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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99篇 - 우리가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오성수 지음 / 김&정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守歲(수세 : 섣달 그믐을 새며)
李世民(이세민. 598~649)
暮景斜芳殿 (모경사방전) 석양이 꽃다운 궁전에 비끼고
年華麗奇宮 (연화여기궁) 세월이 아름다운 궁전에 걸려 있네.
寒辭去冬雪 (한사거동설) 겨울 눈 덮였지만 추위는 가시고
暖帶入春風 (난대입춘풍) 봄바람 속에 따스함이 스미네.
階馥舒梅素 (계복서매소) 섬돌에 매화향기 은은하게 퍼지고
盤花卷燭紅 (반화권촉홍) 쟁반에 담긴 꽃, 촛불 받아 붉어지네.
共歡新故歲 (공환신고세) 모두들 가는 해와 오는 해를 즐기니
迎送一宵中 (영송일소중) 맞이하고 보내는 것이 이 한 밤에 이루어지네.
※守歲(수세) : 음력 섣달 그믐날 제야(除夜)에 등촉(燈燭)을 집안 구석구석에 밝히고,
온 밤을 지새우는 풍습.
이 작품은 이세민(당 태종)의 말년 작품으로 여겨진다. 제목부터 내용까지 인생을 관조하는 여유가 묻어 나온다. 젊은 시절 풍상(風霜)을 남보다 많이 겪은 사람은 일찍 삶의 무상함을 깨닫게 된다. 더구나 섣달 그믐에 가는 해와 오는 해의 기로에 서서 지나간 해를, 흘러간 세월을 보내고, 다가오는 해를 맞노라면 잠시나마 인생을 관조할 수 있게 된다.
이세민은 조선조 제3대왕인 태종(太宗. 재위 1400~1418) 이방원(李芳遠.1367~1422)과 아주 흡사한 인물이다. 이방원이 왕이 되기 위해 형제들과 권신(權臣)들을 죽인 것처럼. 이세민도 황제가 되기 위해 형과 아우를 제거했다. 그렇게 권좌에 올랐던 그 역시 인간인지라 재위 24년 만에, 52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다. 이방원은 56세의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떴다. 이세민, 이방원은 과연 저승에 가서 자신들이 무자비하게 죽인 형제들과 화해했을까? 전국시대(戰國時代)를 마감하고 천하를 통일했던 진시황도 50세에 세상을 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기원전356~기원전 323. 재위 기원전336~기원전 323)ㅡ흔히 알렉산더 대왕으로 알려져 있다.ㅡ은 33세의 한창 나이에 세상을 뜨지 않았던가. 조선 왕조의 개혁 군주 정조(正祖. 1752~1800. 재위 1777~1800)도 49세에 급서(急逝)했다. 참으로 허망한 일이다.
역사는 이렇듯 돌도 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이승만(李承晩.1875~1965), 박정희(朴正熙. 1917~1979), 전두환(全斗煥.1931~), 노태우(盧泰愚.1932~) 등 역대 대통령들이 불우한 최후를 맞거나, 퇴임 후에 준엄한 역사의 심판을 받지 않았던가. 일반인들이야 거창하게 따질 것이 없지만, 그래도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쌓이고 쌓인 선행의 응보(應報)로, 경복(慶福 : 경사스럽고 복됨 또는 그런 일)이 자손에게까지 미친다는 말도 있는 만큼 적어도 남에게 해코지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랑하는 자식들이 불행하게 되는 꼴을 바라는 부모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대 제왕들 가운데 통일을 위해서건, 자신의 등극을 위해서건 피를 많이 본 사람들은 힘들게 오른 제위를 그다지 오래 유지하지도 못했다. 다 지은 죄가 많아서가 아니었을까? p.365~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