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사리와 말모이, 우리말의 모든 것
장승욱 지음 / 하늘연못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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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는 아무래도 배추김치와 무김치가 주종을 이루지만, 다른 밑감을 가지고 만드는 것도 많다. 여수 돌산 갓김치가 이름이 있고, 오이김치, 호박김치에 박, 고수, 달래, 무순, 돌나물로도 김치를 담근다. 몹시 지쳐서 아주 느른하게 되었을 때 파김치가 됐다고 하는 것은 파김치가 유난히 더 축축 늘어지기 때문일까.

  

처녀김치가 없으므로 영원히 총각신세를 면할 가망이 없는 총각김치도 있다. 총각무로 담근 김치가 총각김치, 총각김치로 찌개를 끓이면 총각김치찌개, 총각의 악순환이다. 그런데 알 수 없는 것이 홀아비김치가 있다는 사실이다. 홀아비는 아내가 죽고 혼자 사는 사내를 말하는데, 홀아비김치가 있다는 것은 총각김치가 누군가와 짝을 지었다는 얘기 아닌가. 총각이 어떻게 어느 날 갑자기 홀아비가 되었는지 시간이 넉넉한 사람이라면 한 번 연구해 볼 일이다.

 

홀아비김치는 무나 배추 어느 한 가지만으로 담근 김치를 뜻한다. 무와 배추를 잘게 썰어 섞어 만든 김치는 써레기김치, 절인 배추오이를 넓적하게 썰어 젓국에 버무려 익힌 김치는 섞박지라고 한다. 덤불김치는 무청이나 배추의 지스러기로 담근 김치인데, 무청은 무의 잎과 줄기, 지스러기는 고르고 남은 부스러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겨울에 심는 푸성귀를 얼갈이라고 하는데, 얼갈이 푸성귀로 담근 김치가 얼갈이김치다. 보통 김장김치보다 일찍 담가 먹는 김치는 지레김치, 봄이 될 때까지 오래 먹을 수 있도록 젓갈을 넣지 않고 짜게 담그는 김치는 늦김치라고 한다. 겉절이는 열무나 배추를 절여 바로 무쳐 먹는 것으로 절이김치라고도 한다. 김치주저리는 청이 달린 채로 소금에 절여 담근 무김치나 배추김치의 잎을 가리키는 말이다.

 

특히 국물 맛이 강조되는 김치가 국물김치인데, 국물이 많아서 건더기가 둥둥 뜨는 둥둥이김치도 국물김치일 수밖에 없다. 동치미, 싱건지 같은 것들이 국물김치이자 둥둥이김치인 김치들이다. 배추김치는 배추를 통째로 담그는 통김치와 조각으로 썰어서 담그는 쪽김치로 나뉜다. 갓 담가 안 익은 김치는 날김치 또는 풋김치, 익은 김치는 익은지라고 하는데, 익은지나 묵은 김치에서 느껴지는 김치의 깊은 맛을 개미라고 한다. 김치찌개의 맛은 이 개미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익은지’, 오이지, 싱건지, 무짠지에서 보듯 김치를 나타내는 뒷가지(接尾語). 그러면 김치 가운데 가장 맛이 없는 김치는? 그야 물론 기무치. p.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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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 너머 편 (반양장) -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 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
채사장 지음 / 한빛비즈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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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분야의 지식을 이렇듯 유기적으로 잘 구성하여 소개한 책은 드물다. 제목에서 밝혔듯이, 깊이 있는 지식은 아니지만 인문학적 대화를 위한 기초교양으로서 철학,과학,예술,종교,신비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엮은 것이 장점이다. 단지, 어렵게만 느껴지던 무거운 주제들이 친근하고 편안하게 다가오고, 간간히 보이는 손글씨가 활자의 딱딱함을 상쇄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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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명시 - 증보
김희보 엮음 / 가람기획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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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

                              박두진(1916~1998)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라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에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무한한 시간 속에 인류가 잘게 쪼개 놓은 한 해가 가고 또 새해가 밝았다.

매년 느끼게 되는 거지만, 새해가 시작되는 첫달에는 푸짐한 과자 봉지를 한껏

풀어놓은 것처럼, 필요한 물건들을 많이 사서 쟁여둔 것 같이 마음이 든든하고

많은 일을 설계하느라 내심 부산하다. 

 

해가 바뀌면 뭔가 달라지고 좋아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서  살아온 지도 수십 년,

세상은 내 생각과는 달리 좋은 세상으로 나아가지 않고, 정체되어 있는 모습이다. 

지나간 과거는 늘 아름답게 생각되고 그때가 좋았다고 망각하는 인간의 특성이

있긴 하지만, 요즘은 정말 개천에서 용 나기 힘들고 삶이 팍팍한 세상이 되었다.

 

이런 세상에서 늘 해가 바뀌면 내게 힘이 되는 시가 있다. 박두진 님의 '해'인데,

운율때문인지, 시의 내용이 좋아선지, 시 한 편 읽고 나면 마음이 훈훈하다.

진실로 이런 세상이 도래해야 할텐데 기대하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사분오열 진흙다툼을 벌이는 정치판과 공생을 모르고 끝없이

달려가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모순이 해결되는 그날이 우리가 이상으로 그리는

티없이 맑고 고운 해가 힘차게 솟아오르는 날이 될 것이다. 

서민이 살기 좋은 그런 세상이 구현되길 바라면서 새해 아침부터 시 한 수 읊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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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2015년판) - 김영하와 함께하는 여섯 날의 문학 탐사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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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작은 우주는, 우리가 읽은 책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저자의 멘트가 마음에 꽂힌다.

우리의 인생관은 주로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 내가 경험한 사실, 내가 읽은 책들로 인해 내 생각이 오롯한 뼈대를 갖추듯, 오늘날 저자를 있게 한 수많은 책들로 인해 그는 작가가 되었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돈키호테, 롤리타와 이방인 등 그가 풀어놓은 여섯 날의 이야기 보따리는 아주 흥미롭고 참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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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수학의 정석 수학 1 (2017년용) - 새교육과정 수학의 정석 (2017년)
홍성대 지음 / 성지출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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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정석’, 비록 표지는 약간 바뀌었지만 응답하라 1988’ 에서도 이 책이 등장한다.

80년대 성문종합영어가 영어의 대세를 이뤘다면 수학의 기본은 수학의 정석이었다.

잘하든 못하든 누구나 한 권쯤 들고 다녔던 수학의 정석은 바로 수학의 대명사였다.

그 유서 깊은(?) 전통을 믿고 딸아이의 공부를 위해 알차게 구성된 이 책을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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