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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와 깊이 만나는 즐거움 - 최복현 시인이 <어린왕자>를 사랑한 30년의 완결판
최복현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4년 11월
평점 :
100년을 살든 500년을 살든 아무리 오랜 세월을 살아도 인간이 유한한 존재인 한, 삶에는 늘 아쉬움은 남겠지요. 근본적으로 인간은 무엇에든 끝없는 욕망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에요. 인간은 그 무엇이든 끝없는 욕망을 안고 살아가요. 그러니까 교통의 발달, 과학의 발달로 보다 많은 시간을 절약한들 한가해질 수 없어요.
사람들은 시간을 절약하려고 무엇이든 간편하게 만들고, 빠르게 만들고, 작게 만들어요. 그러면 보다 편리하게 쓸 수 있고, 간단하게 쓸 수 있고, 빨리 움직일 수 있고, 빨리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모아놓은 시간은 어디로 갔기에 오히려 점점 바쁘게 사는 걸까요.
시간은 절약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단지 간편하게 하고, 빠르게 하는 것으로는 그 어떤 분야의 시간만 절약할 뿐이에요. 다른 곳에서는 그 이상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이 또 일어나요. 그러니까 시간은 늘 모자라고 하고 싶은 일은 자꾸 쌓이기만 해요. 이런 행렬은 우리가 살아 있는 한 계속 이어질 거예요.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우리는 다만 몇 날이라도 더 달라고, 그러면 여한이 없을 거라고 신에게 간곡히 빌지도 몰라요. 하지만 다시 그 마지막 날이 오면 그때 마음도 지금과 다를 바 없어요. 우리는 얼마나 더 오래 살든 하고 싶은 일과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을 거예요. 시간 여유가 생기면 할 거라고요? 여유가 있을 땐 다른 것부터 하느라 그 일을 못하고 바쁠 땐 바빠서 못하고, 정작 하고 싶은 일은 그저 미루다 말아요. 그러니까 시간을 어떻게 쓰는 게 좋을지 그걸 생각해야 해요. 시간은 늘 우리에겐 부족한 거니까 그 주어진 시간을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써야 해요.
어린왕자가 만난 장사꾼은 목마름을 달래 주는 알약 장수였어요.
일주일에 한 알만 먹으면 다시 마실 욕구를 느끼지 않는대요.
“아저씨는 왜 이런 것을 팔아요?”
어린왕자가 물었어요.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으니까. 전문가가 계산을 했어. 일주일에 53분이나 절약된대.”
장사꾼이 대답했어요.
“그러면 그 53분으로 뭘 하는데요?”
“그 시간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지....,”
어린왕자는 “내게 53분이 있다면 아주 천천히 샘으로 걸어가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이 욕구를 잠재워 더 이상 욕구가 생기지 않는다면 좋을까요?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보 같은 생각이에요. 뭔가 하고 싶은 욕구가 없다면 세상을 왜 살아요.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니까, 먹고 싶은 거라도 있고, 마시고 싶은 술이라도 있고, 피우고 싶은 담배라도 있고, 하고 싶은 운동이나 취미라도 있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도 있으니까 살고 싶은 것이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욕망이 있다는 건 나쁜 것도 아니고 부끄러운 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그런 욕구가 없는 사람이 가련하고 불쌍하지요. 욕구가 우리에게 열정을 불러일으켜 주니까요.
그러니까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 일을 해요. 그냥 어떻게 시간을 절약할까, 그런 생각할 시간에 차라리 즐거운 일을 하러 돌아다니는 게 나아요. 그렇게 시간을 아껴 두었다가 정말 쓸 일이 있는지 그걸 생각해 보라고요. 그렇지 않다면, 죽어라 돈만 벌 줄 알지 쓸 줄은 모르는 사람과 뭐가 다르냐고요. 아무리 많은 돈을 가지고 있어도 모을 줄만 알고 쓸 줄은 모르는 사람은 부자가 아니라 불쌍한 사람이지요. 마찬가지로 죽어라 일만 할 줄 알고 시간을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은 불쌍한 거예요.
그래요. 무슨 일이든 그 일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줄 알아야 해요. 시간을 절약하려면 그 절약하는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해요. 여기서 아끼는 시간을 저기서 쓰는 게 유용하고 가치가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해요. 절약하면서 바쁘게 산다는 건 불행한 일이에요. 얼마를 살든 시간의 노예가 되지는 말아요. 시간을 쓸 줄 아는 사람이 되란 말이에요. 그렇게 바쁘게 살다가 넘어지거나 아프지 말고요.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p.219~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