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유 시선 지만지 고전선집 22
왕유 지음, 박삼수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九月九日憶山東兄弟 (9월9일 중양절에 산동에 있는 형제를 생각하며)

 

                                             당. 왕유(王維. 699~759)

 

獨在異鄉為異客 (독재이향위이객)  홀로 타향에서 나그네 신세 되니

 

每逢佳節倍思親 (매봉가절배사친)  매번 명절만 되면 가족들 생각이 더 나네.

 

遙知兄弟登高處 (요지형제등고처)  멀리에서도 형제들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을 알 수 있으니

 

徧插茱萸少一人 (변삽수유소일인)  모두들 수유 꽂을 때 한 사람이 모자라리라.

 

 

요즘은 유치원생들도 졸업여행을 가고, 조기 유학이다 뭐다 해서 예전 세대들보다는 가족 간의 헤어짐 내지는 별거(別居)가 익숙해진 듯하다. 예전에는 먹고 살기 바빠 마음 놓고 여행 한번 제대로 가기 어려웠다. 기껏해야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 가는 것이 고작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대학교에 들어가면 술타령, 친구타령에 여관방 전전하기 일쑤고, 또 그러다 군대 가면 3년을 가족과 헤어져 있어야 했다. 그런 경험을 한 사람들이면 이 시가 금세 다가올 것이다. 어쨌거나, 이 시는 설날이나 추석, 생일 등으로 해서 가족들이 모여 있을 때 읽으면 더욱 절절하게 다가오는, 명절용(?) 애송시라고 할 수 있다.

 

식구가 하나 늘면 별로 표가 나지 않는데, 하나가 빠지면 금세 표가 나기 마련이다. 이런 예는 비단 인간의 경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냉장고 안에 식료품이 더 들어간 것은 표가 나지 않은데, 누군가 한 두개라도 빼먹으면 주부는 금방 알아챈다. 책꽂이에 책을 몇 권 사다놓으면 책이 별로 는 것 같이 않은데, 누가 주인 몰래 한두 권이라도 빌려 가면 왠지 책꽂이가 허전하다. 지갑도 몇 만원이 들어오면 두둑하지가 않은데, 적은 돈이 나가도 금세 홀쭉해지는 것만 같다. 이렇듯 나는 것에 신경이 쓰이는 것처럼 우리는 늘 사라지는 것에 대해 마음이 간다. 언제 나는 존재가 될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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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 오르기’, 즉 등고(登高)는 고대 중양절의 주요 행사였다. 이날 사람들은 높은 곳에 올라서 반드시 수유(茱萸)를 머리에 꽂고, 국화주(菊花酒)를 마셔야 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전하는 바에 의하면, 동한(東漢)시대 여남(汝南)사람, 환경(桓景)은 방사(方士) 비장방(費長房)을 따라 다니며 도술(道術)을 배웠다고 한다. 어느 날 비장방이 환경에게 일렀다.

 

“9월 9일 여남 땅에 전염병이 돌 것이다. 어서 가서 주머니를 만들어 수유를 넣고, 온 가족의 팔에 맨 다음에 높은 산에 올라 국화주를 마시게 하라. 그리하면 전염병에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날이 되자, 환경은 비장방이 일러준 대로 했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 보니 집에서 기르던 가축들이 모두 죽어 있었다. 환경은 죽은 가축들을 보고 비장방의 탁월한 예견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리하여 중양절에 높은 곳에 오르는 풍습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수유 열매를 머리에 꽂으면 잡귀(雜鬼)를 쫓을 수 있다고 믿었다. 이는 수유 열매가 붉은 자줏빛으로 예로부터 붉은 색이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동지(冬至)에 팥죽을 쑤어먹음으로써 온갖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려는 우리나라의 풍습도 이와 통한다. 한 마디로 붉은색은 벽사(辟邪)의 의미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국화주는 예로부터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약용주로 애용해왔다. 옛날 중국 고서(古書)에는 국화주를 상용(常用)하면 혈기를 더해주고 몸을 가뿐히 해주며 명이 길어진다고 씌어 있다. 이런 의미에서 사람들은 중양절에 높은 곳에 올라 국화주를 마셨다. 술을 좋아하지 않거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무병장수(無病長壽)를 위해서라면 마시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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