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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 송이 붉은 연꽃 ㅣ 샘깊은 오늘고전 3
허난설헌 지음, 이경혜 엮음, 윤석남.윤기언 그림 / 알마 / 2007년 4월
평점 :
採蓮曲 (채련곡 : 연꽃을 따며 부르는 사랑노래)
허난설헌(許蘭雪軒 : 1563~1589)
秋淨長湖碧玉流 (추정장호벽옥류) 맑은 가을 널찍한 호수에 맑고 푸른 물 넘실대는데
荷花深處係蘭舟 (하화심처계난주) 연꽃 깊은 곳에다 예쁜 배 매어 두고
逢郞隔水投蓮子 (봉랑격수투연자) 임을 만나 물 건너로 연밥을 던지다가
恐被人知半日羞 (공피인지반일수) 행여 남들 눈에 띄었을까 반나절이나 부끄러웠네.
<해 설>
허난설헌으로 널리 알려진 허초희(許楚姬)의 사랑가다. 요즘처럼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세상에 이런 사랑 노래를 보면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이 시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셋째 구절이다. 이 책에서는 ‘임을 만나 물 건너로 연밥을 던지다가“로 풀었는데, 여러 해설서를 봐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글자 그대로 하면, 임을 만나서 서로 시시덕거리며(?) 물 저만치로 연밥을 던지며 노는 장면이 연상되는데, 그렇게 하면 이 시의 묘미와 맛이 사라져 버린다. 너무 노골적이기 때문이다.
하늘이 너무나도 맑은 가을날 마음이 싱숭생숭한 처녀가 호수로 나왔다. 물론 평소 사모하던 총각과는 이미 연락이 오고간 뒤였다. 작고 예쁜 배를 타고 호수로 나간다. 이리저리 살피다가 연꽃이 무성한 곳에 배를 대고 기다린다. 저만치 총각이 나타나 두리번거리며 처녀를 찾고 있다. 하지만 연꽃 숲에 들어 있는 처녀를 쉽사리 찾을 리가 없다. 처녀의 마음 같아서는 “저 여기 있어요!” 하고 소리치며 손짓이라도 하고 싶지만, 여기저기 있는 사람들 눈에 띌까봐 그마저도 마음뿐이다.
생각 끝에 처녀는 저만큼 호숫가에 서 있는 총각에게 신호를 보내려고, 총각이 알아차리게 하려고 연밥을 던진다. 던진 연밥이 총각 눈에 띄거나, 연밥을 던져 물이라도 튀면 총각이 알 수 있겠거니 해서였다. 그런데 그런 적극적이고 돌발적인- 물론 요즘에 이런 얘기를 하면 지나가는 개도 웃겠지만 허난설헌이 살던 당시야 능히 그럴 수 있지 않은가- 행동이 행여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나 않았을까 해서 반나절이나 부끄러웠다는 것이다. 이렇게 읽으면 이 시의 맛이 새록새록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