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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로스쿨의 진실 - 흔들리는 로스쿨, 정말 사법시험의 대안인가?
김태환 외 지음, 이영욱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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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무부의 ‘사법시험 폐지 유예’에 관한 발표가 법조계와 세상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에 따라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학생과 일반 사법시험 응시생 간의 찬반 논란이 뜨겁다.
세상은 갈수록 다변화, 세분화되고 나라 간의 각종 무역협정을 맺으면서 예전 같으면 평생 밥그릇이 보장되던 직업이 개방되고, ‘변호사’도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70~90년대까지 시골의 면(面)이나 군(郡)에서 사법시험 합격자가 나오면 흔히 하는 말처럼 ‘개천에서 용났다.’고 동네방네 플래카드를 써 붙이고 돼지를 잡고 술상을 차려서 동네잔치를 했다. 가문의 영광이요, 마을의 영광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가 사시 300명 정도를 뽑을 때 였다. 약 100여명이 판, 검사로 임용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변호사가 되는데, 당시만 해도 변호사 수가 많지 않아 시험만 되면 돈방석에 앉고 자신의 장래가 보장되던 시절이었다.
이러니 돈 많은 재벌이나 시골의 무지렁이들도 자식하나 똑똑하면 누구나 사법시험에 목숨을 걸었다. 시험만 되면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후일을 기약하면서 몇 년, 몇 십 년을 묵묵히 참고 견뎠다. 항간에 사법시험에 합격하려면 반드시 신림동 고시원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 떠돌 정도로 ‘신림동 고시촌’은 사법시험의 메카였다. 영 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종종 사찰에 들어가 독학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어렵게 공부해서 시험에 합격하면 그 동안의 노고가 눈 녹듯이 사라지고 하루아침에 신분이 달라졌다. 이처럼 매력적인 직업에 누군들 눈독을 들이지 않겠는가? 권세와 부가 보장되는 자리, 특히 힘없는 서민들은 평생 그런 자리에 오르는 꿈을 꿔 보고 싶지 않을까? 이렇듯 대한민국에서 수십 년간 사법시험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2000년도 들어서면서 철옹성 같던 법조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300명에 머물던 합격자 수를 1000명으로 늘린다는 보도가 나왔다. 나라마다 그 형편이나 정책에 맞게 변호사 수를 조정하나 보니, 미국이나 필리핀 같은 나라에서는 변호사가 흔한 자격증으로 전락했다. 자격증을 갖고도 다른 직업을 전전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그나마 한국은 철저히 사시 합격의 특혜를 잘 보장해 주는 나라였지만 어느 순간 합격자를 늘려 변호사 간의 치열한 경쟁이 현실이 되었다. 대개 스카이 대학을 나온 변호사는 대형 로펌이나 선배들의 알선으로 탄탄한 직장을 잡지만 연줄이 없는 지방대 합격생은 요즘 변호사가 되고서도 밥벌이가 곤란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실적 상황이 도래했음에도 아직 권력의 상부로 수직 이동할 수 있는 사법시험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고, 사법시험 존폐에 관한 일거수일투족에 많은 이들이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다.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되던 로스쿨에 대해서 당시 찬반양론이 팽팽했다. 법무부에서 처음 로스쿨 제도를 만들면서 기존의 사법시험은 2017년에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때부터, 돈 없는 사람은 갈 수 없는 돈 많은 사람을 위한 제도라는 말이 난무했다.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타협한 타결책이 2017년까지 사법시험 폐지를 유예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세상은 늘 유동적이라 여론이 변화무쌍하게 변하기 마련이다. 그땐 국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해서 그런지 그럭저럭 넘어갔지만, 빈익빈 부익부의 편차가 심화되고 선거철이 다가옴에 따라 로스쿨 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비등하기 시작했다. 이에 편승하여 국회의원들도 사법시험을 존치하는 게 낫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여론의 눈치를 보던 법무부는 기존의 약속을 뒤엎고 ‘사법시험 폐지 4년간 유예’ 카드를 내밀었다. 로스쿨생의 반발은 불 보듯 뻔했다. 자신들의 밥그릇이 위협받는 처지에 이른 것이다.
헌법에는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
헌법 제11조 ⓵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② 사회적 특수계급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
그런데, 현실은 조문처럼 평등권이 잘 지켜지고 있는가? 선진국은 비교적 잘 지켜지겠지만 우리나라에선 국민들의 합의에 의해 도출한 조문들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로스쿨 제도’도 무형의 사회적 특수계급제도를 창설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로스쿨을 다니는 2년 동안 1억 원이 넘는 돈이 든다고 하는데, 서민들은 엄두를 낼 수 없는 큰돈이기에, 결국 부자들을 위한 현대판 음서제가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어떤 제도도 완벽한 것은 없을 것이다. 일장, 일단을 갖고 있지만 그나마 많은 사람들에게 시혜를 주는 정책을 펴는 것이 현시대의 흐름에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사법시험의 존폐에 관한 나의 생각은 로스쿨 제도와 병존 시행했으면 한다. 현재 일본에서도 로스쿨과 예비시험을 병행하고 있다.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밥그릇 싸움만 아니면 일보 양보하여 두 가지 시험을 통해 훌륭한 사법부의 인재를 선발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 생각된다. 만일 사법시험 폐지 유예가 철회되지 않으면 올해 사법시험에 응시하지 않겠다던 로스쿨생도 막상 시험 당일에 대부분 응시하여 90%가 넘는 응시율을 보였다고 한다. 서로 배척할 것이 아니라 공존과 균형 속에 양 제도가 잘 정착되어 나라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 다 같이 협조했으면 싶다. 앞으로도 사법시험의 계속적인 존치를 염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