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조선의 시를 쓰라 - 연암 박지원 문학 선집
박지원 지음, 김명호 편역 / 돌베개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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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암억선형(燕巖憶先兄 : 연암에서 돌아가신 형님 생각하며)

                                           박지원(朴趾源 : 1737~1805)

 

我兄顔髮曾誰似 (아형안발증수사)  우리 형님 그 모습은 누구를 닮았는가.

每憶先君看我兄 (매억선군간아형)  아버님 떠오를 때마다 형님 얼굴 뵙곤 했지.

今日思兄何處見 (금일사형하처견)  이제 형님이 그리우면 어디 가서 뵈올까?

自將巾袂映溪行 (자장건몌영계행옷매무새 바로 하고 시냇물에 비춰보네.

  

세월이 흘러 세상은 변해도 가족간의 애정은 여전히 도탑다. 특히 서양보다는 동양의 문화에서 두드러지게 가족 간의 우의를 중요시했는데 유교주의 문화의 산물이 아닐까 싶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격언처럼 가족은 어디서 살든 혈육의 정을 잊지 못하고 고향을 그리워하고 못 만나서 애통해 한다

 

삼십여 년 전 이산가족 찾기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는 똑똑히 지켜 보았다. 6.25전쟁으로 남북으로 뿔뿔이 흩어진 형제, 남매, 자매간에 혈육을 찾겠노라고 생업을 뒤로 하고 여의도광장을 누비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생생하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보았듯이, 혈육을 확인한 순간 터트리는 통절한 울음은 실로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고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연암도 마지막 남은 형님을 떠나보내면서 천륜으로 맺어진 혈육의 깊은 정을 뼈에 마무치게 느꼈을 것이다. 이 시를 읽으면 아버지를 일찍 여읜 내 감정이 이입되어선지 연암의 안타까운 심정이 그대로 마음에 와닿는다. 돌아가신 지 반세기가 가까워 오는 지금, 변변한 사진조차 남아있지 않아 아버지의 얼굴조차 떠오르지 않지만 가끔씩 나이 많은 형님의 얼굴을 보면서 아버지의 모습을 연상해 보기도 한다.

   

연암은 아버지가 그리울 때 형님의 얼굴을 뵈었는데 이제 아버지 얼굴을 그려볼 형님조차 안 계시니, '형님이 그리우면 내 얼굴을 시냇물에 비춰 본다'는 구절에서 연암의 처연하고 애절한 마음이 절절이 느껴진다 먹고 살기에 바빠  평상시에는 혈육의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하다가 막상 가족 중에 누군가가 돌아가셨다는 부음을 들으면 그때서야 후회한다. 아뿔사! 살았을 때 좀 더 잘하고, 좀 더 자주 만날 걸... 

이 시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고 혈육의 소중함을 느껴보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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