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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흐르고 꽃은 피네 - 좋은 때를 놓치지 않고 사는 법
금강 지음 / 불광출판사 / 2017년 4월
평점 :
금강스님은 불교계에 글 잘 쓰는 스님으로 익히 알려져 있지만 나는 이번에 스님을 처음 알았다.
해남 땅끝마을 미황사에 적을 두고 조용히 살아가는 스님은 번잡한 세상이 싫어 애써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 모양이다. 지난번에 불광출판사에서 펴낸 '불광' 잡지 6월분에 당첨이 되었는데, 내용이 수수하면서도 복잡한 세상에 마음을 맑켜주는 글이 많아서 감명깊게 읽었다. 6개월에 끝나고 좀더 볼까하다가 불광출판사에서 스님이 쓴 책을 샀다.
살기에 너무 바빠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가끔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책을 통해 얻는다. 지금의 삶이 행복한 지, 판단할 여유도 없이 '남이 장에 가니까 따라서 가는 꼴이 내 삶 같아 부끄럽다.' 금강스님의 책은 소박하고 간결하면서도 욕심이 없다. 그저 미황사 참선수행프로그램에 찾아오는 중생들을 짧은 기간 좀더 알차게 가르치고 잘해주지 못해 안달이다. 7박8일은 세상에 지친 사람들을 보듬고, 다독여 주기에 너무도 부족한 시간이다. 처음 3일간은 지루하고 적응이 안돼서 힘들어 하지만 4 ,5일이 넘어가면서 평정심을 찾고 서서히 본인의 자아를 찾아간단다.
나도 이런 체험을 한번 해 보고 싶다. 항상 바쁘다는 핑계로 똑같은 일상을 되풀이 하고 있는 내가, 가끔 샛길로 새서 색다른 경험도 해 보고 인생의 폭도 넗히고 싶다. 그런데 사방을 둘러봐도 우리를 가르치고 이끌어 줄 위인도 많지 않다. 사랑으로 중생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삶에서 생겨나는 온갖 걱정과 혼미한 인생의 방향을 바로 잡아주는 큰 스승이 많았으면 싶다. 금강스님도 그런 분이시다.
스님은 잔잔하고 다정다감하면서도 촌철살인의 글로 사람의 마음에 동그란 파문을 일으킨다.어디에서 읽어본 듯한 내용같지만 어느새 스님의 오롯한 글이 되고 마음은 빨려든다. 빨리 읽기가 아까와서 하루에 한 단원만 읽는데도 벌써 다 읽어간다. 글이 산만하지도 않고 조곤조곤 역설을 하시는데 마음에 깊은 심상을 남긴다.
그동안 참 바쁘게 살았다. 가족들을 위해, 회사를 위해 열심히 살았는데, 왠지 나는 허전하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애플사의 스티브잡스는 병실에서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비즈니스 세상에서 성공의 끝을 보았다. 타인의 눈에 내 인생은 성공의 상징이다. 하지만 일터를 떠나면 내 삶에 즐거움은 많지 않다. 지금 병들어 누워 과거 삶을 회상하는 이 순간 나는 깨닫는다. 정말 자부심을 가졌던 사회적 인정과 부는 결국 닥쳐 올 죽음 앞에 희미해지고 의미없어져 간다는 것을. 이제야 나는 깨달았다. 생을 유지할 적당한 부를 쌓았다면 이후 우리는 부와 무관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죽음에 닥쳐서야 모든 걸 내려놓고 되돌아보기 보다는 삶속에서 단순해지고 고요하면 좋겠다.
번뇌가 없는 고요한 적적을 만들기 위해 화두의 의단이 필요하다.스님의 글은 어렵지 않고 다정다감하고 정제된 글에다 영롱한 문장만을 실어놓은 것 같다. 읽으면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부유해지고 어린이마냥 천진난만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