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마흔은 없다
김병수 지음 / 프롬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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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는 나이와 관계가 없다.

 

지혜는 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마음속에서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정신과 의사로서 살아오면서 나이로는 측정할 수 없는 것이 꽤 많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젊은 사람에 비해 항상 통찰력이 더 뛰어날 것이라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았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나이가 들어간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성숙되는 것은 아니며 배려와 관용의 태도는 나이가 들면 그냥 저절로 얻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사람도 만났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나이와 지혜는 항상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혜에 관한 연구결과를 보더라도 지혜의 정도와 나이는 아주 작은 상관성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지혜를 측정한 연구결과를 보더라도 지혜가 높다고 평가된 경우는 전체에서 5% 정도에 불과했다.

 

지혜로운 사람과의 대화는 느낌이 다르다. 지혜로운 사람과 대화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확 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마음이 편안해질 뿐만 아니라 자신이 귀중한 존재라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된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지고, 자신의 이야기를 그 사람에게 더 많이 들려주고 싶어진다. 지혜로운 사람과는 오래 있고 싶어진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올랐거나 큰 성공을 거둔 사람 중에도 대화를 해보면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사회적 지위나 성취가 인격적 약점을 숨겨주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의사인 내가 그런 느낌을 받을 정도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지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사람을 만날 때도 있다.

 

중년 연구의 대가인 레빈슨 박사는 중년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중년은 자기와 세상에 대해 더 많이 탐색하기 위해, 이후 시기에 형성될 구조에 대한 기초를 만들기 위해 기존 생활구조를 재평가하는 시기다.” 이전보다 더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갖고 있던 삶의 태도나 자세를 다시 평가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나는 중년이 되어서도 젊은 시절의 삶의 방식이나 생각을 버리지 못한 사람에게 “베테랑 투수는 강속구만 던지려 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하곤 한다. 아무리 뛰어난 투수라 해도 나이가 들면 젊은 투수에 비해 구속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나이 들어서도 강속구만 던지려 하면 어깨도 상하고, 체력도 떨어져 오래 버틸 수 없다.

 

만약 젊었을 때의 영광만 기억 속에 담아둔 채 계속해서 직구나 강속구로만 승부하려 든다면 그는 얼마 가지 않아 선수생활을 접어야 할 지 모른다. 현역에서 오래 뛰고 싶다면 더 유연하고 다양한 시각, 남을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는 나이와 상관없다. 다만 과거를 버리고, 변하려 애쓰는 사람만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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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이 뻣뻣해지지 않도록

 

심리적 유연성이 떨어지는 사람은 “반드시 해야 한다.” “나는... 사람이다.” “사람이라면 반드시...해야 한다.”는 당위적 사고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람은 모든 것을 흑 아니면 백과 같이 나누어 보기 때문에 모호한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 한다.

 

특히 사람의 마음이나 정서를 다루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곤 한다. 사람 마음이란 것이 원래 흑백으로 구분되기 힘들고 항상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이 섞여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좋기도 했다가, 때로는 나쁘게 보이기도 하는 것이 다반사다.

 

모호하고 모순적인 사람 마음을 다룬다는 것은 심리적 유연성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고역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심리적 유연성이 떨어지는 사람은 인간관계도 매끄럽지 못하다. 자신에게 엄격할 뿐만 아니라 남들에게도 “이래야 한다, 혹은 저래야 한다.”며 강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생각과 맞지 않으면 이내 원망하고 비난을 쏟아 낸다. “세상에 믿을 놈 없다.”거나 “내가 너에게 어떻게 했는데 이것밖에 못하냐.”는 식이다. 심리적으로 유연하지 못한 사람은 스스로 마음의 고통을 많이 안고 살아가야 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도 편하게 해주지 못한다. 정해놓은 틀 안에 자신과 다른 삶을 모두 끼워 맞춰야 하기 때문에 모두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심리적 유연성은 행복의 중요한 열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오히려 고집스러워지고, 까다로워지기는 쉽다. 나이가 들면 몸이 뻣뻣해지듯 마음도 굳어지게 마련이다. 결국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마음이 가는대로 놔두면 심리적 유연성은 점점 떨어져 언행이 완고해지고 경직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므로 나이가 들수록 마음의 유연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심리적 유연성을 기르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우선 마음을 관찰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마음을 고치거나 바꾸려 애쓰지 말고 그냥 마음이 흘러가는 것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연습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다. 마음을 흘러가는 강물이라 생각하고, 조금 떨어져서 찬찬히 감상해본다. 내 마음에 어떤 생각들이 떠돌아다니고 있는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유연성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완벽주의 사고에 자기를 너무 옭아매는 사람이라도 ‘나는 완벽해‘가 아니라 ’나의 머릿속에는 완벽해야 한다는 경직된 생각을 갖고 있구나.‘라고 생각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생각에 휘말리지 않도록 일정하게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연습을 하면 심리적 유연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두 번째 방법은, 사람과 세상에 대한 관점을 다르게 갖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상황에 따라 나쁘기도 했다가 좋은 사람이 되기도 한다. 항상 좋거나 나쁠 수는 없으며, 상황이 사람을 나쁘게 만들거나 좋게 만들기도 한다. 똑같은 사람이라도 시간의 흐름이 그 사람을 다르게 평가하게 만든다. 변하지 않는 악, 변하지 않는 선은 없다. 따라서 한 가지 관점으로 사람을 평가하거나 세상일의 시비를 가리려 하면 문제가 생기고 만다.

 

중년쯤 되면 ‘내가 심리적으로 유연한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물어 볼 필요가 있다. 중년이 되어서도 자기 생각만 고집하고, 다른 사람이나 초월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줄 모른다면 삶의 활력도 사라지고 만다. 조그만 스트레스나 정신적 충격에도 크게 마음을 다칠 수 있다. 그러다 주위 사람들도 하나둘씩 떠나가고 만다. 결국 행복한 중년이 되려면 몸의 유연성보다 마음의 유연성이 더 중요하다. p.153~155/ 246~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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