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목민심서
정약용 지음, 다산연구회 편역 / 창비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6. 도적의 피해를 제거함(除害).

도적이 생기는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다. 위에서 위의(威儀)를 바르게 가지지 아니하고, 중간에서 명령을 받들지 아니하며, 아래에서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으로, 이것이 고쳐지지 않으면 도적을 없애려고 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 위의(威儀) : 위엄이 있는 엄숙한 태도나 차림새. 

 

<하산냉담(霞山冷談)>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갈의거사(葛衣居士)는 남쪽지방의 호걸이었다. 일찍이 쌍교(雙橋)의 장터를 지나다가 군관이 한 도둑을 잡아서 붉은 포승으로 결박하고 종이고깔을 씌우고 손을 뒤로 묶어 가는 것을 만났다. 갈의거사가 느닷없이 앞으로 나서서 도둑의 팔을 잡고는 목을 놓아 통곡하며,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면서 한편 위로하고 한편 ‘원통하다 그대여! 어찌하다 욕을 당하는 게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넋두리를 하니,온 장터 사람들이 크게 놀라며 겹겹이 둘러서서 구경하였다. 군관이 깜짝 놀라 포졸에게 갈의거사도 함께 결박하도록 명령하니, 갈의거사가 ‘자네가 나를 결박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내가 이 도둑과 한편이라고 결박하는가? 내 말을 들어보고 나서 결박하든지 놓아주든지 하려무나’라고 말했다. 군관이 무엇이냐고 묻자, 거사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온갖 도둑이 땅 위에 가득하다. 토지에서는 재결(災結)을 도둑질하고, 호구(戶口)에서는 부세를 도둑질하고. 굶주린 백성 구제에서는 양곡을 도둑질하고, 환곡창고에서는 그 이익을 도둑질하고, 송사에서는 뇌물을 도둑질하고, 도둑에게서는 장물을 도둑질한다. 그런데도 감사와 병수사(兵水使)들은 도둑질하는 자들과 한패거리가 되어 숨겨주고 들추어내지 않는다. 지위가 높을수록 도둑질의 힘은 더욱 강해지고, 녹봉이 후할수록 도둑질의 욕심은 더욱 커진다. 그러고서도 행차할 적엔 깃발을 세우고 머무를 적에는 장막을 드리우며, 푸른 도포에 붉은 실띠의 치장도 선명하게 하여 종심토록 향락하여도 누가 감히 뭐라고 말하지 못한다. 그런데 유독 이 굶다굶다 좀도둑질 좀 한 사람이 이런 큰 욕을 당하게 되니 슬프지 아니한가? 내가 이래서 통곡을 하는 것이지 다른 연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군관은 ‘허! 선생의 말씀이 옳습니다.’ 하고는 술을 대접하고 놓아 보냈다. P.276~277.

 

위 글을 읽고, 세월은 많이 흘렀지만 어찌 요즘의 세태와 이렇듯 비슷한 지 탄복을 금치 못하겠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비리 냄새로 천지가 진동한다. 4대강, 자원외교, 방탄비리(防彈非理), 측근 비리, 국회의원 뇌물비리까지... 어떤 것 하나 시원하게 제대로 해결되지도 않고 구렁이 담 넘어 가듯 흐지부지 종결되는 것을 보면 200년 전 다산의 안목은 실로 대단하다 할 만하다. 대기업 총수나 권력을 가진 자는 죄를 지어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배가 고파서 먹을 것을 훔친 좀도둑은 오늘날도 징역을 사는 것을 보면 갈의거사의 말씀이 이 시대에도 그대로 통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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