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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99篇 - 우리가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오성수 지음 / 김&정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田家 (농가)
진사도(陳師道, 宋. 1053~1101)
鷄鳴人當行 (계명인당행) 닭이 울면 마땅히 나가야 하고
犬鳴人當歸 (견명인당귀) 개가 짖으면 마땅히 돌아와야 하네.
秋來公事急 (추래공사급) 가을이 오면 농사일이 급하니
出處不待時 (출처부대시) 나가는 곳을 때를 맞추지 못하네.
昨夜三尺雨 (작야삼척우) 어젯밤에는 비가 석자나 퍼부어
竈下已生泥 (조하이생니) 부엌 바닥에는 이미 진흙투성이.
人言田家樂 (인언전가락) 사람들은 농가의 즐거움을 말하지만
爾苦人得知 (이고인득지) 농부의 고통을 그들이 어찌 알리오.
농산물 수입 개방으로 힘든 농민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시가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1,000년 전에 중세 중국과 스마트 혁명 시대 대한민국의 농촌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은 무엇인가 한참 잘못되었음을 일깨워준다. 대한민국에서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것이 어디 농업 문제뿐이랴. 교육, 환경, 복지, 취업, 빈부격차 등 온통 난마(亂麻)처럼 얽혀 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요순시절(堯舜時節)만 있을 수 없다. 살기 좋은 세상도 있고, 그럭저럭 살 만한 세상도 있고, 하루하루 지내기가 정말이지 지겨운 그런 세상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다양한 세상에서 시인이 어떤 의식을 가지고 사느냐이다. 주위에 사람들이 굶어 죽는데도 음풍농월(吟風弄月)이나 자연예찬을 읊는 것이 과연 온당한지는 금세 판단이 설 것이다. 세상이 살기 좋으면 편안한 시를 쓰면 될 것이고, 세상이 살기 힘들면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시를 쓰거나 그런 참상을 널리 알리는 시를 쓰면 될 것이다. 시와 시인은 세상과 떨어져서 살 수는 없는 법이다. 혼자만을 위한 시, 세상 사람들이 등을 돌리는 시는 이미 시가 아니다.
물론 당대(當代)에, 그 시대에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시도 있고, 뛰어난 천재여서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몇 세대 지나고서야 그 천재성이나 진면목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까 세상과 함께하되 세월이 지나도 빛을 잃지 않는 작품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작품이 아닐까.
농사일은 예나 지금이나 힘들고 어렵다.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전원생활의 여유니, 아름다운 풍경이니, 농한기의 한가로움을 얘기하지만, 기계화된 오늘날의 농촌의 실상도 늘 바쁘고 힘겹기만 하다. 도회 사람들은 창밖을 스치고 지나가는 풍경만 마음에 담아서 농촌생활을 평화롭게만 바라보는 것이다. P.457~4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