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정호승 지음, 황문성 사진 / 비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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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시절에는 누구나 방황하게 됩니다. 방황은 어쩌면 청춘의 특권인지도 모릅니다. 내일을 위하여 오늘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진정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 고민을 거듭하다 보면 그 고민이 방황의 양상을 띠게 됩니다.

 

방황하지 않는 청춘은 없습니다. 청춘의 방황은 마치 시각장애인이 흰 지팡이도 짚지 않고 누구의 도움도 없이 도시의 거리를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이 시기의 방황은 암중모색 바로 그것입니다. 그렇지만 청춘 시절에는 방황이 깊어간다고 해서 좌절이 깊어 간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 시절에는 방황이 깊어갈수록 인생이 깊어갈 수 있습니다. 진정한 방황을 통해 인생의 길을 찾고 내적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청춘의 방황은 누구에게나 필요조건입니다. 방황을 하고 방황이 끝나야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언제까지 방황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청춘의 시기가 지났는데도 방황하고 있다면 그것은 인생의 방해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요즈음 나이 서른이 넘어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춘들을 만나게 됩니다. 인생에 일정한 형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런 청춘들은 방황의 시간이 비교적 긴 편입니다. 인생에는 원래 방황이라는 요소가 자리 잡고 있어서 중년기에도 장년기에도 방황의 시기는 있습니다. 방황하지 않는 세대는 없고, 방황하지 않는 인생은 없습니다. 길게 보면 청춘의 방황도 인생의 한 시점에서 야기되는 방황의 하나일 뿐입니다.

 

그런데 인생의 첫 번째 방황이라고 할 수 있는 청춘의 방황이 너무 길어 청춘이 지나가버리면 문제입니다. 아무 데로도 나아갈 수 없다 싶어 쉽게 좌절하게 됩니다. 물론 방황은 한 존재의 자아를 들여다보게 해주고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깨닫게 해줍니다.

 

방황이라는 과정을 통과함으로써 인생의 올바른 방향을 찾게 됩니다. 특히 청춘의 방황이 그렇습니다. 청춘의 방황은 다음 시기의 방황을 위한 디딤돌입니다. 디딤돌이 굳건해야 다음 인생의 방황기에 그것을 딛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 디딤돌이 너무 허약하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잃게 됩니다.

 

따라서 청춘의 방황은 짧고 깊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 시기에는 필요조건으로서의 방황의 시기를 가능한 한 빨리 끝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단력 있게 방황에 종지부를 찍고 일단 앞으로 나아가야 다시 새로운 길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방황한 시간의 양이 많았다고 해서 준비와 고뇌의 양이 반드시 많아지는 건 아닙니다. 방황한 기간이 길었다고 해서 인생의 깊이가 깊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방황은 어느 정도 오래, 많이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위해 방황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청춘 시절엔 방황하되 너무 오래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봄날에 피는 꽃을 한번 보십시오. 꽃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황하지 않습니다. 꽃을 피우려고 애쓰지 않으면서도 꽃을 피우고, 피어난 꽃은 그대로 방황하지 않고 열심히 삽니다. 누가 보든 말든 자기 삶의 의미와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하늘을 향해 피어 있다가 때가 되면 시들어 열매를 맺습니다. 베트남의 탁낫한 스님은 “한 송이 꽃은 남에게 봉사하기 위해 무언가 할 필요가 없다. 오직 꽃이기만 하면 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한 사람의 존재 또한 그가 만일 진정한 인간이라면 온 세상을 기쁘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꽃은 존재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이미 아름다운 것입니다. 무엇을 이루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피어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 자신도 존재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이미 꽃처럼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꽃은 피기 때문에 아름다운 게 아니라 지기 때문에 아름답습니다. 꽃이 지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엔 봄날에 가장 먼저 산수유가 피는데, 그 연노란 산수유도 꽃이 져야 붉은 열매가 익어 겨울엔 새들의 먹이가 될 수 있습니다.

 

인생의 방황도 꽃과 같습니다. 내 인생에 방황이 존재하는 것도 결국 한 인간으로서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 위한 과정입니다. 그 방황 속에서 인생의 열매가 여물게 됩니다. 방황의 꽃이 여물어 열매라는 씨앗을 맺어야 그 씨앗이 땅에 떨어져 새로운 삶을 꽃 피우게 됩니다.

청춘 시절에는 방황을 너무 오래 함으로써 열매를 여물게 하지 못하고 결국 자신을 버리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안타까운 일입니다.

 

꽃은 자기를 버리지 않습니다. 시들지언정 스스로 자신을 버리지 않습니다. 자신의 향기조차 의식하지 않고 겸손히 살아갑니다. 만개한 꽃보다 만개 직전의 꽃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인생의 방황도 그와 같으면 좋겠습니다. p.183~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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