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 잠언 500선
범립본.홍자성.장조 지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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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혁명시대, 휴대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품의 시대에 오히려 문명의 이기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왜일까? 꼭 필요하지도 않은 전화와 메시지가 왜 이토록 많이 걸려오는지, 삶을 좀 더 편리하고 안락하게 만들기 위해 고안된 첨단기기들이 마음을 더욱 옥죄는 형틀로  다가오는 느낌은 나만의 생각일까? 편리한 점도 여러가지 있겠지만 사람과의 만남과 진솔한 대화가 줄어들면서 마음은 더욱 삭막해져가는 것 같다.

 

그래서 가끔씩 동양고전에서 위안을 받고자 선현들의 지혜로운 글을 찾아 읽는다. 아무리 바쁜 시대라지만 내 자신을 잃고 이리저리 헤매는 현실에서 그나마 제자리를 찾게 해주는 것은 옛글이다. 수백 년을 묵혀 온 종갓집 된장처럼 구수한 냄새와 선조들의 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들어 있는 나는 종종 동양고전 잠언집을 읽는다.

 

명심보감, 채근담, 유몽영을 일컬어 3대 잠언집이라 하는데, '유몽영'이란 책은 다소 낯설다. 명심보감, 채근담은 한문에 관심이 있거나를 떠나 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고 책을 읽어보았을 것이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책이라서 그런지 시대의 변화에도 굳건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삶의 처세에 관해서는 요즘 읽어도 전혀 손색이 없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그 문구들이 마음에 와 박힌다.

 

굳이 내용을 보면 너무 평범한 말이라 진부한 느낌도 들지만 곱씹어 보면 역시 인생의 지혜가 담겨 있고, 삶에 지친 이들에게 솜이불처럼 따뜻한 위로의 말을 던져준다. 인생살이나 학교생활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사람은 몇 퍼센트나 될까? 대부분 필부필부, 장삼이사로 태어나서 그렇고 그런 인생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십중팔구가 아닐까 싶다. 항상 위로만 쳐다보고 성공만 향해 달려가다 보니 만족과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그런 자신을 채찍질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명심보감의 저자는 고려말 학자 '추적(秋適)'으로 대부분 알고 있는데, 역자(신동준)는 원나라 말기 무림 출신의 학자 '범립본'이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지금껏 '명심보감'을 처세서의 최고로 꼽는 것도 우리 조상이 쓴 책이라고 잘못 알려진 사실과 무관치 않다. 중국에서는 명심보감이 <채근담>의 인기에 밀린 나머지 청나라 초기에 이르러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말았는데, 21세기 들어 다시 '명심보감 읽기 열풍'이 분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2005년 우리나라에서 방영한 <대장금>이 홍콩 TV 전파를 탄 데 있다. 주인공 이영애가 <명심보감>을 탐독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게 결정적인 배경이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명심보감, 채근담은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수양서로 삶의 정수를 간직한 책으로 모자람이 없다. 우리에게 덜 알려진 <유몽영>이란 책은  청나라 번성기 강희제때 '장조'가 지었는데, 무고로 인한 모함으로 감옥에 갇혀 고생하다가 이때의 충격으로 완전히 붓을 꺾고 말았다. 이런 시련 속에서 이 책이 탄생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20세기 초 중국고전 영역 작업에 열중하던 임어당(林語堂)은 촌철살인의 잠언으로 꾸며진 이 책을 접하고 크게 감동한 나머지, 세상에 무수한 잠언집이 나왔으나 <유몽영>에 견줄만한 책은 결코 존재한 적이 없다 고 격찬했다.

 

책을 들고 아무 페이지나 넘겨 읽어도 부담이 없고 주옥같은 글귀들이 즐비하다. 동양 고전 3대 잠언집에 실린 문장은 총 1013장으로 그 중 500장을 추려 엮은 것이라 하니, 명문들만 골라 실은 것이다. 동양고전, 백가쟁명의 글들을 두루 섭렵하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난해하여 이해도 어렵다. 역자가 풀어쓴 잠언 500선을 읽어보니 '옥 중의 옥'을 가려 놓은 것 같다. 머리가 복잡하고 삶의 속도에 치여 허덕일 때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고 내 자신을 온전히 지켜낼 것이다. 또한 삶을 반성하는 지침서로 머리맡에 '자리끼'로 두면서 시시때때로 읽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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