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 내려놓기
법륜스님 지음 / 정토출판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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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뭐든지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고 싶어 합니다. 원하는 대로 안 되면 괴로워합니다. 그래서 자기 힘으로 안 되면 남의 힘을 빌리고, 사람 힘으로 안 되면 신의 힘을 빌려서라도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고 싶어 합니다.

 

그러니 신이라는 존재는 전지전능해야 됩니다. 전지전능하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줄 수 없으니 말입니다. 매우 답답할 때에는 신을 믿고 용기를 가지고 기도하는 것이 일시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수행은 그런 게 아닙니다. 수행은 세상만사가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게 꼭 좋은 일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세상이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진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럼 그곳이 천국일까요? 그런 세상은 순식간에 지옥이 되어버릴 것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를 다른 여자도 좋아해요. 이럴 때 두 사람 다 원하는 대로 되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들이 다 부자가 되고 싶지만 일은 하기 싫고, 좋은 대학에 가고 싶지만 공부는 하기 싫고, 이런 것들이 다 이루어진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

 

이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모두 원하는 대로 안 되는 게 세상이냐? 그런 뜻이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원하는 것이 안 될 때가 더 많습니다.

 

세상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노력을 해야 됩니다.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노력해야 합니다. 노력했는데도 안 되면 어떡하느냐, 연구해서 다시 하면 됩니다. 또 안 되면 어떡하느냐, 또 다시 하면 됩니다. 그래도 안 되면 어떡하느냐, 포기하면 됩니다. 포기하기 싫으면 어떻게 하느냐, 다시 하면 됩니다. 이게 인생이에요.

 

내가 어떤 목표를 세워서 노력했는데 그게 이루어졌습니다. 그럼 기쁘겠지요. 하지만 그 일이 이루어졌다고 그때부터 아무 일도 안하고 그냥 있나요? 아니지요. 그때부터 또 무언가 다른 일을 합니다. 그런데 또 원하는 대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럼 어떡하나요? 또 다른 일을 해야지요.

 

A라는 일을 했는데 이루어지지 않아서 포기하고 B라는 일을 하나, A라는 일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B라는 일을 하나 똑같습니다. 어떤 일이 이루어졌는지 안 이루어졌는지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닙니다. 열심히 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열심히 해서 그 결과로 이루어지면 다른 일을 하면 되고, 열심히 했는데도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 일을 계속할 건지 다른 일을 할 건지 선택하면 됩니다. 어떤 일이 이루어져서 다른 일을 하나, 실패해서 그 일은 버리고 다른 일을 하나 마찬가지입니다. 또 실패해서 그 일을 한 번 더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안 됐다고 괴로워하면 인생은 죽을 때까지 괴로워집니다. 원하는 대로 안 되니 늘 전전긍긍하며 살아야 하고, 그 일을 되게 하기 위해 사람에게든 신에게든 매달려 살아야 합니다. 어떻게 내가 원하는 대로 세상일이 다 되겠어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대학 시험에 떨어지고 재수하고 삼수하고 합니까. 서울대 안 가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그렇다고 다 죽습니까? 다 잘 살아갑니다.

 

남편이 사업 때문에 힘들 때, ‘내가 남편 사업을 뭘 도와줘야 되나?’ 이런 생각은 하지 마세요. 남편이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어떻게 용기를 줄 건지를 생각하세요. 아이가 공부를 잘하도록 ’내가 어떻게 도와주지?‘라고 생각하는 건 욕심이에요. 시험에 떨어져도 ’아이를 어떻게 위로하고 용기를 줘야할까?‘ 그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 마음을 가지기 위해 수행 정진하라는 겁니다. 정진을 해도 잘 될 때가 있고 안 될 때가 있어요. 원하는 대로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거기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남편과 아이한테 도움이 됩니다. 가족이 힘들어 할 때 같이 힘들어 하고 안절부절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족에게 용기를 주고 위로를 주는 큰사람이 됩니다. p.5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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