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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莊子) - 그림으로 쉽게 풀어쓴 지혜의 샘
장자 지음, 완샤 풀어쓴이, 심규호 옮김 / 일빛 / 2011년 12월
평점 :
얕은 우물에 사는 개구리가 동해에 사는 자라한테 말했다. “난 참 즐겁다네. 우물가 난간으로 뛰어오르기도 하고, 우물 안 깨진 벽돌에서 쉬기도 한다네. 물에서 노닐 때는 양쪽 겨드랑이를 펴서 떠오르고 턱을 위로 들어올리며, 진흙으로 뛰어들 때는 발등까지 푹 빠지곤 하지. 주변에 있는 장구벌레나 게, 올챙이 등을 살펴봐도 나만한 놈들이 없다네. 게다가 우물을 혼자 차지하고 편안하게 머무르고 있으니, 어찌 최고의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자네도 가끔 보러 오지 않겠는가?” 이 말을 들은 동해의 자라가 우물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자 왼쪽 발을 채 뻗기도 전에 오른쪽 발이 걸리고 말았다. 할 수 없이 몸을 돌려 나온 자라는 개구리를 향해 큰 바다 이야기를 해 주었다.
“바다는 천 리의 먼 거리로도 그 거대함을 표현하기에 부족하고, 천 길의 높이로도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네. 우(禹) 임금 시절에 10년 동안 아홉 번이나 홍수가 났지만 바닷물이 불어나지 않았고, 탕(湯) 임금 시절에 8년 동안 일곱 번 가뭄이 들었어도 바닷물은 줄어들지 않았네. 시간의 길고 짧음에 따라 변화하는 일도 없고, 비가 많게 오든 적게 오든 불어나거나 줄어드는 일이 없으니, 이 또한 동해의 커다란 즐거움일세.” 얕은 우물에 사는 개구리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멍하니 자신을 잃고 말았다.
이것이 바로 ‘추수(秋水)’편에 나오는 ‘정저지와(井底之蛙)’ 이야기다. 여기서 ‘정저지와’는 공손룡자(公孫龍子: BC320~BC250.중국 조나라 문인)를 비롯한 명가(名家)를 지목하고 있지만, 실제로 제자백가 모두를 포함한다. 흑백이 뒤섞이고 시비가 전도된 명가의 짧고 좁은 식견은 사실 ‘선입견’에 얽매인 제자백가의 편협한 변론을 비유하고 있다. 이렇듯 우물 안 개구리는 명가를 비롯한 제자백가가 좁은 울타리에 갇혀 세상이 넓은 줄 모르고 떠들어대는 것을 빗대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우물에서 살고 있는 개구리인지도 모른다. 다만 누군가는 그저 우물 밑바닥에 엎드려 편안하게 살기를 원하고, 또 누군가는 우물가를 벗어나려고 뛰어오를 뿐이다. 내심에 얽매여 자신의 울타리에 속박당한다면 외부와 어떤 교류도 나누지 못하고, 결국 천변만화하는 세계에 적응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사람은 삶의 즐거움을 모른 채 결국 사회에서 도태될 것이다.
마음이 풍족해야만 다른 이들이나 사물에 대해 관용을 베풀 수 있다. 그래야 인간관계도 좋아지고, 풍부하고 다채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누군가는 인생을 향유하면서 행복하다고 느끼는가 하면, 누군가는 자신의 삶에 탄식을 거듭하면서 스스로 비애와 고통을 느끼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의 세계를 벗어나 하늘을 비상하는 독수리가 되라! 어두운 우물 속에서 자기도취에 만족하는 개구리가 되지 말고! p.135~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