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 99篇 - 우리가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오성수 지음 / 김&정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역대 중국 문장계(文章界)를 이끌었던 사대 명문(四大名文)으로는, 제갈공명의 출사표(出師表), 왕희지의 난정서(蘭亭序), 소동파의 적벽부(赤壁賦)와 함께 왕발의 등왕각서(縢王閣序)를 꼽는다.

  

왕발은 교지(交趾)로 좌천된 아버지를 뵙고자 6757월경에 낙양을 떠나 수로(水路)로 교지까지 간 것으로 보인다. 그 기나긴 여정 중에 99일 무렵 홍주에 도착했다. 때마침 홍주에서 중양절을 맞이해 등왕각 중수(重修)를 기념하는 낙성식(落成式)을 열었는데, 왕발은 우연히 여기에 들렀다가 저 유명한 등왕각서를 지었다. 등왕각서의 정식명칭은 <추일등홍부등왕각전별서(秋日登洪府縢王閣餞別序 : 가을날 홍도부의 등왕각에 올라 작별의 잔치 서문을 쓰다)이며, <등왕각>은 바로 이 서문의 대미(大尾)를 장식한 칠언고시이다.

  

 

옛날 남창군(南昌郡)이었던 이곳은 지금은 홍도부(洪都府). 별자리로는 익성(翼星)과 진성(軫星)에 해당되며, 땅은 형산(衡山)과 여산(廬山)에 접해 있네.

세 강이 옷깃처럼 두르고, 다섯 호수가 띠처럼 둘러져 있으며, 만형(蠻荊)을 누르고 구월(甌越)을 끌어당기는 위치네.

  

(이곳) 물산(物産)의 풍요로움은 하늘이 내린 보물이니 용천검(龍泉劍)의 검광(劍光)이 견우성(牽牛星)과 북두성(北斗星) 사이를 쏘았고, 인물이 걸출하고 땅은 영기가 있으니 서유(徐孺)는 태수인 진번(陣蕃)이 걸상을 내려주며 맞아들이게 하였네.

경치 좋은 주()와 군()이 안개처럼 즐비하고, 뛰어나고 빛나는 인물들이 밤하늘의 뭇별처럼 찬란하네.

  

누대(樓臺)와 성 둘레의 못은 초()나라와 중화(中華) 사이에 자리 잡고 있고, 손님과 주인은 동남지방의 훌륭한 인물들이네.

도독(都督) 염공(閻公)은 높은 명망을 갖추어 멋드러진 창을 앞세우고 멀리서 부임해 왔네.

눈에 뜨이는 훌륭한 위의(威儀)를 갖추어 새로 부임하던 우문씨(宇文氏)는 휘장을 두른 수레를 잠시 멈추게 하였네.

  

마침 십 순(十旬)의 휴가 날이라 훌륭한 벗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고, 천리 먼 곳의 사람들도 맞아들이니 인품이 고매한 벗들이 자리에 가득하네.

하늘로 날아오르는 교룡(蛟龍)의 광채와 깃을 펴고 일어나는 봉황의 오색날개 같은 (벗들의 뛰어나게 빛나는 문재(文才)는 문장의 대가인 맹 학사(孟學士), 붉은 번개와 차가운 서릿발 같은 지조는 왕 장군(王將軍)의 무기고네.

아버님이 현령(縣令)이 되시니 가는 길에 유명한 곳을 지나게 되었네.

어린 제가 무엇을 알아서 이 훌륭한 잔치를 만났으리요.

때는 구월이요, 계절로는 가을이네.

    

길바닥에 고인 물은 마르고 (가을의)쓸쓸한 연못은 맑은데, 안개와 노을이 어우러지니 저녁산은 더욱 붉네. 길가에 말 네 필을 위엄 있게 치장하고, 높은 언덕에서 풍광을 찾아 완상(玩賞)하네.

제자(帝子)가 노닐던 장주(長州)에 임하니 선인(仙人)의 옛 관저가 있었네.

층층이 솟은 여러 형태의 지붕들은 비췻빛을 머금고, 위로 솟아 드높은 하늘을 찌르니, 나는 듯한 누각 물에 비추어 붉게 흐르고, 아래를 보니 땅이 보이지 않네.

학과 오리가 노니는 물가는 섬을 빙 둘러 있고, 계수나무 전각과 목란(木蘭) 궁궐은 언덕의 형세에 따라 줄지어 있네.

수놓은 작은 문을 열고 아로새긴 용마루를 굽어보니, 산과 들은 광활하여 시야에 가득하고, 시내와 연못은 드넓어 바라보다가 놀라네.

마을은 민가가 꽉 들어서 있고, 종은 울리고 진수성찬을 먹는 대가(大家)도 있네.

큰 배들이 수도 없이 나루터에 오가니, 청작(靑雀)과 황룡(黃龍)을 그린 뱃고물이 보이네.

무지개 사라지고 비도 개니, 햇살이 구름에서 드러나네.

저녁놀은 짝 잃은 집오리와 함께 나는데, 가을 강물은 멀고도 넓은 하늘과 한 빛을 이루었네.

  

고기잡이배에서 저녁에 노래를 부르니, 그 소리가 팽려(彭蠡)의 물가까지 미치고, 기러기 떼 추위에 놀라니 그 소리가 형양(衡陽)의 포구에서 끊어지네.

멀리 바라보며 읊조리고 고개 숙여 마음을 누그러뜨리니, 풍류 있는 흥취가 금세 사라지네.

상쾌한 퉁소 소리에 맑은 바람이 일고, 고운 노랫소리가 모여드니 흰 구름도 멈추네.

수원(脽園)의 푸른 대나무 그 기상이 평택 현령(彭澤縣令) 도연명(陶淵明)의 술잔을 능가하고, 업수(鄴水)가의 붉은 꽃 그 광채가 임천 내사(臨川內使) 왕희지(王羲之)의 글씨를 비추네.

  

(오늘 이 자리가) 네 가지 아름다움이 갖춰지고, 두 가지 어려움도 함께 하였네.

하늘의 한가운데까지 아득히 다 바라본 듯하고, 한가로운 날에 마음껏 즐겨 노네.

하늘은 높고 땅은 아득하니, 우주가 무궁(無窮)함을 깨닫네.

흥이 다하면 슬픔이 오니, 차고 비움이 정해진 운수(運數)가 있음을 아네.

멀리 태양 아래 있는 장안(長安)을 바라보며, 구름 사이에 있는 오군(吳郡)과 회계군(會稽郡)을 가리키네.

  

지세(地勢)가 다하니 남쪽 바다가 깊고, 하늘이 끝없이 높으니 북극성은 멀기만 하네.

관산(關山)은 넘기가 어려우니, 그 누가 길 잃은 나를 슬퍼해줄까.

부평초처럼 떠돌다 만났으니 모두 다 타향의 나그네이네.

제왕(帝王)의 궁문(宮門)을 그리워해도 보이지 않으니, 몇 해가 지나야 선실(宣室)에서 만날까?

  

아아! 시운이 고르지 못하고 운명은 어긋나는 일이 많으니, 풍당(馮唐)(등용되기 전에) 늙기 쉬웠고 이광(李廣)(공적이 있어도) 봉해지기 어려웠네.

가의(賈誼)가 장사(長沙)에 물러난 것은 어진 군주가 없어서가 아니요, 양홍(梁鴻)이 바닷가에 숨어 산 것은 어찌 태평한 세상이 아니어서 이겠는가.

(내가) 믿는 바, 군자는 가난을 편안하게 여기고, 달인(達人)은 천명(天命)을 아네.

늙었는데도 더욱 건장해진다면, 어찌 노인의 마음을 알겠는가.

곤궁할수록 더욱 굳세어진다면, 청운(靑雲)의 뜻을 꺾지 않을 것이네.

  

탐천(貪泉)을 마셔도 상쾌함을 느끼고, 학철(涸轍)에 처해도 오히려 기뻐할 것이네.

북해(北海)가 비록 아득하여도 회오리바람을 타면 닿을 수 있을 것이요, 소년 시절은 이미 지났으나, 노년은 아직 늦지 않네.

갓끈을 청할 길이 없으니, 종군(終軍)의 약관(弱冠) 때 일을 기다렸고, 붓을 던질까 생각해 보았으며, 종각(宗慤)의 장풍(長風)을 부러워했네.

  

백 살이 될 때까지 벼슬할 생각을 버리고, 만 리 먼 곳에 계신 부모님 안부를 받들리라.

(나는) 사씨(謝氏) 집안의 보배로운 나무는 아니지만, 맹씨(孟氏)처럼 좋은 이웃은 만나리라.

훗날 뜰을 종종걸음으로 지나다가 리()가 외람되이 어버이를 모시고 배운 것처럼 (나도 어버이의 가르침을) 받으리라.

오늘 아침 소매를 들어 올려 용문(龍門)에 의탁하니 기쁘네.

양득의(楊得意) 같은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능운부(凌雲賦)를 읊으면서 홀로애석해하지만, 종자기(鍾子期) 같은 사람은 이미 만났으니 유수곡(流水曲)을 연주한들 무엇이 부끄럽겠는가.

  

아아! 경승지도 언제나 아름답지 못하며, 성대한 잔치도 다시 만나기 어렵네.

난정(蘭亭)은 이미 버려졌고, 재택(梓澤)은 빈터만 남아 있네.

작별에 임하여 글을 지어 올림은 다행히 성대한 전별(餞別)잔치에 참석하는 은혜를 받았기 때문이네.

등고(登高)하였으면 부()를 지으라고 하였으니, 이는 여러 공()들께 바라는 바이네.

감히 보잘것없는 정성을 다하여 공손히 짧은 인()을 짓고, ()와 더불어 한마디의 시를 지으니, 사운(四韻)으로 이루어졌네.

  

등왕(縢王)이 세운 높은 누각 감강(竷江) 기슭에 있는데,

패옥(佩玉)소리 말방울 소리와 가무(歌舞)는 사라졌네.

아침에는 아름답게 칠한 용마루에 남포(南浦)의 구름이 날고,

저녁에는 주렴에 서산의 비가 걷히네.

한가로이 떠 있는 구름과 강물에 비친 그림자 날마다 유유한데,

사물이 바뀌고 세월이 흐른 지 몇 해던가.

누각에 있던 왕자는 지금 어디 있는가?

난간 밖의 양자강만이 부질없이 흐르네.

p.268~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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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향기 2015-10-08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300여 년 전 명문장이라지만 옛글이라 용어가 낯설고 이해가 어려울 것입니다. 고사나 난해한 용어마다 주를 달기에는 분량이 너무 많아 원문을 해석한 그대로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