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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김시습 시선 ㅣ 한국의 한시 4
김시습 지음, 허경진 옮김 / 평민사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乍晴乍雨 (사청사우 : 잠깐 갰다 비 오다 함)
김시습(金時習,1435~1493)
乍晴還雨雨還晴 (사청환우우환청) 언뜻 개었다가 다시 비가 오고 비 오다가 다시 개이니,
天道猶然況世情 (천도유연황세정) 하늘의 도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세상 인정이랴.
譽我便是還毁我 (예아변시환훼아) 나를 기리다가 문득 돌이켜 나를 헐뜯고,
逃名却自爲求名 (도명각자위구명) 공명을 피하더니 도리어 스스로 공명을 구함이라.
花門花謝春何管 (화개화사춘하관)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봄이 어찌 다스릴고.
雲去雲來山不爭 (운거운래산부쟁) 구름 가고 구름 오되, 산은 다투지 않음이라.
寄語世人須記認 (기어세인수기인) 세상 사람들에게 말하노니, 반드시 기억해 알아두라.
取歡無處得平生 (취환무처득평생) 기쁨을 취하려 한들, 어디에서 평생 즐거움을 얻을 것인가를.
<해 설>
세상인심의 변덕스러움을 날씨에 읊은 것으로 세속적인 명리를 떠나 무위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작자의 인생관의 피력이다. 1.2구는 변덕스러운 세태인정이요, 3,4구는 그를 부연한 한 예시이다.
이 시는 손종섭 편저 '옛 시정을 찾아서'에 의하면 " 남을 기리는 일은, 언제 그 태도가 표변하여 그를 헐뜯을지도 모를 양면성을 지니고 있음이 오늘날의 인정이요, '명예'를 뜬구름인 양 여기는 사람도, 기실 오히려 은근히 '명예'를 구하는 이중성을 지니는 현실의 세태이다.
보라. 봄은 꽃으로 하여 봄다워지건마는, 그러나 봄은, 꽃이야 피건 지건 관심 밖으로, 자연에 맡겨 놓고 있을 뿐이요, 산 위로 넘나드는 구름에 따라 산의 얼굴도 달라지게 마련이지만, 그러나 산은, 구름이야 가든 오든, 이래라 저래라 요구하는 일이 없이, 그저 저 흐르는 대로 맡겨 놓고 있을 뿐이다.
인간은 공연히 제 스스로 바빠, 입신출세다 부귀공명이다 동분서주 안달하지만, 설사 뜻대로 얻었다 한들, 필경 그것이 무엇이랴? 기쁨도 잠깐의 일, 그에는 새로운 고뇌도 따라붙게 마련이다. 그러고 보면, 어느 한 곳에 뿌리 내려, 한 생애를 자득할 만큼의 기쁨을 얻을 곳이란, 이 지상에는 아무데도 없는 것이다.
다만 저 대자연처럼, 욕심 없이 얽매임 없이, 담담히 유유히 순리대로 살아가는 거기에, 오히려 은근한 생의 즐거움은 있는 것이라고, 세인에게 충언하고 있다. 동시에 이 끝구는, 어느 한 곳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작자 자신의 유랑의 변이기도 하다." 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의 시는 자신의 삶을 담고 있다. 그의 삶 또한 정치적으로 자유롭지 못했기에 이런 생각이 나왔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