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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의 인생 실험실 - 나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던 일에 대한 치유 보고서
장현갑 지음 / 불광출판사 / 2017년 9월
평점 :
장현갑 교수님의 일대기를 심리학과 연관해서 풀어내는 자서전적인 책이다. 처음에는 다소 딱딱하게느껴졌지만 교수님이 살아온 인생이야기를 읽으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사람이 인생을 살다보면 좋은 일보다 궂은 일이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우리네 인생을 불가에서는 고통의 연속이라 하고,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뇌는 괴로운 삶을 살게끔 설계되어 있다고 하듯이, 실제로 반세기를 살아온 나도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머리에 선명하게 떠오른다. 의도적으로 좋은 일을 기억하려고 노력하는데도 긍정적으로 사는게 쉽지만은 않다.
사람의 두뇌는 본래 좋은 일은 잘 잊어버리고, 나쁜 일, 안 좋은 추억은 오래 간직하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유년시절의 아픈 기억이 어른이 되어서도 잘 잊히지 않는 모양이다. 혹자는 인생의 경사와 흉사가 2:8 의 비율로 일어난다고 한다. 인생살이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20% 가 좋은 일이고, 80%가 궂은 일이라는 것이다. 일응 일리가 있는 통계인것 같다.
그렇지만, 인생이 고달파도 항상 힘들다고 하면서 살 순 없지 않은가?
어떻게 하면 이런 고뇌의 인생을 더 알차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심리학의 과제 일수도 있겠다 싶다. 장현갑 교수의 인생도 순탄치 않았다. 광복 직전에 태어나 배고픔의 설움을 몸소 겪었고, 6.25 전쟁 발발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경험도 있다.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보면서 인생의 회의를 느끼기도 했지만, 학구열만큼은 대단했다. 필자는 수학, 과학 같은 과목에는 취미가 없었고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결국 수학때문에 서울대 낙방하였지만 이듬해 수학을 열심해서 당시로는 생소한 서울대 심리학과에 합격했다. 필자는 자신의 적성에 맞는 과를 찾다가 심리학과에 지원했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보고 싶었고 심리학이 자신에게 잘 맞는 것 같았다. 정원 10명에 남자9명, 여자1명이었는데, 여자1명이 후에 필자의 아내가 되었다. 같은 고향에다 서로 마음이 잘 맞아서 오랜 연애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하지만 '인생지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순탄하게 잘 풀려가던 인생이 미국 애리조나 대학교 객원교수로 초빙되어 미국에서 교수생활을 하던 1997년 즈음, 아내와 자녀가 미국에 필자를 만나기 위해 왔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여행을 떠나기로 하고 제자에게 운전을 맡겼는데, 졸음운전으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아내와 딸이 사망했다. 필자 또한 중상을 입고 오랫동안 심신의 치료를 받아야 했다. 당시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찾던 중 '명상기법'을 만나게 되어 큰 효과를 보았다. 필자는 명상을 통해 아내와 딸을 잃은 교통사고 트라우마를 극복하였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기에 명상을 만병통치약이라 부르는 명상 예찬론자다.
명상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여러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서양에서도 20세기까지는 대부분 육체적인 치료인 서양의학에 의존해서 마음 치료를 해왔는데, 필자와 여러 저명한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동양의 명상치료가 소개됐고, 2000년 이후부터 심신치료에 동양의학이 도입되어 치료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책 내용은 주로 스트레스와 뇌의 연관관계, 스트레스 대처법 등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 어떤 마음가짐과 생활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상세하게 소개하는데, 책을 읽다보면 의학서적을 보는 듯 뇌 부위별 역할이나 기능, 스트레스가 마음과 몸에 미치는 영향 등 의학과도 밀접한 내용을 기술하고 있다. 21세기 현대병 1위라 불리는 우울증 대처법, 성격장애, 심장질환 등 인생의 불청객들이 찾아올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자신의 80평생 인생경험을 통해 체험한 사례를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세상의 흐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다보니 시류에 휩쓸려 자신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이런 때, 노학자의 인생경험이 묻어난 심리 서적을 통해 마음의 안정과 행복하게 사는 법을 찾아보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