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읽는다 미스터리 세계사 지도로 읽는다
역사미스터리클럽 지음, 안혜은 옮김, 김태욱 지도 / 이다미디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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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스터리 역사를 지도를 통해 생생하게 규명하면서 여러가지 설로 증명해 가는 해설이 아주 좋네요. 유럽과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의 미스터리를 1장~4장으로 나눠 전세계적 역사적 중요 이슈를 비교적 상세하게 다루고 있어 관심있는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궁금증을 해소해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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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와 깊이 만나는 즐거움 - 최복현 시인이 <어린왕자>를 사랑한 30년의 완결판
최복현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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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 그림을 모자로 알고 있는 어른들, 어른들은 알고 있는 만큼만 보려고 했어요. 그러니까 어른들은 그 그림을 보고 자기가 알고 있는 것, 본 적이 있는 것을 생각하고는 얼른 모자라고 대답해요. 아는 게 병이지요. 알고 있는 기존의 지식이 더 많은 것을 볼 수 없게 방해하고 말지요. 그러니까 아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더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없게 만드니까요.

  

기왕 볼 바엔 많은 것을 볼 수 있으면 좋잖아요. 볼만큼 다 보았다는 생각이 우리를 상상하지 못하게 만들어요. 그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앞에 보이는 것만 보게 만들고 말아요.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 훨씬 많은데 말이에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보이지 않는 것이 훨씬 많거든요. 그런데 피상적으로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면, 볼 수 있는 것, 또는 보아야 할 것을 다 볼 생각도 않고 지레 먼저 판단하여, 때로 심각한 오류에 빠지고 말아요.

    

어린왕자가 살고 있는 별은 아주 작아요. 때문에 그 별을 한 번 보기란 아주 어려워요. 터키의 유명한 천문학자가 그 별을 발견한 거예요. 그것을 보았다고 발표를 했는데, 분명히 보고 그것을 증명하여 발표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그것을 믿지 않아요. 사람들은, 아니 어른들은 그의 발표가 진실인지에 대한 관심조차 없어요. 그가 옷차림이 우스꽝스럽다는 것에만 관심이 있어요. 그러니 그의 말을 믿을 수 없는 거예요. 한눈에 봐도 저렇게 보잘것없어 보이는 사람이 그 대단한 걸 발견할 리가 없잖아요. 그러니 믿을 수 없지요. 일단 옷을 멋지게, 좋은 옷을 입었어야 했는데, 그 학자는 가난했거나 옷차림에 신경을 쓰지 않았거나 했겠지요. 그러니까 어른들을 설득하거나, 어른들 사이에서 살아가려면 그럴 듯하게 옷도 입고 꾸밀 줄도 알아야 해요. 어른들은 참 이상해요. 겉모습에만 관심이 있으니까요.

   

어른들은 편견을 가지고 세상을 보려 해요. 세상을 제대로 못 볼 때가 많아요. 정말 중요한 것을 먼저 보려고 해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못 보고 부수적인 것만, 중요한 것을 둘러싸고 있는 것만 보려고 해요. 포장지가 아무리 화려해도 그 안에 싸인 물건이 형편없을 수도 있잖아요. 포장지가 그 안에 있는 물건, 또는 선물보다 비쌀 수는 없는 것 아니겠어요. 그럼에도 어른들은 선물 포장만 보고 판단을 해요. 포장지가 화려하면 그 안에 선물도 비쌀 거라고 생각하지요. 결국 선물의 가치는 포장보다 그 안에 있는 물건에 따라 정해지는 거잖아요. 그럼에도 어른들은 그 포장에 속아서 그 안을 못 보는 이들이 참 많아요. 포장은 초라해도 그 안에 아주 값비싼 보석이 들어 있을 수 있잖아요. 아마 아주 비싼 물건을 코 묻은 종이로 싸서 거리에 버려두면 어른들은 그걸 그냥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고 말 거예요. 참 아깝지요. 그러니까 어른들은 이상하다는 거예요. 아이라면 일단 그걸 풀어볼 거예요. 그리고 그 속을 확인해 볼 거고요.

     

정말 중요한 것은 포장 안에 감추어져 있어요. 학벌이라는 포장, 배경이라는 포장, 교양이라는 포장, 아양이라는 포장, 위선적인 친절이란 포장, 겉으로 드러난 그런 포장에 진실은 숨겨져 있어요. 그런데 어른들은 포장에 속아서 안을 잘 들여다보지 않고 있어요. 때문에 정말 중요한 것, 본질을 보지 못하는 거예요. 그러고도 그 대상을 다 아는 것으로, 다 본 것으로 생각하지요. 그래서 어른들은 비생산적이에요. 상대의 진실을 들여다보려면 상대의 겉모양과 배경을 보려 하면 안돼요. 그 포장 안에, 그의 겉모습 안에, 그의 언어 이면에, 그의 행동 이면에 감추어진 그 사람의 진실을 보아야 해요. 그러려면 겉모습으로 판단하려는 생각을 우선 싹 비워야 해요.

   

터키의 독재자가 이번엔 모두 유럽식으로 옷을 입으라고 해요. 그러자 천문학자는 이전에 발견한 어린왕자의 별을 다시 발표했어요. 모두 같은 옷이라 천문학자의 옷도 더는 이상하지 않지요. 그러니까 이번에 어른들이 그의 발표를 믿는 것이었어요. 이럴 땐 독재자가 한몫을 한 거네요. 진실은 전에도 진실이었어요. 지금도 진실이고요. 진실은 변한 게 없잖아요. 단지 포장만 변한 거예요.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의 발표를 이번에 믿어주는 거예요. 참 이상하죠. 안은 그대로인데 겉이 변하니까 안의 것도 달리 보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대로 뭔가를 보지 못하고, 진가를 보지 못하고, 피상적인 것만 보다가 잘못 알고 나서 후회하는 것이 어른들이지요. 어른들은 참 이상해요.

   

그 사람의 초라한 옷차림, 학벌, 어눌한 말투, 촌스러운 행동 때문에 그 사람을 무시한 적은 없지 않나요? 그런 편견을 버렸으면 해요. 때로는 우리가 그렇게 무시한 사람이 정말 훌륭하고 나중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니까요. p.8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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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 이병철 義 (<호암 이병철 義> + <경영의 정도>) - 신뢰, 원칙, 인재 경영으로 이뤄낸 초일류기업 삼성의 신화
민석기 지음 / 리더스북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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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호암은 항상 인재를 중시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전쟁에서 이긴다고 생각했다. 역사서 <사기(史記)><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에는 한나라 고조 유방과 한신이 나눈 이야기가 나온다.

유방은 천하를 통일한 뒤 정권 안정을 위해 세력 있는 개국공신들을 차례로 숙청했다. 일등공신인 한신도 모반죄로 잡히자 유방이 한신과 장수의 그릇을 얘기하면서 물었다.

  

나 같은 사람은 얼마만한 군사를 거느릴 수 있겠는가?”

폐하께서는 10만 명쯤 거느릴 수 있는 장수에 불과합니다.”

그대는 어떤가?”

신은 신축자재(伸縮自在)해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그런데 그대는 어째서 10만의 장수감에 불과한 나의 포로가 되었는가?”

저는 병사를 잘 쓰지만 폐하는 장수를 잘 쓰는 장의 장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신이 폐하의 포로가 된 이유입니다.”

    

이 일화는 나라든 기업이든 리더가 사람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시사한다. 맹자는 군주가 천하를 도모할 정도의 제왕이 될 뜻이 있으면 불소지신(不召之臣)을 얻으라고 했다. 불소지신은 임금도 함부로 오라 가라 하지 못할 만큼 소신과 판단력을 가지고 군주가 가서는 안 될 길을 막을 수 있는 신하를 뜻한다.

   

피터 드러커는 인재를 발탁할 때는 먼저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봐야 한다고 했다. 사람을 잘 쓰는 장의 장, 껄끄러워도 불소지신을 찾는 리더의 모습은 호암의 가장 큰 특징이다. 호암은 사람들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해 귀신같이 부렸다. 주변에 기발하고 창조적인 기획통’, 치밀하고 분석적인 관리통’, 돌파력이 뛰어난 불도저형등 여러 종류의 사람을 뒀고 이들을 잘 조합해 부렸다.

    

공장을 지을 때는 불도저형을 써서 밀어붙이고, 공장이 완성되면 관리형을 넣어 조직을 안정시켰다. ‘공격형과 안정형은 그 나름대로 문제가 있으므로 오래 두지 않고 적절히 교대시켰다. 사업의 확장 과정에서 외국기업들과 합작사업을 많이 했는데, 합작사가 무리한다 싶으면 싸움꾼을 넣어 사정없이 싸우게 했다.

  

그래서 호암은 사람을 넣고 빼는 타이밍과 리듬이 절묘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던 것이다. 보통 사람은 대개 10명 정도, 능력 있는 사람은 30명 정도를 직접 관리할 수 있다는데, 호암은 100명이 넘는 사람을 직접 활용하는 것 같았다.

   

호암은 인간 집단의 30퍼센트는 우수하고 10퍼센트는 떨어지며 나머지 60퍼센트는 환경과 제도 여하에 따라 달라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일을 맡겨보면서 점점 그릇을 키워가다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 싶으면 다시 부르지 않았다. 호암이 불러서 야단을 치는 것은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었다. 안 되겠다 싶으면 아예 다시는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암은 기업 경영에서 막연히 온정 때문에 인사를 머뭇거리면 조직을 병들게 하고 결국 사업을 망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19775월 호암은 <사보 삼성>에 이렇게 썼다.

나는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모든 일을 사람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출발했고 지금도 그 원칙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 직원들이 나를 생각하고 대접하고 있지만, 나는 인재라고 기억되는 사람을 그들이 나를 대접하는 것보다 수십 배로 더 생각해 준다. 그런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놓고 그들의 장래와 생활안정을 보장한 후에 모든 일을 떠맡겨버리는 것이 경영의 요체라고 생각한다. 즉 성실하고 책임질 줄 아는 사람, 더 욕심을 낸다면 급할 때 판단이 빠르고 부하들이 따를 수 있는 덕망까지 갖춘 사람, 이런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위임해 버리는 것이다.”

   

19831114일 사장단회의에서는 이런 말도 했다.

항간에 삼성은 최고 경영자를 빈번히 교체하는데도 불구하고 회사의 경영이 순탄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를 들어 알고 있다. 최고경영자의 경질을 기분에 따라 우연히 할 수는 없다. 회사가 안 되는 경우는 그 책임을 물어 바꾸고, 잘 되는 경우는 어려운 회사를 맡겨 더 한층 역량을 발휘하고자 교체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만하는 사람은 책망으로써 자만하지 않도록 하고 사기가 저하된 사람은 격려해줌으로써 사기를 북돋워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면 간섭조차 하지 않는다.”

   

호암이 수많은 인재를 수족같이 부려가며 많은 일을 한데는 항상 긴장과 냉철한 자기절제가 핵심에 자리잡고 있다. 호암은 24시간 일을 생각하고 있다고 보일 정도로 긴장을 풀지 앟았다. 골프를 치는 것도, 여행을 하는 것도, 휴식을 취하는 것도 사업을 밑바탕에 두고 있었다. 에버랜드 안에 있는 호암의 묘비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다.

자기보다 현명한 인재를 모아들이고 노력했던 사나이 여기 잠들다.”

   

재계에서 호암과 수위 자리를 놓고 평생을 겨뤘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호암이 세상을 떠난 뒤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호암은 사업이란 사람의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계셨던 분이다. 흔히 삼성사관학교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인재에 대한 호암의 열정은 기업사에 하나의 기업문화를 일궈냈다.”

  

잭 웰치 제너럴 일렉트릭(GE) 전 회장은 경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네 가지는 책임감,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는 능력, 올바른 비전이라고 생각한다. 호암은 그 네 가지를 고루 갖춘 경영자다.”라고 술회했다. <경영의 정도  p.9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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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을 다시 뛰게 할 잊혀진 질문 - 절망의 한복판에서 부르는 차동엽 신부의 생의 찬가
차동엽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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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병원에서의 일입니다. 어느 환자가 수술을 받았는데 회복되기는커녕 증세가 자꾸만 악화되어갔습니다. 주치의를 비롯한 의료진이 연일 모여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고 분석해보았지만 그 이유를 도통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의학적인 시술도 완벽했고 병 역시 그리 심각한 것이 아니었는데도 환자는 소생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들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날도 의료진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한 의사가 조용히 일어나 자리를 뜨더니 환자를 찾아갔습니다. 그런 다음 환자에게 정중히 사과했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수술 준비를 도왔던 의사입니다. 그러나 마취 상태에 있던 선생님께 제가 그만 심한 농담을 했습니다. 그게 자꾸만 마음에 걸려 사과를 하고 싶었지만 기회를 못 얻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를 용서해 주시겠습니까?”

   

환자의 눈이 휘둥그레졌으나 이내 입가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나도 모르는 일을 어떻게 용서하나요? 하지만 그렇게까지 자신에게 진실한 의사를 만났다는 것이 제게 행복입니다.” 놀랍게도 그날부터 환자의 병세는 눈에 띄게 호전되기 시작했습니다.

   

참으로 무서운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굳이 귀담아 듣지 않아도 우리 귓가를 스쳐 지나가는 말들이 어떻게 우리 내면에 상처로 남게 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용서라는 절차를 통하여 소멸되지 않으면 얼마나 우리 자신에게 해악이 되는 지를 드러내주는 예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용서를 일생의 숙제로 안고 살고 있음을 봅니다. 어떤 사람은 죽어도 그를(또는 그녀를) 용서할 수 없다.”고 이를 박박 갑니다. 어떤 사람은 용서를 하고는 싶은데 잘 안 된다.”고 하소연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미 용서했는데, 갑자기 미움이 되살아났다.”며 어쩔 줄 몰라 합니다.

  

어떤 때는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가 더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이런 내용의 대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나는 온 인류를 사랑할 수 있다. 그들 모두를 나는 사랑한다. 그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단 한 사람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그가 나에게 한 잘못은 내가 아무리 용서하려해도 용서가 되지 않는다. 그것이 어려운 일이다.” 자신과 크게 상관이 없는 일에 대해서는 용서하기가 어렵지 않지만, 자신과 관계된 일에서는 하찮은 것도 용서되지 않는다는 고백이었습니다.

  

나치 치하에서 호된 학정을 겪은 독일인 헬무트 틸리케는 나치 정권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용서라는 일은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좋아, 상대가 잘못을 알고 용서를 빌기만 한다면 다 용서하고 싸움을 끝내지.’ 우리는 용서를 상호 교환하는 것으로 만든다. 그것은 곧 양쪽 모두 저쪽에서 먼저 시작해야 돼하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상대방이 눈짓으로 무슨 신호라도 보내지 않는지 혹은 상대의 편지에 미안함을 표하는 작은 표시라도 없는지 매처럼 잔뜩 눈만 굴린다. 나는 언제나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나는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 옳은 것이다.”

 

헬무트 틸리케만이 아닙니다. 우리도 상대방이 공식적으로 사과하기 전에는 절대!”라며 용서의 문을 걸어 잠근 채 보복의 가슴앓이로 뒷걸음질 칠 때가 너무 많습니다.

당한 건 난데 왜 내가 먼저 용서해야 해?” 그렇게 버티며 꿈쩍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

저 사람은 이번 일을 통해 무언가 깨달아야 해. 한동안 속을 끓이게 내버려둬야지. 본인한테도 그게 이로울 거야.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다는 걸 배워야만 해. 내가 먼저 손을 내미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나도 이런 항변을 수없이 들어 왔습니다. “나는 절대로 그놈을 용서할 수가 없어요. 내가 당한 상처를 생각하면 용서하려고 해도 안돼요.” 이렇게 용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는 두 가지를 지적합니다. 우선, 산수를 못하니까 용서를 못하는 것이라고.

 

한번 계산해보세요. 만약 미움이 내 맘속에 있어 계속 품고 살면 누가 잠을 못잡니까? 내가 잠을 못 잡니다. 그러면 누가 병에 걸립니까? 바로 납니다. 내가 병에 걸리면 누가 일찍 죽습니까? 이것 역시 납니다. 내가 이렇게 되면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내가 미워했던 그놈이 좋아합니다. 딱 계산이 나오잖아요. 그러니 용서를 안 하면 나만 손해 보는 것입니다.” 그러니 용서를 못 하는 것은 이기적이지 못해서 못하는 것이라고.

 

결국 용서는 나를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용서는 그놈에겐 아무 득도 되지 않으니 아까워하지 마세요. 내가 살기 위해서, 내가 평화롭기 위해서 용서하는 것입니다. 한번 눈 딱 감고 해 보세요. 그러면 기쁨이 와요! 행복이 솟아요!”

 

용서라는 말뜻이 재미있습니다. 한자로 容恕는 받아들이고 소화하고 수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과 헤아려서 이해하는 것,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如心)을 의미하는 가 더해진 것입니다. 그러니까 동양적인 의미에서는 용서는 소화하고, 헤아려주고, 마침내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영어로 용서는 ‘forgive'입니다. ’위한다.‘’for'주다라는 뜻의 ‘give'의 합성어입니다. ’pardon'이라는 단어도 있는데 ‘donum', 즉 선물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무조건, 거저 베푸는 것이 용서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동양적 사고방식과 서양적 사고방식의 차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보다 근원적인 방법을 제시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화하고, 헤아려주고,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주면 사실 모든 것이 끝납니다. 다 청산됩니다.

 

그런데 서양에서는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소화하고 헤아리다가 오히려 미움의 수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용서치 못할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자, 좋다, 옳다, 인정한다. 그러나, 그래도, 선물처럼 거저 베풀어라 이겁니다. “그까짓 거 그냥 줘버려!”라는 식입니다. 내 생각에 여기에는 아무래도 그리스도교의 복음사상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용서는 자기 자신을 위한 결단입니다. 자기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용서할 줄 압니다. 용서하지 않으면 그 분노와 마음이 독이 되어 본인을 해치기 때문입니다. 용서의 길을 몰라서 화병이 들어 죽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독한 미움이 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답니다. 미움의 독을 풀어내는 길이 바로 용서입니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가득 차면 우리 몸이 견디지 못합니다.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해지고, 심장이 아프고, 소화가 안 되고, 잠을 이룰 수 없고, 안절부절 못하고,,,,, 가슴에 가득 차 있는 적개심, 분노, 화는 우리의 몸과 영혼을 죽이는 독소들입니다.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울화병은 화날 일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가슴에 화가 부글부글 끓고 신체에 이상이 생기는 병을 일컫습니다.

 

용서하지 않을 때 스스로 과거의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그것은 용서를 할 수 있는 통제권을 타인, 즉 원수에게 내어주고서 자기 자신은 상대방의 잘못으로 입은 상처에다 미움의 속박까지 당하는 운명을 자초할 것입니다.

 

용서를 통해서 치유받는 최초의, 그리고 유일한 사람은 바로 용서하는 자입니다. 진실한 용서는 포로에게 자유를 줍니다. 용서를 하고 나면 자기가 풀어준 포로가 바로 자신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시인이자 구도자인 칼릴 지브란은 용서라는 문제를 가장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길은 아예 단죄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우리의 섣부른 판단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이렇게 경고합니다.

 

"그대들은 누구에겐가 잘못을 저지른다.

또한 그대 자신에게도.

의로운 자가 사악한 자의 행위 앞에서

전혀 결백할 수 없으며

정직한 자가 그릇된 자의 행위 앞에서 완전히 결백할 수 없는 것.

그대들은 결코 부정한 자와 정의로운 자를

사악한 자와 선한 자를 가를 수 없다.

이들은 다 태양의 얼굴 앞에 함께 서 있기 때문이다.

(.......)

정의란, 그대들이 기꺼이 따라가려는

법의 정의란 무엇인가?

바로 뉘우침이 아니겠는가?

죄인의 가슴에서 뉘우침을 빼앗지 마라.

뉘우침이란 청하지 않아도

한밤중에 찾아와

사람들을 깨우며 스스로를 응시하도록

만들고 있으니."

 

그렇습니다. 용서하는 것 이전에 판단하지 않는 것, 단죄하지 않는 것이 더 지혜로운 길입니다. 그럴 때 상대에게 뉘우침의 기회가 생깁니다. p.282~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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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혼 - 거상 조병택을 만나다
진광근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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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져 가는 구한말 조선에 거상 조병택이 있었다. 백산 안희제는 잘 알지만 조병택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민족자본으로 끝까지 일본의 경제침탈에 항거했던 의로운 인물, 지식인들이 변절을 식은 죽먹듯이 하던 암울한 시기에 민족 혼을 되찾고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그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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