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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를 알면 중국이 보인다 2 - 오 PD의 한시여행
오성수 지음 / 청동거울 / 2002년 9월
평점 :
寄家書 (고향에 부치는 편지)
이안눌(李安訥. 조선. 1571∼1637)
欲作家書說苦辛 (욕작가서설고신) 집으로 부치는 편지에 괴로움 말하려 해도
恐敎愁殺白頭親 (공교수살백두친) 머리 다 희어진 어버이 근심하실까 염려되어
陰山積雪深千丈 (음산적설심천장) 그늘진 산 쌓인 눈이 엄청난데도
却報今冬暖似春 (각보금동난사춘) 금년 겨울은 봄처럼 따뜻하다 전하네.
어머님
어머님 오늘 하루를 어떻게 지내셨어요
백날을 하루같이 이 못난 자식 위해
손발이 금이 가고 잔주름이 굵어지신 어머님
몸만은 떠나 있어도 어머님을 잊어오리까
오래오래 사세요 편히 한번 모시리다.
어머님 어젯밤 꿈에 너무나 늙으셨어요
그 정성 눈물 속에 세월이 흘렀건만
웃음을 모르시고 검은 머리 희어지신 어머님
몸만은 떠나 있어도 잊으리까 잊으오리까
오래오래 사세요 편히 한번 모시리이다.
우리 가요계에 나훈아와 더불어 본격적인 오빠부대를 몰고 온 영원한 오빠가수 남진이 부른 노래다. 어렸을 적 밥상에서 자주 있었던 일이다. 우리 집은 아들 삼형제라 부모님과 다섯이 밥을 먹었다. 그 당시야 밥상에 밥과 김치만 올라도 다행이었던 시절이라 반찬 투정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런 형편인데 가끔씩 꽁치 한두 토막이 상에 올라오는 날이면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되곤 했다.
어머니는 원래 비린 것을 안 드시니까 예외였는데 그 꽁치를 두고 서로 눈치만 보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자식들 생각에 손이 못 가고, 형과 나는 감히 어른도 손을 안 대시는데 우리가 어찌 하는 생각에 김치와 다른 반찬에만 젓가락을 댔는데 문제는 막내였다. 녀석은 눈치 없이 그 귀한 꽁치에 젓가락을 댔다.
어머니와 형과 나는 밥상 앞에서 뭐라고 할 수도 없고 해서 헛기침만 하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꽁치가 담긴 접시를 우리들 앞으로 쓱 미시면서 ‘난 어제 밖에서 먹었더니 생선만 봐도 생목이 오른다. 너희들이나 먹어라.’ 하시는 거였다. 당연히 막내는 신이 나서 젓가락을 댔고, 형과 나는 마지못해 한두 번 젓가락을 대고는 서둘러 밥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가서(寄家書)> 이 시를 보고 <어머님> 이 노래를 들으면 어렸을 적 밥상머리가 떠오른다. 자식들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신 부모님 생각이 난다. 자식을 키워 보니 이제야 깨닫게 된다. p.337~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