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새날 - 불교 명절에 담긴 수행 이야기
법륜 지음 / 정토출판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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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이 되면 사찰은 물론, 거리 곳곳에 연등을 달고 부처님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이렇게 연등을 켜게 된 유래가 되는 이야기가 경전에 있습니다. 부처님이 코살라국의 사위성에 계실 때 일입니다. 프라세나짓왕은 부처님과 부처님의 제자들이 안거에 드는 석 달 동안 옷과 음식과 침구와 약을 공양했고, 안거가 끝나는 날에는 수천 개의 등불을 켜서 연등회를 베풀었습니다.

  

사위성에는 성실하지만 몹시 가난한 한 여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연등회가 있던 날, 여인은 문득 왕은 이렇게 큰 복을 지으니 내생에도 큰 복을 받겠구나. 나는 이생에도 박복해 복을 지을 수 없으니 내생에도 박복하겠지. 나도 등불을 하나 켜서 공양을 올리고 싶다.”

  

여인은 그날 남의 집에 가서 일을 해주고 받은 동전 두 닢으로 기름을 샀습니다. 기름집 주인이 기름을 무엇에 쓰느냐고 묻자 여인이 대답하였습니다. “이 세상에서 부처님을 뵙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나는 가난해서 부처님께 공양할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작은 등불이라도 공양할까 합니다.”

 

여인은 작은 등불을 가지고 부처님 처소로 갔습니다. 부처님 처소 주변에는 이미 수많은 등불이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여인은 구석진 곳에 등불을 걸어놓고 기도했습니다.

보잘것없는 등불이지만 이 공덕으로 다음 생에는 나도 부처가 되겠습니다.” 밤이 깊어가자 휘황찬란한 등불들이 하나 둘씩 꺼져갔습니다. 그런데 워낙 보잘것없어 잘 보이지도 않던 여인의 작은 등불만은 꺼지지 않고 밝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아난다 존자는 등불이 모두 꺼지기 전에 부처님이 주무시지 않을 것이므로 여인의 등불을 끄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등불은 아무리 해도 꺼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 모습을 본 부처님이 아난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부질없이 애쓰지 마라. 그것은 비록 작은 등불이지만 마음 착한 여인의 넓고 큰 서원과 정성으로 켜진 것이기에 꺼지지 않을 것이니라. 그 여인은 그 등불의 공덕으로 오는 생에는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다.” 보잘 것 없는 등불 하나를 공양한 가난한 여인이 다음 생애 부처를 이룰 것이라고 하신 부처님의 말씀을 전해들은 왕은 급히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부처님, 그 여인은 등불 하나를 켠 공덕으로 부처가 될 것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석 달 동안이나 부처님과 스님들께 보시하고 수천 개의 등불을 켰습니다. 저에게도 미래에 부처가 되라는 수기를 주십시오.” 그러자 부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대왕이여, 불도란 쉽고도 어려운 것입니다. 그것은 하나의 보시로도 백천을 얻을 수 있지만, 백천의 보시로도 하나를 얻지 못하기도 합니다. 불도를 얻기 위해서는 백성을 위해 부디 선정을 베푸십시오. 많은 사람에게 보시하고 선행을 쌓으며 스스로 겸손해 남을 존경해야 합니다. 하지만 절대로 자신이 쌓은 공덕을 내세우거나 자랑해서는 안 됩니다. 이와 같이 오랜 세월을 닦으면 훗날 언젠가는 부처가 될 것입니다.”

  

왕은 부처님을 위해 연등회를 연 것을 자신의 공덕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왕의 공덕이 아니었습니다. 왕이 쌓은 공덕은 그 가난한 여인이 쌓은 공덕보다 작습니다. 왕이 올린 음식과 등불은 모두 백성들의 노력이며 백성들의 공덕인 것입니다. 가난한 여인은 비록 동전 두 닢 어치의 등불을 올린 것에 불과하지만, 그 여인에게 동전 두 닢이란 밥을 굶으면서 올린 전 재산이었습니다. 더구나 그 여인은 등불을 밝히며 다음 생에 복을 달라고 빈 것이 아니라, 부처가 되겠다는 서원을 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가난한 여인의 서원을 본받아 부처님 오신 날에 나도 부처가 되리라는 큰 서원을 다짐하며 등불을 밝혀야 합니다.

   

등불은 어두울수록 빛이 납니다. 밝을 때에는 밝혀봐야 표도 안 납니다. 마찬가지로 세상이 혼탁하고 어지러울수록 보살은 빛이 납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세상이 이렇게 혼탁하고 어지러운데 나 혼자 잘하면 뭐하나 하고 말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이 어지럽고 혼탁할수록 바르게 살아가는 사람은 더 빛이 나게 됩니다.

   

연등을 밝히는 보살은 진흙속에서 피어나는 연꽃과 같습니다. 그러니 자꾸 세상 탓하지 말고, 세상이 혼탁할수록 더욱 귀한 존재가 되십시오, 세상이 어둡다고 말하지 마세요. 내가 등불이 되겠다고 마음먹으면 세상이 어두울수록 나의 등불은 더욱 빛이 납니다. P.6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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