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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사람을 모방하라 : 마키아벨리처럼 - 위기를 창조적 도약으로 바꾸는 자기혁신법 ㅣ 인문고전에서 새롭게 배운다 3
신동준 지음 / 미다스북스 / 2015년 7월
평점 :
“군주가 백성들로부터 사랑받는 대상이 되는 길과 두려운 대상이 되는 길 가운데 어느 쪽을 택하는 게 더 나은가? 백성들로부터 사랑받고 또한 두려운 대상이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부득불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사랑받는 대상보다 두려운 대상이 되는 것이 낫다. 은혜를 모르고 변덕스럽고, 위선적이고, 해악을 멀리하며, 이익을 향해 줄달음치는 인간의 기본 품성 때문에 그렇다. 백성은 위험이 멀리 떨어져 있는 한 재물은 물론 생명과 자식들까지 군주에게 바칠 것처럼 행동하지만, 위험이 박두하면 이내 등을 돌리고 만다. 그들의 맹세만 믿고 달리 대책을 강구하지 않은 군주가 위기 때 패망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 군주론 제17장 <가혹과 인자, 친애와 공포 가운데 어느 쪽이 나은지에 관해>
한비자와 마키아벨리는 군주의 눈과 귀를 가리며 권력을 농단하는 권신이 군주에게 가장 위협적인 인물이라는 사실을 통찰하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신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대상이 되기보다 차라리 두려움의 대상이 되라고 권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일화로 나관중의 <삼국연의> 제21회에 나오는 <자주론영웅(煮酒論英雄)> 대목을 들 수 있다.
조조와 유비가 술을 끓여 마시며 당대의 영웅을 논한 대목이다. 유비가 조조에게 몸을 맡기고 있을 당시 하루는 조조가 유비를 불러 술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후 술을 권했다. 마침 검은 구름이 온 하늘을 뒤덮으며 금세 소나기가 쏟아지려 했다. 조조가 문득 유비에게 물었다.
“현덕(유비)은 용의 조화를 아시오?”
“아직 잘 모릅니다.”
“용은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며 하늘에 오르기도 하고 물속에 숨기도 하는데, 그 조화가 무궁하여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소. 커지면 구름을 일으키며 안개를 토하고, 작아지면 티끌 속에 형체를 감춥니다. 하늘로 오을 때에는 우주를 날고, 숨을 때는 파도 속에 몸을 숨기오.
지금 바야흐로 봄이 깊었으니 용이 바로 때를 만나 조화를 부리려는 참이오. 모름지기 용이라는 영물은 가히 인간 세상의 영웅에 비할 만하오. 현덕은 오랫동안 사방을 편력했으니 당대의 영웅들을 잘 알 것이오. 과연 누가 영웅인지 어디 한번 말씀해 보시오. “
“저야 승상 덕분에 조정에 들어와 있는데 어찌 천하의 영웅들을 제대로 알 리 있겠습니까?”
“그럴지라도 이름이야 들어보지 않았겠소?”
“원술은 군사와 식량을 넉넉히 가지고 있으니 가히 영웅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는 무덤 속의 해골이오. 조만간 내가 그를 사로잡을 것이오.”
“원소는 명문가 출신에 기주 땅을 차지한 채 많은 인재를 부리고 있으니 가히 영웅이라 부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원소는 겉보기에는 위엄이 있으나 담이 작고, 계책을 꾸미기는 좋아하나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큰일을 당하면 몸을 사리고, 작은 이익을 보면 목숨을 걸고 달려드니 그도 영웅이 아니오.”
“문인들에게 명망이 높은 유표는 어떻습니까?”
“유표는 허명만 있을 뿐 속이 비어 있으니 영웅이 아니오.”
“익주의 유장은 가히 영웅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유장은 한실의 종친이라고는 하나 실은 집 지키는 개에 불과할 뿐이오.”
“그러면 장로와 한수 같은 사람은 어떻습니까?”
“그런 자들이야 보잘 것 없는 소인배에 불과하니 거론할 가치조차 없소.”
“그들 외에는 더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자 조조는 그 유명한 ‘영웅론’을 설파했다.
“무릇 영웅이란 가슴에 큰 뜻을 품고 뱃속에 좋은 계책이 있어야 하니 바로 우주를 감싸 안을 기지(機智)와 천지를 삼켰다 뱉을 정도의 의지를 지닌 자를 말합니다.”
유비가 물었다.
“그러면 누구를 가리켜 그런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조조가 문득 손을 들어 유비를 가리킨 뒤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천하의 영웅은 오직 그대와 나 조조뿐이오. 원소와 같은 자들은 낄 수조차 없소.”
그 말에 밥을 먹던 유비가 문득 수저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는 자신이 동승과 모의해 그를 해치려 하는 사실을 조조가 알아차린 줄 알고 대경실색한 것이다. 마침 하늘에서 우레 소리가 들리자 유비가 천연스레 고개를 숙이고 수저를 집어든 뒤 이같이 변명했다.
“성인이 말하기를, ‘빠른 번개와 광풍에는 으레 낯빛을 바꾼다.’고 했는데 이 말이 실로 일리가 있습니다.”
당시 조조는 유비가 거기장군 동승과 한통속이 되어 은밀히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가 껄껄 웃었다.
“현덕 같은 영웅도 성인의 말씀을 좇아 우레 소리에 낯빛을 바꾸는 것이오!”
얼마 후 유비는 못내 불안했는지 이내 도주하듯이 조조 곁을 떠났다. 도둑이 제발 저린 격이었다. 마키아벨리의 분석틀에 넣어 해석하면 조조는 사랑받는 사람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길을 택한 덕분에 위기를 모면한 것이나 다름없다. 만일 조조가 그런 대상이 아니었다면 유비는 이내 동승과 협잡해 조조를 척살하려 했을 것이다.
주목할 것은 삼국시대의 풍운아 조조와 21세기 최고의 기업가로 손꼽히는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사랑보다 두려움을 받는 것이 낫다는 마키아벨리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점이다. 두 사람이 천하를 거머쥐는 과정은 그야말로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잡스는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나는 등의 온갖 수모를 당했다. 그럼에도 그는 이에 좌절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한 결과 애플을 제국으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잡스는 아주 냉혹한 모습을 보였다. 마음에 맞지 않는 직원은 과감하게 내쳤다.
조조도 끊임없이 노력한 덕분에 ‘난세의 영웅’이라는 찬사를 받게 됐으나, 그 과정에서 혹독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 잘못을 저지른 부하를 추호도 용서치 않았다. 천하를 호령하는 과정에서 실력 위주의 인재등용과 신상필벌의 원칙을 관철하며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한 것이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마키아벨리의 주장에 따르면 두 사람 모두 사랑받는 존재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길을 택한 덕분에 천하를 호령한 셈이 된다. 이 마키아벨리의 금과옥조는 현대의 기업에 대입시켜도 여전히 잘 작동하는 원리인 것이다. p.181~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