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강설 사서삼경강설 시리즈 4
이기동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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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신사 (都人士)         

  

노란 외투 입고 있는 저기 저 서울 신사       彼都人士(피도인사) 狐裘黃黃(호구황황)

해맑은 얼굴에다 교양 있는 말솜씨             其容不改(기용부개) 出言有章(출언유장)

주나라로 돌아가면 만백성이 바라보리        行歸于周(항귀우주) 萬民所望(만민소망)

  

풀 삿갓에 검은 두건 저기 저 서울 신사       彼都人士(피도인사) 臺笠緇撮(대립치촬)

저분에게 따님 있네 묶은 머리 삼단 같네     彼君子女(피군자녀) 綢直如髮(주직여발)

이제 다시 볼 수 없어 내 마음 울적하네       我不見兮(아부견혜) 我心不說(아심부설)

  

옥돌로 귀를 막은 저기 저 서울 사람           彼都人士(피도인사) 充耳琇實(충이수실)

저분에게 따님있네 윤길이라 이름하네        彼君子女(피군자녀) 謂之尹吉(위지윤길)

이제 다시 볼 수 없어 내 마음 답답하네       我不見兮(아부견혜) 我心苑結(아심원결)

  

헐렁하게 띠 드리운 저기 저 서울 신사        彼都人士(피도인사) 垂帶而厲(수대이려)

저분에게 아리따운 따님 있네                    彼君子女(피군자녀)

말아 올린 머리가 전갈꼬리 같아라             卷髮如蠆(권발여채)

이제 다시 못 보네 그때 따라 갈 것을          我不見兮(아부견혜) 言從之邁(언종지매)

  

늘어뜨린 게 아니라 띠가 커서 그런거네      匪伊垂之(비이수지) 帶則有餘(대칙유여)

말아 올린 게 아니라 머리칼이 위로 났네     匪伊卷之(비이권지) 髮則有旟(발칙유여)

다시는 볼 수 없네 바라만 봐도 좋으련만     我不見兮(아부견혜) 云何盱矣(운하우의

 

 

서울에서 멋있는 분이 부임해 왔다. 그는 순수한 얼굴을 하고 교양 있는 말을 한다. 그러나 그도 매력 있지만 그의 따님이 더욱 매력있다. 그의 따님을 한 번 본 총각은 가슴이 울렁거린다. 그런데 서울에서 온 분이 임기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니 그 따님도 함께 가버린다. 한 마디 감정을 표현해 보지도 못하고 혼자서 짝사랑을 하고 있었던 총각은 그만 가슴이 미어진다. ‘그냥 그녀를 따라가기라도 할 수 있다면, 그럴 용기라도 있다면....’  총각은 마음 속으로 중얼거린다. 그러나 그것은 마음일 뿐,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 그저 냉가슴만 앓고 있을 뿐이다.

  

부녀가 떠나고 난 뒤에도 그들의 모습은 눈앞에 선하다. 이제 생각해보니 그분이 늘어뜨린 허리띠는 일부러 늘어뜨린 것이 아니라 허리띠가 길어서 늘어뜨린 것처럼 보인 것이다. 그녀의 머리가 전갈의 꼬리처럼 올라간 것은 일부러 올린 것이 아니라 머리카락이 위로 나서 그렇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때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그저 바라만 봐도 황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자꾸 생각하다보니 그런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은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한 번만이라도 다시 볼 수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은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꼭 사랑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은 소유하려는 욕심이다. 소유욕이 발동하면 그것은 순수한 사랑을 오염시킨다. 그래서 사랑은 바라만 보고 행복해 하는 짝사랑이 가장 순수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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