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은 오디의 계절입니다. 뽕나무는 아주 오래 전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도 자생해 온 인간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나무입니다. 처음엔 야생 뽕나무들이 산에 많이 군락을 지어 자랐을 것이고, 사람들은 뽕잎을 이용해서 누에치기를 했습니다. 중국의 고서나 시경 같은 책을 보면 뽕나무와 관련된 시문이 자주 등장합니다.
뽕나무는 하나도 버릴게 없습니다. 예전에는 오디를 딸 목적보다 주로 양잠을 할 목적으로 뽕나무를 심고 키웠습니다. 봄, 가을에 누에치기를 했는데, 시골에서 특별히 돈벌이를 할 만한 일들이 부족했기에 온 가족이 누에치기에 몰두했습니다. 우리나라도 7,80년대 누에치기를 통해 수출의 일익을 담당했고 시골에서는 가장 큰 부업으로 가정에 짭잘한 수입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어 양잠산업이 노동력이 풍부한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일순간 뽕나무가 우리 주변에서 사라졌습니다. 누에치기를 하지 않으니 돈이 되지 않는 뽕나무를 베어 내거나 대체 과실수를 곳곳에 심었습니다. 오디의 효능이나 뽕잎의 유용한 가치가 알려지기 전이라 대부분 뽕나무는 천대를 받았고 매실나무나 자두나무, 감나무 등이 많이 심겨 졌습니다. 우선 과실이 크기도 하고 오디에 비해 저장도 오래할 수 있어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데 건강을 중시하는 요즘, 예전에 몰랐던 각종 효능이 알려지면서 각광을 받는 과일이 있습니다. 오디도 그 중의 하나인데, 요즘은 뽕나무를 기르는 목적이 오디를 따기 위해섭니다.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유년의 추억도 한두 가지씩 갖고 있겠지만 오디는 정말 시골 꼬맹이들이 즐겨먹는 간식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뽕나무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농약이 제대로 개발되지 않던 시기라 무공해 오디가 지천에 널렸을 때입니다.
뽕나무 밭에서 뽕잎을 따다가 남녀의 연정이 많이 이루어졌듯, 어린 꼬맹이들도 뽕나무에 숨어 오디를 몰래 따 먹기가 일상이었습니다. 유월이 되면 밀사리와 감자도 맛있는 간식이 되었지만 달기로 치면 오디를 따라올 수 없었습니다. 뽕나무 밭에 앉아 까맣게 익은 오디를 훑어 먹다보면 손이나 입 주변이 시커멓게 물들어 한동안 지워지지도 않았고, 흰옷에 물이라도 들면 옷을 버렸다고 혼이 나기도 했습니다.
뽕나무 주인은 오디를 따 먹는 것에 대해서는 꾸지람을 별로 하지 않았는데, 오디를 따 먹다가 뽕잎을 다치게 한다고 나무라기가 일쑤였습니다. 뽕나무의 골을 따라 숨어서 오디를 따 먹는 즐거움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지요. 가끔 좀 덜 익은 오디를 먹다가 시큼한 맛에 인상을 찡그리기도 하지만 그것도 나름 새콤달콤 맛이 있었습니다.
며칠 전 친구네 뽕밭에서 오랜만에 오디를 따면서 옛날 생각이 나서 불쑥 오디에 관한 글을 써 봅니다. 뽕나무는 초봄 여린 잎을 따서 차를 만들기도 하고, 잎이 좀 더 자라면 뽕잎나물을 무쳐 먹기도 하고, 또 뽕잎을 따서 상추처럼 고기를 싸 먹기도 합니다. 심심한 뽕잎이 맛은 좀 덜하지만 건강(당뇨)에 좋다고 하니 도시인들이 시골에 오면 뽕잎을 따가기도 합니다. 뽕나무도 농약을 치지 않으면 진딧물이 생기고 잎이 깨끗하진 않지만 그래도 다른 작물에 비하면 농약을 안치거나 덜 치는 편입니다.
친구 얼굴도 보고 오디도 실컷 따 먹고, 또 통에 가득 담아 와서 효소액과 오디주를 담가놓고 보니 마음 한결 풍성해집니다. 요즘 어린이들은 오디 맛을 잘 모르겠지만 여느 과자나 아이스크림보다 맛과 영양이 풍부하다고 생각됩니다. 오디 주스도 맛이 아주 좋습니다. 올여름 시원한 오디푸드를 먹으며 더위를 날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