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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남자에게 - 굿바이 마초! 신꽃중년 시대를 위한 솔직한 보고서
이진수 지음 / 미다스북스 / 2013년 12월
평점 :
20세기 들어 한국의 남자만큼 험난한 인생을 살아온 이도 많지 않을 것이다. 국권을 강탈당하고 일제강점기를 살아오면서 숨 한번 제대로 쉬지 못했고, 6.25전쟁을 겪으면서 수많은 젊은 이가 총칼에 쓰러져 청상과부가 속출하고 여초현상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남자들은 질곡의 세월을 겪으면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폐허의 잿더미 속에서 굶주림과 온갖 어려움을 딛고 사람다운 삶을 살아보고자 재기의 몸부림을 쳤지만, 시련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는 속담처럼, 한국은 세계의 가장 빈국에 속했지만 베트남전쟁과 파독광부, 간호사들이 외국에서 달러를 벌어오는 덕분에 재기의 기틀을 마련했다. 혹독한 가난을 몸소 체험했기에 가난이 얼마나 무서운지 뼈저리게 절감하고 참으로 부지런히 일했다.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빛을 보면서 대한민국은 서서히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잘 살아보세' 음악이 흘러나오고 새마을 운동이 성공하면서 농어촌이 개발되고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1980년대 경제 성장기를 맞아 수출은 날개를 단 듯 늘어갔고, 우리나라 경제도 나날이 성장했다. 아, 이제 좀 쉬어도 되겠다는 안심이 되었던지, 퇴근 후 곳곳에 포장마차가 생겨나고 유흥업이 흥행했다. 공장이 잘 돌아가니 남자들은 회식이 잦아지고 폭탄주가 생겨나 의리와 조직문화가 더욱 굳건해졌다. 술 잘 마시는 사람이 일약 유능한 직원으로 부각되면서 인사와 승진에 큰 혜택을 보았는가 하면, 술을 못하는 사람은 이래저래 구박을 당하며 고난의 세월을 보내기도 했다.
한국의 회식문화가 좀 특이하고 변태적으로 변한 것도 이때부터다. 1차로 술과 저녁을 곁들인 식사가 끝나면 반드시 2차로 유흥주점에서 아가씨를 끼고 노래를 부르고 스트레스를 풀어야만 했다. 회식이 마음에 내키지 않아도 그 당시에는 강요하는 문화 탓에 어쩔 수 없이 참석하고 억지로 술을 마시고 못 부르는 노래를 불러야 했던 것이다. 오로지 리더를 중심으로 한 수직적 조직관계 속에서 개인의 취향이나 의견은 묵살될 수밖에 없었다. 군인, 검찰, 경찰 등 상명하복 관계가 발달한 우리 문화에 폭탄주와 끼리문화가 꼭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문화에 익숙치 못한 사람은 고달픈 가슴앓이로 한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요즘은 시대가 많이 변했다. 아직 폭탄주와 지연, 학연을 중심으로 한 회식문화의 잔재가 남아있긴 하지만 예전에 비해 많이 희석된 느낌이다. 당시의 회식은 오로지 남자만을 위한 문화였고, 예술이나 공연, 영화관람 같은 건전한 회식문화가 정착하기엔 너무나 척박한 풍토였지만, 이제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남성을 앞서고 여성 취업률도 많이 신장된만큼 회식문화도 많이 바뀌고 있다. 술을 강권하던 문화에서 벗어나 술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문화가 조금씩 정착되고 있다. 회식은 조직의 리더 뿐만 아니라 전 직원이 모두 즐거움을 공유해야 한다는 의식이 공감을 얻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 남성들도 의식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화끈함을 추구하고, 상사에 충성을 맹세하는 폭탄주를 돌리고, 2차를 나가는 천편일률적인 스타일에서 벗어나 소박하지만, 전 직원이 함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회식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가령 소극장 공연관람이나 영화관람, 갤러리 감상, 불우한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 등 얼마든지 직장문화를 알차고 건전하게 바꾸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껏 어려운 시대를 너무 힘들게 살아온 중년세대들의 격동기 삶을 살펴보면서 그들의 문화와 삶이 많이 왜곡돼 사회적 후유증이 컸다는 걸 실감하면서 이제, 잘못된 조직문화는 바꾸고 새로운 직장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