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이 발전하고 시대가 변천함에 따라 역사도 나날이 발전하는가?

과학문명은 끝없이 발전하면서 지속적으로 나아가는데, 정치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세계 각국을 살펴보아도 정치는 계속 진보한다는 논리는 타당성이 없는 것 같다.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훨씬 많은 대중들이 쉽게 정치 상황을  파악하고, 자신의 의사도 자유롭게 표현하는 시대가 왔지만 한 나라의 지도자를 뽑을 때는 현명한 선택을 못하는 경우가 여전히 상존한다.

  

우리나라 상황을 보아도 마찬가지 아닌가? 세계 최첨단 IT강국이라 자부하면서도 아직 정치상황은 별로 나아진 게 없다. 오히려 예전에 비해 더 정치는 퇴보하고 있는 느낌이다.

어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의 의결에 부쳐져 가결되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거시적으로 보면 분명 기뻐할 일이지만 불과 10여 년 전의 똑같은 상황을 반복하는 정치상황을 보았을 때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도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 할 일이다. 광복 후 70여년 지난 대한민국의 짧은 역사에 대통령이 몇 번이나 법적 심판을 받고 쫓겨나고, 수감생활을 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 직접적 책임은 물론 대통령 당사자나 국무위원, 비서진 등에게 있겠지만, 국민이 투표를 잘못한 책임도 있다.(비판과 견제 기능이 마비된 국회와 언론의 책임이 가장 큼)

   

세계 각국에서 대한민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국내에서는 세계 10대 경제강국이니, OECD에 가입한 선진국이니 하면서 요란하게 홍보하지만, 대통령이 탄핵되는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그들은 분명 한국은 문제가 많은 나라라고 비웃을 것이다. 국격 손상은 물론 대한민국 신뢰도 추락으로 인하여 돈으로 따질 수 없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은 불문가지다. 돈만 많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은 물론 국민의 의식수준이 선진국에 걸맞은 수준에 도달해야 선진국이 된다. 뒤에서는 부정부패가 횡행하고, 보수와 진보가 끊임없이 싸움을 벌이는 나라를 외국에서는 선진국이라 부르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민간인 측근의 국정개입으로 탄핵을 당했다는 소식은 대한민국의 수치요, 불행이다. 그렇게 많은 청와대 고위공무원들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옛날 중국 은나라의 폭군 주()의 포악한 정치를 간하다가 잔인한 죽임을 당한 비간(比干) 만큼은 못하더라도 정말 충신이라면 감투를 과감히 벗어던질 각오로 바른말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박근혜 정부 시절 스스로 자리를 박차고 나온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같은 분은 그나마 양심이 있는 분이다. 자신이 도저히 박근혜 정권과는 함께 일을 못하겠다는 판단에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치인은 온갖 비리를 보면서 모른 척 자리보전에 급급했다.

  

혹자는 대통령에게 각종 비리에 대한 소명이나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몰아부쳐 아직 피의자로 단정할 수 없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드러난 여러 정황들을 보아도 삼척동자도 알만큼 비리에 깊이 연루됐다는 게 대부분 국민들의 생각이다.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은 어떤 기관도 막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 300명이 합심하여 우여곡절 끝에 탄핵을 가결시키지 않았는가? 그 이면에는 수백만 명에 달하는 촛불민심의 공이 컸다. 영국의 명예혁명(1688)에 비견될만큼 성숙한 시민의식이 있었기에 촛불 탄핵이 국회에서 가결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하지만 탄핵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때까지 산 넘어 산이다. 재판관 9명이 대부분 보수성향이고 MB, 박근혜 정부시절 임명된 사람이기에 인용결정이 날 것이라고 쉽게 예단해서는 안 된다. 민심이나 국회표결만 보면 약80%의 압도적 가결로 탄핵이 이루어졌듯이, 헌재에서도 그렇게 인용되면(6~7명 찬성) 좋겠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대통령은 화려한 변호인단을 구성하여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에 치열한 법리공방이 이뤄질 것이라 예상된다.

 

국민의 편에서 다소 다행인 것은 국정조사 청문회와 특검의 수사상황이 헌재의 탄핵심판과 맞물려 있어 심리기간 동안 비리가 입증되거나 새로운 비리가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아 상황은 국민에게 유리하게 전개될 수도 있다. 탄핵심판 심리기간은 최장 6개월이지만, 오랫동안 대통령 자리를 비워 놓을 수 없으니 빠르면 1월말, 늦어도 3월 안에 헌재 결정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대통령 한사람을 잘못 뽑으니 온 나라, 온 국민이 골치가 아프다. 세계유일의 분단국가로서 언제 전쟁이 재발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는 지금 대통령의 궐위는 심각한 상황이다. 아무리 국무총리가 유능하다 할지라도 권력상 한계로 대통령의 임무를 완벽하게 대행할 수 없다. 그리고 무한경쟁의 시대에 우리 기업의 수출을 뒷받침할 법률제정, 제도 정비도 시급한데 대통령이 없으면 원활히 추진할 수 없다. 또한 각국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이때 우리는 국가를 대표할 대통령이 없으니 다른 나라와 경제 비즈니스, 정상회담 등 산적한 현안을 원활히 처리하지 못해 그 피해가 상당하다.

    

그러나 여러 가지 피해를 감안하더라도 잘못된 것을 고쳐 새롭게 나아가는 것이 장기적 안목에서 국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고 악습을 폐지할 수만 있다면 늦어도 결코 늦은 게 아니다. 정치가 맑아지고 제자리를 찾는다면 작금의 시행착오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현재 국정혼란을 수습할 최상의 방책은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빨리 물러나는 것이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 정권을 잡기도 어렵지만 내려놓기도 쉽지 않다. 정권을 내려놓는 즉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웬만해선 순순히 정권을 내놓지 않는 게 권력자의 습성이다. 하루빨리 혼란한 정국을 수습하고 나라가 안정을 되찾길 바라면서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국민은 정권에 대한 감시의 눈길을 거두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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