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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와 깊이 만나는 즐거움 - 최복현 시인이 <어린왕자>를 사랑한 30년의 완결판
최복현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 그림을 모자로 알고 있는 어른들, 어른들은 알고 있는 만큼만 보려고 했어요. 그러니까 어른들은 그 그림을 보고 자기가 알고 있는 것, 본 적이 있는 것을 생각하고는 얼른 모자라고 대답해요. 아는 게 병이지요. 알고 있는 기존의 지식이 더 많은 것을 볼 수 없게 방해하고 말지요. 그러니까 아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더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없게 만드니까요.
기왕 볼 바엔 많은 것을 볼 수 있으면 좋잖아요. 볼만큼 다 보았다는 생각이 우리를 상상하지 못하게 만들어요. 그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앞에 보이는 것만 보게 만들고 말아요.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 훨씬 많은데 말이에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보이지 않는 것이 훨씬 많거든요. 그런데 피상적으로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면, 볼 수 있는 것, 또는 보아야 할 것을 다 볼 생각도 않고 지레 먼저 판단하여, 때로 심각한 오류에 빠지고 말아요.
어린왕자가 살고 있는 별은 아주 작아요. 때문에 그 별을 한 번 보기란 아주 어려워요. 터키의 유명한 천문학자가 그 별을 발견한 거예요. 그것을 보았다고 발표를 했는데, 분명히 보고 그것을 증명하여 발표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그것을 믿지 않아요. 사람들은, 아니 어른들은 그의 발표가 진실인지에 대한 관심조차 없어요. 그가 옷차림이 우스꽝스럽다는 것에만 관심이 있어요. 그러니 그의 말을 믿을 수 없는 거예요. 한눈에 봐도 저렇게 보잘것없어 보이는 사람이 그 대단한 걸 발견할 리가 없잖아요. 그러니 믿을 수 없지요. 일단 옷을 멋지게, 좋은 옷을 입었어야 했는데, 그 학자는 가난했거나 옷차림에 신경을 쓰지 않았거나 했겠지요. 그러니까 어른들을 설득하거나, 어른들 사이에서 살아가려면 그럴 듯하게 옷도 입고 꾸밀 줄도 알아야 해요. 어른들은 참 이상해요. 겉모습에만 관심이 있으니까요.
어른들은 편견을 가지고 세상을 보려 해요. 세상을 제대로 못 볼 때가 많아요. 정말 중요한 것을 먼저 보려고 해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못 보고 부수적인 것만, 중요한 것을 둘러싸고 있는 것만 보려고 해요. 포장지가 아무리 화려해도 그 안에 싸인 물건이 형편없을 수도 있잖아요. 포장지가 그 안에 있는 물건, 또는 선물보다 비쌀 수는 없는 것 아니겠어요. 그럼에도 어른들은 선물 포장만 보고 판단을 해요. 포장지가 화려하면 그 안에 선물도 비쌀 거라고 생각하지요. 결국 선물의 가치는 포장보다 그 안에 있는 물건에 따라 정해지는 거잖아요. 그럼에도 어른들은 그 포장에 속아서 그 안을 못 보는 이들이 참 많아요. 포장은 초라해도 그 안에 아주 값비싼 보석이 들어 있을 수 있잖아요. 아마 아주 비싼 물건을 코 묻은 종이로 싸서 거리에 버려두면 어른들은 그걸 그냥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고 말 거예요. 참 아깝지요. 그러니까 어른들은 이상하다는 거예요. 아이라면 일단 그걸 풀어볼 거예요. 그리고 그 속을 확인해 볼 거고요.
정말 중요한 것은 포장 안에 감추어져 있어요. 학벌이라는 포장, 배경이라는 포장, 교양이라는 포장, 아양이라는 포장, 위선적인 친절이란 포장, 겉으로 드러난 그런 포장에 진실은 숨겨져 있어요. 그런데 어른들은 포장에 속아서 안을 잘 들여다보지 않고 있어요. 때문에 정말 중요한 것, 본질을 보지 못하는 거예요. 그러고도 그 대상을 다 아는 것으로, 다 본 것으로 생각하지요. 그래서 어른들은 비생산적이에요. 상대의 진실을 들여다보려면 상대의 겉모양과 배경을 보려 하면 안돼요. 그 포장 안에, 그의 겉모습 안에, 그의 언어 이면에, 그의 행동 이면에 감추어진 그 사람의 진실을 보아야 해요. 그러려면 겉모습으로 판단하려는 생각을 우선 싹 비워야 해요.
터키의 독재자가 이번엔 모두 유럽식으로 옷을 입으라고 해요. 그러자 천문학자는 이전에 발견한 어린왕자의 별을 다시 발표했어요. 모두 같은 옷이라 천문학자의 옷도 더는 이상하지 않지요. 그러니까 이번에 어른들이 그의 발표를 믿는 것이었어요. 이럴 땐 독재자가 한몫을 한 거네요. 진실은 전에도 진실이었어요. 지금도 진실이고요. 진실은 변한 게 없잖아요. 단지 포장만 변한 거예요.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의 발표를 이번에 믿어주는 거예요. 참 이상하죠. 안은 그대로인데 겉이 변하니까 안의 것도 달리 보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대로 뭔가를 보지 못하고, 진가를 보지 못하고, 피상적인 것만 보다가 잘못 알고 나서 후회하는 것이 어른들이지요. 어른들은 참 이상해요.
그 사람의 초라한 옷차림, 학벌, 어눌한 말투, 촌스러운 행동 때문에 그 사람을 무시한 적은 없지 않나요? 그런 편견을 버렸으면 해요. 때로는 우리가 그렇게 무시한 사람이 정말 훌륭하고 나중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니까요. p.86~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