니, 제가 감히 말씀드리오니 그 일은 경박한 행동이라 여깁니다.” 이러자 문왕은 크게 깨달아 장자에게 술을 올린다. 그러자 장자는 말한다.

 

대왕께서는 좌정하시고 심기를 바르게 하십시오. 검에 관한 말씀을 다 드렸습니다.”

그로부터 석 달 동안 문왕은 궁전을 나가지 않았고 검객들은 모두 자결하였다고 한다.

점이란 무엇인가? 바로 끊고 찌르는 물건, 즉 결단하는 물건이다. 이 우화는 근본적으로 결단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장자는 검을 어떻게 써야 한다고 말하는가? 최고결정권자는 사욕이나 지엽말단에 치우친 결단을 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고의 결단, 즉 천하를 편안하게 하는 천자의 검을 말한 것이다. 제후의 수준에서 내릴 최고의 결단은 부국강병이다. 부국강병을 위한 결단은 뛰어난 사람을 쓰고 법을 올바르게 해서 체질을 강하게 하는 것이지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최하의 결정은 무엇인가? 그것은 도덕이나 원칙 없이 당장 상대방을 결딴내는 것에만 집착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닭싸움이라고 부른다.

 

귀곡자(BC400~BC320. 초나라 사상가)결정은 옛일을 계랑하고, 미래를 시험하고, 평소를 참조해서 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장자가 말한 내용은 모두 여타 경전에도 나오는 내용들이다. 일부러 전적에 따라 왕을 깨우치려 한 말이다. 국가의 운영 방침과 같은 큰 결단은 명분과 실재를 함께 추구해야 하는데, 명분을 잃으면 실재까지 잃는다. 조나라 문왕은 한 나라의 수장으로서의 명분을 잃었다. 문왕의 뛰어난 검객들은 문왕이 명분을 잃은 것이 밝혀지자 모두 자결하고 만다. 문왕의 잘못된 결정이 결국 아까운 생명들만 죽인 것이다.

 

최고 결정권자의 결단은 객관적인 관찰에 명분을 더해져야 하고, 거기다가 반드시 할 수 있는 것을 하되 아래 사람들을 희생시키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결단은 한번 내리면 주워 담지 못한다. 이렇게 무엇인가를 결단하는 일은 쉽지 않다. 장자의 말은 귀곡자의 결편을 다시 말한 것이다. 결단하는 일은 그래서 항상 긴장감이 있어야 한다. 긴장감이 없어지면 힘이 흩어진다. 조나라 문왕은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긴장감을 잃어버려서 지엽말단에 빠지고 말았다. 천자의 검, 제후의 검을 쓰는 것이 쉽지 않듯이 오늘날의 중요한 결단도 마찬가지다. 최고결정권자는 천자의 검을 쓰듯이 신중하게 명분과 책임에 근거해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p.266~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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